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프리즈 위크가 개막하며 미술 애호가들의 캘린더는 그 어느 때보다 빼곡해진다.
화제 너머 화제, 이달 열리는 전시 중 단연 주목해야 할 전시 10개를 추렸다.
기묘한 공간으로의 초대
<Spaces>
아모레퍼시픽미술관 | 9월 3일~2025년 2월 23일
규모와 파격이 함께하는, 아티스트 듀오 엘름그린 & 드라그셋(Elmgreen & Dragset)의 아시아 최대 규모 전시가 개최된다. 북유럽 출신의 엘름그린 & 드라그셋은 1995년 결성 이래 조각, 설치, 퍼포먼스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냉소적 유머와 철학이 공존하는 작품을 통해 고착화된 사회정치적 구조를 새롭게 바라보는 시각을 제시해왔다. 이번 전시에선 집, 수영장, 레스토랑, 주방, 작가 아틀리에에서 출발한 총 5개의 대규모 공간 설치 작업을 비롯해 50여 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고즈넉한 한옥마을에 불시착한 AI 미술
<대지의 메아리>
푸투라 서울 | 9월 5일~12월 8일
북촌 한옥마을 중심부에 350평 규모의 신생 예술 공간 ‘푸투라 서울’이 8월 29일 개관한다. 2022년 뉴욕 현대미술관에서 8m 높이의 대형 AI 작품 ‘Unsupervised’를 선보이며 전례 없는 화제를 모은 미디어 아티스트 레픽 아나돌(Refik Anadol)의 아시아 첫 개인전을 개관전으로 서막을 올린다. 작가 및 스튜디오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자연에 특화된 오픈소스 생성형 AI 모델인 ‘대규모 자연 모델(LNM)’을 기반으로 영상, 다중 채널 사운드, 후각 등을 아우르는 몰입형 전시를 펼칠 예정이다.
이우환과 마크 로스코의 대화
<Correspondence>
페이스갤러리 서울 | 9월 4일~10월 26일
1960년대 후반 일본 전위예술 그룹 ‘모노하’를 주도한 이우환, 영적인 대규모 색면 추상 회화로 널리 알려진 마크 로스코(Mark Rothko). 미술사에 명징하게 이름을 새긴 두 인물의 작품 세계를 나란히 감상할 수 있는 보기 드문 전시다. 이번 전시는 로스코 유족과 협력해 이우환이 직접 기획에 참여했으며, 2018년에서 2023년 사이 제작된 이우환의 ‘Dialogue’와 ‘Response’ 연작 회화와 1950년대 및 1960년대에 공개된 마크 로스코의 주요 작품을 함께 선보인다.
공간 안에 생동하는 모든 존재들의 울림
<제15회 광주비엔날레>
광주 전역 | 9월 7일~12월 1일
비평서 <관계의 미학>으로 유명한 스타 큐레이터 니콜라 부리오(Nicolas Bourriaud)가 예술감독으로 등판하며 화제를 모은 <제15 회 광주비엔날레>. 올해는 ‘판소리, 모두의 울림’이란 제목으로 전 세계 30개 국가 73명의 작가가 광주를 찾는다. 분쟁적 국경, 사회적 거리 두기, 사막화와 이주 등 동시대를 관통하는 언뜻 서로 다른 것처럼 보이는 이 화두들의 교집합은 ‘공간(판)’이다. ‘공공장소에서 나는 소리’를 뜻하는 한국 고유의 음악 장르인 ‘판소리’를 큰 줄기로, 동시대 공간을 탐구하는 작가들을 소개하며 판소리 본연의 정신을 재현한다.
기술과 생물학, 예술의 만남
<또 다른 진화가 있다, 그러나 이에는>
리움미술관 | 9월 5일~12월 29일
뉴욕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한국계 미국 작가 아니카 이는 ‘독창적 상상력으로 냄새 풍경화를 만드는 작가’로 일컬어진다. 이처럼 냄새를 비롯해 박테리아, 개미, 튀긴 꽃, 침등 흔히 예술에 적용된 적 없는 재료를 사용하고 디아스포라, 여성주의 등 정치적 함의를 갖는 작업으로 이름을 알린 작가의 아시아 첫 미술관 개인전이 개최된다. 이번 전시에선 최근작을 비롯해 이와 연결된 구작을 함께 전시해 작가의 전반적 작업 세계를 조명한다.
진실과 허구 사이의 미래
<스페큘레이션스>
아트선재센터 | 8월 17일~11월 3일
한국 동시대 미술에서 가장 중요한 이름 중 하나, 서도호가 2003년 아트선재센터에서 국내 첫 개인전을 가진 후 20년 만에 돌아온다. 2005년 시작해 물리적, 개념적 장애물이나 실행상의 어려움으로 가설, 다이어그램, 애니메이션, 모형, 글의 형태로 존재하는 프로젝트인 ‘스페큘레이션’ 시리즈를 필두로 작가가 고향이라고 일컫는 도시들을 연결하는 건축적 상상을 표현한 ‘브릿지’ 프로젝트, 재개발로 인해 사라지는 런던과 대구의 공동주택 단지에서 시작된 영상 작업 등을 선보일 예정이다.
가고시안이 온다
APMA 캐비닛 | 9월 3일~10월 12일
메가 중 메가, 전 세계 19개 도시에 지점을 보유한 세계 최대 갤러리 ‘가고시안’이 한국 첫 전시를 개최한다. 도시 속 흑인들의 삶의 모습을 회화, 조각, 퍼포먼스 등으로 옮기고, 나아가 팝아트를 전략적으로 활용해 광고 디스플레이, 소비 상품, 욕망 등을 강조해온 뉴욕 기반의 예술가 데릭 애덤스(Derrick Adams)가 첫 전시의 주인공으로 낙점됐다. 뷰티 기업 아모레퍼시픽과 손잡고 개최되는 만큼,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자신의 브루클린 스튜디오 근처, 전 세계에 위치한 뷰티 매장의 쇼윈도 디스플레이에서 영감을 얻은 새로운 회화 연작을 선보인다.
스털링 루비의 예술부터 패션까지
<먼지 덮인 계단 위 쉬고 있는 정원사>
신세계갤러리 | 9월 5일~11월 30일
2008년 교도소를 떠올리게 하는 설치물과 가짜 피로 뒤덮은 물건을 전시한 LA카운티 미술관 전시 , 성조기를 꿰매 완성한 텍스타일 조각 연작 ‘Soft Work’ 등 개인사, 미술사, 사회 내 폭력과 압박 문제를 다루는 미국 출신의 예술가 스털링 루비(Sterling Ruby)가 전시를 위해 한국을 찾는다. 이번 전시에선 풍부한 디테일의 세라믹, 인상주의적 도상의 콜라주, 알루미늄 조각, 드로잉 등 40여 점을 통해 그의 작품 세계를 조망한다. 작가가 전개 중인 패션 레이블 ‘S.R. STUDIO LA. CA.’의 쿠튀르 의상도 만날 수 있다.
마이어 리거의 서울 상륙
마이어 리거 서울 | 9월 3일~10월 12일
글로벌 갤러리의 한국행 러시는 올해도 여전하다. 독일 기반의 갤러리 ‘마이어 리거’가 9월 서울에 진출한다. 1960년대 독일 신구상 운동을 주도한 호르스트 안테스(Horst Antes)가 개관전의 주인공으로, 작가는 초기 몸통 없이 머리에 팔다리만 붙어 있는 형상 ‘코프퓌슬러(Kopffüßler)’를 중심으로 한 회화 및 조각을 통해 인간 존재를 탐구했고, 이후 집, 보트, 셔츠, 창문, 창틀 등을 매우 단순하게 표현한 회화를 펼쳤다. 이번 개인전에선 작가의 작품 세계를 두루 조명한다.
피노의 미학적 결실, 서울로
송은 | 9월 4일~11월 23일
2021년 프랑스 ‘부르스 드 코메르스-피노 컬렉션’ 미술관의 개관은 미술계에서 큰 화제를 모았다. 구찌, 보테가 베네타, 발렌시아가 등을 소유한 케링 그룹의 회장이자 세계적인 슈퍼 컬렉터 프랑수아 피노(François Pinault)가 소장한 근현대 미술품 1만여 점을 한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송은에서 진행되는 이번 피노 컬렉션 소장품전은 2021년 개관전 <우베르튀르>에서 영감을 얻었다. 당시 개관전에 소개된 뤽 튀망, 피터 도이그 등의 걸작을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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