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CHARD QUINN 2025 SS 컬렉션
지금 패션계는 ‘조용한 럭셔리’를 탐닉하고 있지만, 리차드 퀸은 굳건히 가장 잘하는 것을 보여줬다. 런던 패션위크 둘째 날, 리차드 퀸은 2016년 센트럴 세인트 마틴 졸업 컬렉션 때부터 많은 사랑을 받아온 중세적인 디자인과 화려한 꽃무늬 장식을 굳건하게 밀어붙였다.
리차드 퀸 25 SS 컬렉션은 1931년에 오픈한 유서 깊은 도체스터 호텔(Dorchester Hotel)의 연회장에서 열렸다. 런던의 플로리스트 필립 해몬드(Philip Hammond)가 런웨이 입구를 새하얀 수국과 난초로 로맨틱하게 꾸몄고, 거대한 샹들리에 장식과 영국 실내 관현악단의 연주, 샴페인 등이 준비된 웰컴 드링크가 옛 살롱쇼 같은 분위기를 냈다. 리차드 퀸은 런웨이에 80년대의 복고적 이미지와 40년대 살롱쇼의 고전적인 분위기를 동시에 불어넣었다.
모델 조단 던(Jourdan Dunn)이 크리스털을 장식한 격자무늬 블랙 드레스를 입고 오프닝을 열었다. 드레스의 네크라인을 장식한 붉은 실크 장미와 검은 리본이 강렬하게 시선을 사로잡았다. 이후 낭만적이고 고전적인 드레스가 끊임없이 등장했다. 활짝 핀 튤립처럼 봉긋한 레드 미니 원피스, 볼륨감 넘치는 블랙 타프타 드레스, 삼단 케이크처럼 세 개의 리본을 층층이 장식한 레드 볼 가운, 가슴에 대형 장미 아플리케를 장식한 벨벳 드레스, 영국의 고전적 벽지를 떠오르게 하는 보태니컬 프린트 드레스, 비즈를 정교하게 장식한 오페라 케이프까지…! 레드, 블루, 핑크, 옐로 등 화려한 색채와 플라워 모티프가 화려함을 한 수 거들었고, 작은 꽃이 만발한 초원처럼 스팽글 꽃을 아낌없이 흩뿌린 드레스들은 오트 쿠튀르 컬렉션을 방불케했다. 피날레는 리차드 퀸의 브라이덜 컬렉션 10여 벌로 마무리했다. 런던 남쪽에 있는 버몬지(Bermondsey)에서 장인들이 한 땀 한 땀 수작업으로 완성하는 리차드 퀸의 드라마틱한 웨딩드레스는 특히 중동 지역을 중심으로 스페셜 오더가 많다.
클래식한 드레스에 대한 리차드 퀸의 헌신은 거의 경건하게 느껴질 정도다. 드레스에 대한 애정은 디자이너의 쇼 노트의 문구를 통해서도 드러난다. 리차드 퀸은 “이번 컬렉션은 특별한 날에 입는 옷, 시간이 지나도 소중히 간직할 옷을 만드는 것에 관한 이야기다. 우리 삶의 가장 의미 있는 순간을 염두에 두고 디자인한 옷은 시간, 장소, 기억과 특별하게 연결되어야 한다.”라며 “웨딩드레스를 만드는 것은 나와 우리 팀 모두에게 무척이나 놀라운 경험이다.”라고 고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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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ourtesy of Richard Quin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