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ADA 2025 SS 컬렉션
프라다는 이번에는 어떤 스타일을 보여줄까? 기대감을 와장창 깨고 뭔가 단단히 잘못된 것 같은 원피스를 입은 모델이 런웨이 위로 거칠게 들어왔다. 어깨의 스트랩이 삐뚤어진 것은 물론 피팅도 뭔가 엉성해 보였고, 흡사 잠옷을 입고 자다가 갑자기 거리로 쫓겨난 사람처럼 보이기도 했다. 블랙 가죽 드레스에는 버스 손잡이 같은 링이 잔뜩 달렸고, 니트로 만든 상하의를 입은 모델은 얼굴에 방독면같이 보이는 헤드기어를 뒤집어썼다. 셔츠의 칼라나 코트의 밑단은 제멋대로 구겨져 있었다. 마린 스트라이프는 일부가 뜯겨 있고, 네이비 컬러 스커트에는 뜬금없이 웨스턴 스타일의 테슬을 넣었다. 깃털 드레스는 가시 돋친 뮤턴트를 떠오르게 했다. 60년대 스타일의 코트에 어울리지 않는 니트 레깅스와 미래적인 선글라스를 매치했다. 프라다 25 SS 컬렉션은 한마디로 ‘말도 안 되는’ 것들을 뒤섞어 해석불가한 컨템퍼러리 작품을 보는 듯한 난해하고 난처한 기분을 느끼게 만들었다. 늘 최고의 컬렉션을 보여준 프라다가 이렇게 관객을 당황시킨 적이 있었을까?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언제쯤 예쁜 옷이 나올까’하고 기다리다가 컬렉션의 끝을 보았을 것이다.
미우치아 프라다와 라프 시몬스는 알고리즘이 지배력을 더욱 확장해가는 지금 ‘오직 인간만에 예상치 못한 것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 보였다. 미우치아 프라다는 ‘현재 많은 이들이 알고리즘에 의해 안내되는 정보에 잠식되어 살고 있다. 이번 컬렉션을 구상하며 우리는 이런 선택된 현실에 맞서고자 했다’며 그 깊은 뜻을 전했다. 라프 시몬스는 ‘우리는 각 개인을 자신만의 힘과 이야기를 가진 슈퍼히어로로 상상했다.’고 덧붙였다.
피날레 인사를 하기 위해 나온 라프 시몬스가 두 손을 번쩍 들어 승리의 세리머니를 펼쳤다. ‘이번 쇼를 앞두고 매우, 매우 긴장했다. 평소보다 훨씬 더!’라고 고백한 미우치아 프라다는 관객들을 바라보며 은근한 미소를 띠었다. 맞다. 오직 프라다만이 이렇게 멋있게 망가질 수 있다. 알고리즘에 인간의 모든 취향이 지배당하는 요즘, 시원한 어퍼컷을 날린 프라다의 철학을 지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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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ourtesy of Prad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