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인한 아마조네스의 매력, 25 SS 디올 컬렉션

명수진

DIOR 2025 SS 컬렉션

가수 셀린 디옹(Celine Dion), 레이디 가가(Lady GaGa), 아야 나카무라(Aya Nakamura)가 모두 디올을 입고 파리 올림픽 개막식에 섰던 것을 생각해 보면 LVMH 그룹과 디올에 있어 파리 올림픽의 의미는 더욱 특별했을 터. 파리 패션위크 둘째 날, 로댕 박물관에서 열린 디올 25 SS 컬렉션은 예술가이자 프로 궁사인 사그 나폴리(Sagg Napoli)가 과녁을 맞히는 퍼포먼스로 시작하며 채 가시지 않은 파리 올림픽의 감동을 재현했다. 사그 나폴리의 사격 퍼포먼스는 런웨이 중앙에 설치된 유리 장막 안에서 안전하게 진행됐는데, 옆에는 ‘강한 정신과 강한 몸이 내가 만든 가장 위대한 작품이 되기를’이라는 문구가 쓰여 있었다. 유리 장막 주변으로 모델들이 워킹을 펼치며 총 82벌의 룩을 선보이는 대형 스케일의 컬렉션을 선보였다. 디올은 쇼 노트를 통해 25 SS 시즌의 이야기가 ‘몸과 옷을 연결하는 관계’에 대한 것이라고 밝혔다.

디올의 25 SS 시즌은 스포츠 웨어 테마로 완벽하게 변신했다. 마리아 그라치아 치우리는 고대 신화의 여성 전사들에게서 이번 시즌의 영감을 얻었다. 1951년 FW 시즌 디올에서 선보인 비대칭 디자인의 아마조네(Amazone) 드레스가 날카로운 커팅으로 재해석됐다. 마리아 그라치아 치우리는 바재킷, 셔츠 등 디올의 아카이브 아이템을 해체하고 새롭게 조합했다. 오프닝에 나온 대담한 컷아웃의 보디슈트를 비롯해 원피스와 블라우스 등 고전적인 아이템까지 대부분 비대칭으로 선보였다. 때로는 한쪽 어깨가 드러나는 원숄더 스타일로 관능적인 느낌을 더하기도 했다. 보머 재킷, 패러슈트 팬츠 등 스포티한 아이템이 등장했고, 모터스포츠에서 영감을 받은 레더 트랙 슈트도 시선을 끌었다. 1970년 경에 실제로 디올에서 선보였던, 극단적으로 길게 늘려서 거의 스트라이프처럼 보이는 미스 디올 로고가 경쾌함을 더했다. 사이즈 조절이 가능한 벨트로 연출한 본디지 디테일, 모터스포츠의 상징인 체크 보드 패턴도 곳곳에 가미했다. 눈에 보이는 디자인뿐만이 아닌 디올 하우스의 오랜 노하우를 가져와 착용자가 최대한 신체의 자유로움을 느낄 수 있도록 만들었다는 설명이다. 다양한 스니커즈를 비롯해 굽이 없는 글래디에이터 부츠, 복싱 슈즈가 캣워크의 발걸음을 더욱 날렵하게 했고, 크로스 보디로 착용하는 짐색은 물론 레이디 디올 백을 믹스 매치하여 스포츠 무드에 새로운 매력을 더했다.

컬렉션 후반에는 우아한 아이보리와 피치 컬러의 저지 드레스가 등장했다. 하지만 여전히 이는 그리스 신화의 강인한 아마조네스를 떠오르게 하는 것이었다. 총 82벌 컬렉션이 런웨이에 줄지어 등장한 피날레는 올림픽 폐막식처럼 스케일이 남달랐다. 모델들은 전장에서 돌아온 여전사처럼 위풍당당했다. 파리 올림픽이 이미 끝난 뒤라 주제 선정 타이밍이 아쉽다는 평도 있었지만, 그동안 강인한 여성을 위해 끊임없이 응원을 보내온 마리아 그라치아 치우리의 진정성이 있었기에 돋보였던 테마였다.

영상
Courtesy of Di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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