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션 : 한정된 재료로 컬렉션을 완성할 것! 25 SS JW 앤더슨 컬렉션

명수진

JW ANDERSON 2025 SS 컬렉션

JW 앤더슨의 25 SS 컬렉션이 열린 곳은 런던 타워 브리지 맞은편에 있는 빌링스 게이트 마켓(Billingsgate Market). 도심의 분주함이 엿보이는 창밖 광경을 배경으로 그라임스(Grimes)와 데이비드 게타(David Guetta)의 비트 강한 사운드트랙이 울려 퍼지고 모델들이 잰걸음으로 등장했다. 군더더기 없는 디자인의 미니 원피스는 60년대에 유행한 스페이스 에이지를 떠오르게 했다. 미니멀한 디자인의 미니 원피스는 단추, 후드, 스트링, 질감 등을 디지털 프린트한 트롱프뢰유(trompe-l’œil) 기법으로 관객들의 시선을 한 번 더 사로잡았다.

JW 앤더슨은 불필요한 형태를 싹 다 제거했을 뿐 아니라 스스로에게 까다로운 미션을 부여했다. 그것은 바로 ‘한정된 소재만으로 컬렉션을 완성할 것’이었다. 그러니까 이번 시즌 JW 앤더슨은 새틴 실크, 캐시미어 니트, 송아지 가죽, 시퀸, 그리고 약간의 레이스 장식만 사용하여 완성한 컬렉션이다. JW 앤더슨의 새로운 시즌을 이해하는 또 하나의 열쇠는 극단적으로 부풀린 사이즈다. 그 결과로 과장된 형태의 ‘매크로’ 패션이 탄생했다. 섬유의 조직, 스티치, 리본, 여밈, 묶음, 아가일 체크, 튜튜 스커트 등의 디테일과 디자인을 거대하게 확대하여 평범한 옷들이 결코 평범하지 않게 새롭게 탄생했는데, 이는 일면 초현실주의 작품처럼 보이기도 했다.

한편, 캔버스처럼 깔끔한 화이트 시스 드레스(Sheath Dress)와 슬리브리스 톱에는 문장을 가득 새겼다. 이는 미술 평론가 클라이브 벨(Clive Bell)이 쓴 <아트(Art)> 에세이의 서문을 옮겨 적은 것이다. 클라이브 벨은 20세기 초 런던과 케임브리지를 중심으로 한 영국의 지식인・예술가의 모임인 블룸스버리 그룹(Bloomsbury Group)의 일원으로 활동했기 때문에, JW 앤더슨이 모더니스트 철학에 천착하고 있다는 걸 새삼 느낄 수 있었다.

JW 앤더슨은 이번 컬렉션을 소녀 같다는 뜻의 ‘걸리(Girly)’라고 표현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일반적으로 소녀 같다고 생각되는 요소는 대부분 비껴가거나 묘하게 꼬아놨다. 이는 JW 앤더슨이 컬렉션을 구상할 때 ‘너무 여성스럽지 않고 강인한’ 여동생에게서 영감을 받곤 하기 때문이라는 후문이다. 원피스처럼 하의 실종 스타일로 입을 수 있는 오버사이즈 풀오버나 보머 재킷은 취향이 ‘걸리’하거나 그렇지 않은 이들에게도 충분히 매력을 어필할 만한 아이템이었다. 블랙, 코발트블루, 그리고 페이즐리 프린트로 선보인 드롭 웨이스트 코트 역시 이번 시즌 로에베의 시그니처 아이템으로 꼽을 수 있다. 액세서리는 어땠을까? 앞으로 쏠린 듯한 독특한 형태의 플랫 바이커 부츠와 로퍼 디테일을 본뜬 로퍼 백은 일상적인 것을 새롭게 풀어내는 JW 앤더슨의 특별한 재능을 새삼 느끼게 했다. 실험적인 시도, 흥미로운 내러티브와 함께 당장 매장으로 달려가 사고 싶은 아이템까지 줄 세우는 JW 앤더슨의 성공적 행보.

영상
Courtesy of JW ANDER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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