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LOE 2025 SS 컬렉션
지난 2월, 셰미나 카말리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선보인 첫 끌로에 컬렉션은 패션계에서 큰 환영을 받았다. 끌로에가 제안한 사랑스러운 스타일에 사람들은 열광했고 보헤미안 스타일은 단숨에 트렌드의 중심이 되어 버렸다. 셰미나 카말리는 쏟아지는 관심과 부담감을 잘 이겨내고 두 번째 컬렉션을 잘 만들어냈을까? 셰미나 카말리는 지난 시즌과 마찬가지로 사람들이 바라는 것을 영리하게 포착했다. 끌로에 77년 SS 시즌의 웨이스트 셰이퍼(waist shapers), 78년 SS 시즌의 레이스 블루머 등 칼 라거펠트 시절에 선보였던 컬렉션 사진을 무드보드에 붙여놓고 이번 컬렉션을 구상했다. 쇼노트를 통해 셰미나 카말리는 ‘여름에 대한 그리움과 여름이 주는 느낌을 포착하고 싶었다’며 ‘원단과 색상이 마치 여름휴가 때 햇볕에 바랜 것처럼 보이기를 원했다’고 설명했다.
천장에 식물이 장식된 새하얀 런웨이를 배경으로 하늘하늘한 레이스 소재의 컬렉션이 등장했다. 밑단을 조이고 플레어 지게 하는 둥근 항아리 같은 실루엣의 점프슈트가 사랑스러웠고, 곳곳에 기퓌르 레이스와 크로셰 같은 디테일이 로맨틱한 분위기를 더했다. 블루머를 비롯해 계단식으로 층층이 레이어 된 러플 블라우스, 너무 가벼워서 걸을 때 볼륨감이 확 사는 란제리 스타일의 슬립 드레스가 둥근 솜사탕처럼 몽글몽글한 분위기를 냈고, 여기에 상반된 분위기의 캐주얼한 코튼 소재의 재킷이나 레더 재킷을 믹스 매치하는 끌로에의 전형적 공식도 고스란히 따랐다. 피비 필로가 디렉터로 있던 04년 SS 시즌을 떠오르게 하는 더블 버튼 재킷과 하이웨이스트 플레어 진이 소담스러운 페전트 스타일 사이에서 존재감을 발했다. 컬렉션 후반에는 큼지막한 플라워 프린트가 러플 드레스는 물론 보디슈트까지 곳곳에 놓여 대담함까지 살짝 더했다. 핑크 플라밍고 프린트 보디슈트는 좀 더 캐주얼한 ‘맛’이 있었던 스텔라 매카트니 시대를 떠오르게 했다.
다채로운 액세서리의 활약상도 볼만했다. 숄더백, 네크리스, 플랫슈즈에는 조개껍질, 물고기, 동글동글한 구슬 모양의 펜던트를 주렁주렁 장식했고, 존재감 넘치는 커다란 샹들리에 골드 이어링과 네크리스, 레이스업 발레리나 슈즈가 ‘보호 시크’ 분위기를 더했다. 핸드메이드 크로셰 소재는 옷뿐 아니라 작은 미니 백과 플랫슈즈에도 활용되었다. 끌로에의 창립 연도인 ‘1952’나 ‘쥬템므(Je t’aime)’ 같은 손글씨 낙서를 넣은 젤리 소재의 핍토 플랫폼이 사랑스러웠고, 키튼힐 젤리 샌들도 소녀 취향을 저격할 것 같다. 하우스의 기존 공식을 충실히 따르는 셰미나 카말리 끌로에가 좋은 평가를 받는 것은 그만큼 끌로에만의 보헤미안 스타일을 그리워한 이들이 많았다는 증거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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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ourtesy of Chlo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