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정한 자기 객관화의 시간
가슴에 손을 얹고 스스로에게 물어보세요. ‘밥 배’와 ‘디저트 배’는 따로 있다고 믿고 있진 않은지, 밥만큼이나 ‘빵’과 ‘면’을 사랑하지 않는지. 만약 모두 그렇다면, 당신은 탄수화물 중독일지도 모릅니다.
가공식품, 탄수화물 중독의 시작
지난해, 한국인이 섭취한 당류의 60%가 가공식품을 통해 이뤄졌다는 사실을 아시나요? 이를 쉽게 지나칠 수 없는 이유는, 우리가 탄수화물 중독에 빠지는 큰 이유 중 하나가 바로 가공식품이기 때문입니다. 한국생명과학연구소팀과 서울대학교의 공동 연구에 따르면, 평소 자연 단맛인 방울토마토를 좋아하는 원숭이에게 가공 과자를 먹게 하자 방울토마토를 버리고 과자만 선택하는 행동을 보였다고 하죠. 가공식품의 강력한 단맛이 뇌를 자극하고 중독성을 일으킨 것입니다.
비단 과자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빵과 떡, 국수 같은 정제 탄수화물 역시 문제죠. 탄수화물은 결합구조에 따라 복합 탄수화물과 정제 탄수화물로 나뉘는데요. 복합 탄수화물은 대게 자연 상태에서 얻어지는 탄수화물로 우리 몸에 이롭지만, 정제 탄수화물은 섬유소나 무기질, 비타민을 제거하고 단맛만 남긴 ‘단순당’이라는 차이가 있습니다. 앞서 언급한 과자와 빵, 떡, 국수 등은 모두 정제 탄수화물에 해당하죠. 이러한 가공 식품은 체내 혈당을 급격히 올리고 인슐린 분비를 과도하게 촉진하면서 우리를 저혈당 상태로 빠지게 합니다. 혈당을 다시 올리기 위해 또다시 정제당을 찾게 되는, 중독의 굴레에 빠지게 되는 것입니다.
스트레스를 받을 때 디저트를 찾는다면, 의심해 보기
우리 몸이 스트레스를 받으면 코르티솔 호르몬이 분비됩니다. 코르티솔은 음식을 섭취하지 않아도 우리 몸의 혈당을 높이는 작용을 하죠. 이렇게 올라간 혈당으로 인슐린의 분비가 촉진되고, 인슐린의 작용으로 체내 혈당 수치는 스트레스를 받기 전보다 더 감소합니다. 우리가 스트레스를 푸는 방법 중 하나로 ‘먹는 것’을 택하는 이유입니다. 하지만 스트레스를 받을수록 더 달고, 자극적인 음식을 찾고 있다면 탄수화물 중독을 의심해 봐야 합니다. 단 음식이 우리 뇌에서 도파민을 분비해 기분을 좋게 만드는 것은 사실이지만, 반복적으로 당을 섭취할 경우 도파민 감수성이 둔화되어 더 자극적이고 많은 단맛을 원하게 되거든요. 전문가들은 이러한 증상이 마약 중독과 비슷할 만큼 강력한 현상이라고 지적합니다.
꼭 스트레스를 받지 않아도, 평소 디저트를 자주 찾는 것도 문제입니다. 탄수화물에 중독되면 기분을 향상하는 뇌 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의 농도가 떨어지는데요. 우리 몸에서는 세로토닌 농도를 높이기 위해 단것을 섭취하려 하고, 무의식적으로 군것질을 찾게 되는 행동이 발생하게 되는 것입니다.
탄수화물 중독을 극복하는 방법
1. 식사는 규칙적으로, 식이섬유와 단백질 늘리기
긴 공복 시간 뒤에 섭취하는 식사는 급격한 혈당 상승을 유발해 탄수화물 중독을 더 심각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가능한 규칙적인 식사를 통해 혈당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죠. 또한 식사 중에는 잡곡과 채소가 많이 함유된 음식을 먹는 것이 좋습니다. 탄수화물을 줄이는 대신 단백질량을 늘리는 것도 방법입니다. 단백질은 포만감을 높이기 때문에 탄수화물을 섭취하고자 하는 욕구를 줄이는 데에 도움을 줍니다.
2. 당(GI)지수 낮은 식품을 고르고, 영양제의 도움 받기
같은 식품이라도 당지수가 비교적 낮은 것을 골라야 합니다. 보통 당지수가 70이 넘어가는 음식은 혈당을 급격하게 올렸다가 낮추며 공복감을 빠르게 느끼게 합니다. 같은 이유로 설탕, 액상과당, 흰 밀가루 음식은 절제해야 하죠. 모두 혈당을 급격히 올리는 식품이거든요. 적게 먹는 것을 조절하기 어렵다면 아예 끊어보는 것도 방법입니다. 과도한 음주로 간 기능이 손상된 경우, 정상으로 회복될 때까지 술을 끊는 것과 같은 원리인데요. 단순당 섭취를 끊어서 몸이 정상 시스템으로 회복되는 시간을 가지는 것입니다.
영양제의 도움을 받는 것도 좋습니다. 고용량의 비타민은 우리 몸의 조절 기능을 회복하는 데에 도움을 주거든요. 이를테면, 체내 비타민 D가 부족할 때, 식욕에 관여하는 호르몬 분비가 불안정해질 수 있습니다. 오메가3 지방산은 뇌의 정상적인 기능을 유지하고 염증을 줄이는 데에 도움이 되니 참고하세요.
3. 하루 7시간 이상 숙면하기
잠이 부족하면 우리는 가짜 배고픔을 느낍니다. 식욕 조절 호르몬인 그렐린과 렙틴이 수면과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렐린은 식욕을 촉진하고, 렙틴은 식욕을 억제하는 기능을 하는데요. 잠이 부족하면 그렐린 분비가 활성화되어 식욕이 왕성해집니다. 부족한 잠을 ‘음식’으로 보상하려는 작용으로 군것질 섭취가 늘어날 수 있는 것이죠. 평소 7시간 이상 충분한 숙면을 통해 호르몬을 안정적으로 유지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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