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레코어, 그런데 으스스함을 더한, 25 SS 시몬 로샤 컬렉션

명수진

SIMONE ROCHA 2025 SS 컬렉션

시몬 로샤는 지난 2024 FW 시즌을 끝으로 세 개의 시리즈로 선보여온 드레스 3부작 컬렉션을 마무리했다. 10월 1일에는 데뷔부터 2024 FW 시즌까지 시몬 로샤의 지난 21년의 여정을 정리하는 책 출간이 예정되어 있다. 그래서 이번 25 SS 컬렉션은 시몬 로샤의 새로운 챕터가 될 것으로 많은 기대를 모았다.

컬렉션은 런던의 역사적인 중앙 형사재판소 올드 베일리(The Old Bailey)에서 열렸다. 주디 덴치(Judi Dench)가 부른 ‘어릿광대를 보내주오(Send in the Clowns)’와 폴 앵카(Paul Anka)의 ‘아이 러브 유 베이비(I Love You Baby)’ 등 클래식과 현대 음악이 뒤섞여 묘한 느낌을 자아내는 사운드트랙이 흘러나오고, 블랙 테일러드 코트를 움켜쥔 모델 스타인버그(Steinberg)가 오프닝을 열었다. 새로운 챕터를 위한 시몬 로샤의 선택은 고스(Goth) 느낌을 더한 발레코어! 발레리나의 레오타드를 연상케하는 얇은 명주 소재 보디슈트에 층층이 풍성하게 시폰을 덧댄 클러치 백을 포인트로 들거나 란제리 스타일의 시스루 원피스, 그리고 극단적으로 부풀린 튜튜스커트가 등장했다. 아치 형태로 대담하게 컷아웃한 집업 재킷, 볼레로 형태의 커버업, 볼륨 소매와 셔링 장식을 더한 윈드브레이커 등 스포티한 아이템을 튜튜스커트 혹은 라인스톤을 구조적으로 엮어서 만든 매시 스커트와 믹스 매치했다. 또한 디자이너와 같은 아일랜드 출신인 아티스트 제니브 피기스(Genieve Figgis)와 협업하여 깊은 인상을 남겼다. 고전 초상화를 재해석한 제니브 피기스의 2013년 작품 ‘여인과 새(Lady with a Bird)’ 작품을 얹은 보디슈트는 그로테스크한 분위기를 더했다.

한편, 시몬 로샤가 2022년에 론칭한 남성 컬렉션은 전통 규범에 반하는 젠더리스 스타일을 이어갔다. 실키한 아노락, 볼륨감 있는 쇼츠, 글리터링한 니트 풀오버와 쇼츠 셋업이 남녀 불문 동일한 디자인이었다. 24 SS 시즌의 패브릭 카네이션 디테일이 다시 한번 등장한 것도 흥미롭다. 이는 시몬 로샤가 무용가 피나 바우쉬(Pina Bausch)와 마이클 클라크(Michael Clark)에게서 영감을 얻은 결과물. 시스루 아노락, 화이트 시스루 재킷, 원피스, 블랙 코트와 재킷 등 곳곳에서 피어난 카네이션 디테일은 꽃이 흩뿌려진 피나 바우쉬의 ‘넬켄(Nelken)’ 무대를 떠오르게 했다. 새롭게 론칭해 기대를 모은 시몬 로샤의 데님 라인은, 워싱을 하지 않은 짙은 인디고 데님에 라인스톤을 장식해 시몬 로샤만의 스타일로 해석했다.

시몬 로샤와 크록스의 협업은 세 시즌째 이어지고 있다. 사이렌 클로그, 스톰프 피셔맨 등 크록스의 대표적인 아이템에 진주와 라인스톤 플로럴 지비츠를 더해 발레코어 스타일링에 포인트를 만들어냈다. 이 밖에도 귀여운 키튼 힐을 장착한 메시 소재 발레 슈즈, 검은 오리 모양의 클러치 백, 카네이션을 가득 담았던 부케 백, 남녀 할 것 없이 앞머리를 고정한 헤어바렛(Barrettes)까지 매력적인 액세서리가 가득했다.

영상
Courtesy of Simone Roch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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