그랑 팔레에서 비상한 샤넬, 25 SS 샤넬 컬렉션

명수진

CHANEL 2025 SS 컬렉션

1900년 파리박람회를 위해 지어진 그랑 팔레는 샤넬 컬렉션의 상징적인 베뉴였다. 칼 라거펠트는 이곳에서 06 SS 시즌 샤넬 컬렉션을 선보인 이래 14년 동안 컬렉션을 열었다. 샤넬은 그랑 팔레를 보존하기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는 주요 후원사이기도 하다. 2021년에 시작된 그랑 팔레 보수작업이 마무리됐고, 정문이 ‘가브리엘 샤넬’로 명명된 새로운 그랑 팔레에서 10월 1일, 샤넬 25 SS 컬렉션이 열렸다. 4년 만의 컴백!

그랑 팔레 유리 지붕 아래 기분 좋은 햇살이 내리비쳤다. 중앙에는 거대한 새장 모양의 조형물이 설치됐다. 더블 C 로고가 주조된 하얀 금속 새장과 그랑 팔레가 서로 닮은 꼴로 공명했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의 부재로 샤넬의 크리에이션 스튜디오가 선보인 이번 컬렉션의 테마는 ‘비상(飛翔)’. 샤넬 크리에이션 스튜디오는 쇼 노트를 통해 ‘오늘 발표하는 스토리는 모두 공중으로 날아오르는 것에 관한 것’이라며 ‘이번 컬렉션은 가브리엘 샤넬처럼 사회의 번거로운 시선에서 벗어난 여성들에게 바치는 헌사이다.’라고 밝혔다. 가브리엘 샤넬의 친구였던 아티스트이자 작가 콜레트(Colette)를 비롯해 관습을 타파하고 역사의 페이지를 새로 쓴 여성 비행사, 1920년대 여성 해방을 부르짖었던 선구적인 가르손느(Garçonne) 등 앞선 이들을 위한 헌사! 새장은 가브리엘 샤넬에게도 중요한 의미를 지녔는데, 가브리엘 샤넬은 한 재봉사로부터 새 두 마리와 새장을 선물받은 일화가 있다. 이는 1991년, 바네사 파라디가 출연한 코코 퍼퓸 광고의 모티프가 된 바 있다.

컬렉션은 날아갈 듯 가벼웠다. 커다란 세일러 칼라를 단 재킷은 미드리프가 살짝 노출되는 크롭 길이로 선보였고, 발랄한 피터팬 칼라 블라우스를 레이어링 하기도 했다. 스커트는 슬릿을 길게 넣어 움직임을 자유롭게 하거나 짧은 쇼트 팬츠로 선보였다. 매니시한 옥스퍼드 플랫폼이 경쾌함을 더했다. 비행사를 연상시키는 보머 재킷이나 점프 슈트, 오버핏 베스트 등 매니시한 아이템은 깃털, 리본, 시폰 등 섬세한 디테일을 매치해 가벼운 느낌을 더했다. 멀티컬러 깃털 프린트로 완성한 시폰 블라우스와 팬츠, 트렌치코트가 시선을 끌었고, 이는 크리스털을 장식한 데님 셋업과도 매치됐다. 한편, 핸드메이드로 완성한 니트 드레스와 셋업, 블랙 시스루 원피스와 스커트 같은 아이템은 아르데코 스타일의 패턴을 연상케하며, 그랑 팔레로 컴백한 것을 기념하는 듯했다. 피날레에 선보인 깃털과 시폰 소재의 이브닝 시리즈 역시 그랑 팔레가 세워진 1900년대 초반의 아르데코 스타일의 전형이었다. 백 컬렉션은 사이드포켓이 있는 퀼트 버킷 스타일부터 메시 소재의 미니 백과 작은 골드 버드 케이지까지 다채로운 디자인으로 선보였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없는 대신 피날레에는 엘비스 프레슬리의 외손녀이자 샤넬 앰버서더인 라일리 키오(Riley Keough)가 노래했다. 곡은 프린스(Prince)의 ‘웬 도브스 크라이(When Doves Cry)’. 6월에 떠난 버지니 비아르 대신 누가 후임으로 올 것인지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샤넬 패션 부분 CEO 브루노 파블로브스키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선임에 시간이 더 걸릴 것 같다는 입장을 밝혔다. 스튜디오 팀이 이미 12월과 1월 컬렉션을 위한 작업을 하고 있다는 걸 보면 서두를 생각이 없어 보인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는 없었지만 4년 만에 그랑 팔레로의 컴백인 만큼 이번 25 SS 시즌은 샤넬의 중요한 역사의 한 페이지가 될 것이다.

사진 및 영상
Courtesy of Chan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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