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NDI 2025 SS 컬렉션
1925년에 에두아르도 펜디와 아델 펜디 부부가 로마에서 론칭한 펜디는 브랜드의 역사적인 100주년을 앞두고 있다. 이번 25 SS 펜디 컬렉션은 이를 자축하는 아름다운 서막이었다. 축하의 방식은 차분하고 우아했다.
밀라노 패션위크 첫날, 펜디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킴 존스는 펜디가 탄생한 시대, 즉 20년대에 스포트라이트를 비췄다. 당시 유행한 아르누보 그래픽과 20년대 플래퍼 스타일을 결합한 아름다운 시스루 드레스가 오프닝을 열었다. 이후 로우 웨이스트, 테슬 장식, 반짝이는 질감 등 20년대 패션의 요소를 ‘드뮤어’하게 해석했다. 크리스털 비즈를 섬세하게 수놓거나 레이스를 레이어링한 드레스는 수채화처럼 맑고 투명한 작품이었다. 미니멀한 슬립 드레스의 형태와 시스루 질감이 란제리 같은 분위기를 냈는데 이는 탱크탑, 셔츠, 롱 카디건, 미디스커트, 카코트 같은 데일리한 제품과 믹스 매치했다. 모피와 레더에 대한 펜디의 풍부한 노하우는 절제의 미덕을 발휘하여 모던하게 드러냈다. 미려하게 깎은 모피나 최고급 아스트라한 소재는 편안한 라운지 웨어처럼 벨티드 코트나 가운 형태로 선보였고, 크로커다일 소재는 박시한 원피스나 캐주얼한 분위기의 사이드 슬릿 미디스커트로 내놓았다. 킴 존스가 쇼노트를 통해 설명한 것처럼 ‘데일리 웨어와 이브닝 웨어의 레이어링’을 시도했는데, 이는 조용한 럭셔리 트렌드의 모범답안처럼 느껴졌다.
섬세한 컬렉션에 스포츠 고글과 워크 부츠를 대담하게 믹스 매치한 것은 무척이나 킴 존스다웠다! 특히, 미국 부츠 브랜드 레드 윙(Red Wing)과 협업으로 완성한 워크 부츠가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레드윙의 헤리티지 부츠는 화이트, 브라운, 핑크 등 다양한 컬러에 FF의 모노그램 패턴을 얹었고, 라인스톤을 장식한 시폰 양말과 믹스 매치했다. 이는 지난 시즌 ‘루이비통 x 팀버랜드’ 콜라보에 이은 또 하나의 흥미로운 ‘럭셔리와 워크 부츠 브랜드의 만남’으로 바이럴 됐다. 90년대 전 세계를 들끓게 하며 펜디의 르네상스를 불러일으킨 바게트 백을 비롯해 펜디의 아이코닉한 피카부, 셀러리아 등은 미니부터 특대형까지 다양한 사이즈로 선보였다. 오리엔탈적인 꽃 장식부터 서구적인 프린지까지 다양한 디테일을 더없이 정교한 솜씨로 더했다. 그러니까 이런 건 응당 소장 욕구를 불러일으킨다. 또한 모피로 만든 이어버드 케이스를 비롯해 다양한 펜던트로 개성있게 ‘백꾸’ 하거나, 가방을 한꺼번에 여러 개 드는 스타일링을 제안했다. 델피나 델레트레즈 펜디가 디자인한 비대칭 이어링과 목걸이 역시 스타일링에 재미를 더하는 요소였다.
펜디 100주년을 기념하는 작은 이벤트도 있었다. 막스 리히터(Max Richter)의 사운드트랙과 함께 두 여성이 이탈리아어로 대화하는 소리가 흘러나왔는데 이는 현 펜디 남성복의 디렉터이자 펜디 가문의 3대손인 실비아 벤투리니 펜디와 어머니인 안나 펜디의 목소리였다. 둘은 아름다움과 패션의 본질, 그리고 현재까지도 영감의 근원인 브랜드의 창립자 아델 펜디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현재 펜디는 남성복과 액세서리를 아델 펜디의 3대손인 실비아 벤투리니 펜디가, 하이 주얼리 라인은 4대손인 델피나 델레트레즈 펜디가 맡고 있다. 창립자에 이어 4대에 걸친 여성이 브랜드에 강력하게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아름다운 사례다.
킴 존스는 멋진 피날레로 브랜드 100주년을 준비하기 위한 포석을 신중하게 깔았다. 화이트 큐브 형태의 런웨이 중앙에 놓인 은은한 라벤더 컬러의 사각 박스 조형물이 반으로 갈라졌는데, 그 안에서 포즈를 취하며 자리 잡고 있던 모델들의 모습이 장관이었다. 이들은 한 명씩 다시 런웨이로 내려와 사각의 런웨이를 한 바퀴 돌며 컬렉션의 대미를 장식했다.
- 영상
- Courtesy of Fend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