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인 스펜서가 진정한 ‘나’를 보여주는 힘

윤다희, Brynn Wallner

완벽한 웨스턴 무드! 크리스찬 루부탱의 기디업 컬렉션과 배우 레인 스펜서의 특별한 만남

레인 스펜서는 다섯 살부터 배우를 꿈꾸기 시작했습니다. “그맘때부터 연극을 시작했어요. 작은 몸으로 진심을 담아 연기했죠.” 화보 촬영을 위해 글램 걸로 완벽 변신 중이던 스펜서가 대답했죠. “연기하는 일을 정말 좋아했어요. 무척 어렸지만 확신이 있었죠. 바로 이거야, 앞으로도 연기를 하고싶어! 라고요.” 자신이 원하는 목표에 망설임 없이 나아가는 스펜서의 당당하고 자신감 있는 태도는 이번 화보 촬영을 위해 그가 착용한 크리스찬 루부탱의 2024 F/W ‘기디업(Giddy Up!)’ 컬렉션과 완벽한 조화를 이뤘습니다. (이번 가을, 크리스찬 루부탱은 웨스턴 무드가 돋보이는 시즌 아이템과 함께 19세기 미국 중서부 지역에서 말을 달리게 할 때 쓰이는 명령어인 기디업, 앞으로 나아간다를 타이틀로 선정해 혁신을 시도하는 브랜드의 정체성을 강조했죠.) 어머니에게 배우 활동을 도와줄 에이전트를 구해야겠다 선언하며 자신의 길을 개척해 나간 스펜서처럼요.

배우를 향한 첫걸음을 내딛기 위해 스펜서는 서쪽을 향했습니다. 독일에서 태어난 스펜서는 갓난 아기 시절 노스 캐롤라이나로 이사했는데요. 이곳은 스펜서가 처음으로 연기를 향한 열정을 발견한 의미있는 장소이자 올해 여름 그가 주연으로 참여한 드라마 시리즈의 속편을 촬영한 곳이기도 합니다. 아마 스펜서가 ‘내 안의 다양한 나’를 알고 이해하기까지 꽤 오랜 시간을 소요했다는 사실까지 알지 못하는 이들은 금의환향한 그의 모습을 보고 스펜서의 어릴 적 꿈이 이루어진 거라 단순하게 생각할지도 모르죠.

“전 제 안의 내면 아이를 사랑해요. 그래야만 하고요.” 부드럽지만 확신이 느껴지는 말투네요. 수없이 떨어지고 다시 안장 위로 올라서는 시간들을 견뎌낸 그녀이기에 가능한 말이죠. 스펜서와 어머니는 LA로 이주했고, 스펜서는 열 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첫 영화 배역을 따냈을 뿐 아니라 에이전트와의 계약을 체결하는 데에 성공했습니다. “모든 배우 지망생에게 일어나는 상황이 아니란 걸 잘 알기 때문에 마음 깊이 감사하고 있답니다. 어린 저를 위해 많은 분들이 애써 주셨으니까요. 하지만 그 이후 거의 10년 동안 별다른 성과 없이 계속 오디션을 보러 다녔어요.” 아역의 어려움과 설움에 대해서도 솔직하게 언급했죠. 하지만 진심으로 연기를 하고 싶었던 스펜서는 몸과 마음 그리고 영혼의 방향키를 서쪽 외의 곳으로 돌리지 않았습니다. 자신을 믿고, 의심을 품게 하는 것들에게는 사소한 눈길조차 주지 않고.

크고 작은 역할들을 충실하게 소화하고, 2022 트라이베카 필름 페스티벌에서 연기상을 수상하며 커리어를 착실히 쌓은 스펜서이지만, 그는 여전히 내면의 소리를 듣는 일에 집중했습니다. 6년간 꾸준히 명상하고 마음의 소리를 경청해 차분함과 평정심을 유지했죠. “한 가지 깨달은 것이 있어요. 어떤 상황을 머리로 이해할지라도 가슴으로 받아들이지 못하면, 저의 내면 아이는 큰 혼란을 느끼고 문제를 제대로 직시하지 못해요. 따라서 상처를 받았을 때 저만큼은 저 자신을 반드시 다정하게 대하고, 사랑하고 돌봐주는 데 집중해요. 산책을 하거나 맛있는 아이스크림을 사 먹기도 하고, 지금 내게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귀 기울여 들으려고 하죠.”

많은 사람들이 단단한 내면을 빚기 위해 수년간 상담을 받습니다. 그의 나이 스물 넷, 스펜서는 그 대신 자신과 타인의 감정을 인식하고 이에 대처하는 방법을 찾았죠. 연기도 이러한 정서 지능을 발달시키는 좋은 도구로 작용했고요. “전 분장하는 걸 정말 좋아해요!” 배우라는 직업 덕분에 경험할 수 있었던 다양한 스타일을 떠올리며 스펜서가 즐겁게 말을 이어갔습니다. “제가 연기하는 캐릭터를 위해 준비된 옷을 입는 순간, 그 인물이 된 것 같은 기분을 느껴요. 또 캐릭터가 보여주고 싶어 하는 것이나 감추고 싶어 하는 것을 직감적으로 깨닫기 시작하죠.”

스펜서는 일에 쓸 에너지를 아끼기 위해 매일 같은 옷 입는 걸 선호하는 자신의 스타일을 ‘만화 속 캐릭터’에 비유했습니다. 하지만 내면엔 패션 애호가 기질이 숨어있는지 스펜서는 얼마 전, 2000년대 Y2K 패션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다시 정주행하기도 했다고 하네요. 싱글맘인 어머니와 유년 시절을 보낸 영향으로 스펜서는 우리가 흔히 TV로 본 로스앤젤레스 특유의 쇼핑 중심의 일상을 선호하지 않는 거죠. 과도한 쇼핑을 하지는 않지만, 레드카펫과 화보 촬영 현장에서 착용한 의상들에 담긴 보이지 않는 노고에 깊이 감사하죠. 크리스찬 루부탱 슈즈의 아이코닉한 빨간 밑창보다 부츠와 백의 스티치, 장식에 새겨진 고유의 장인 정신과 섬세함이 슈즈를 진정 아름답게 빛내니까요.

내면의 아름다움에 주목하는 스펜서에게 빈티지샵에서 찾은 중고 의상과 브랜드 신상품, 보석이 장식된 웨스턴부츠는 모두 같은 의미를 지닙니다. “고등학생 시절에 중고 의류를 입었다 하더라도 전 그 옷을 백만 달러짜리처럼 여겼을 거예요. 지금 이렇게 크리스찬 루부탱의 슈즈를 신고 있지만, 제 기분은 여전히 평온해요. 진정한 나를 보여줄 수 있는 건 오로지 나 자신이니까요.” 스펜서의 다정하면서도 단호한 말엔 두가지 진실이 숨어있습니다. 옷이 사람을 입는 것이 아니라 그 반대라는 것. 마찬가지로 나를 바라보는 시선의 기준은 타인이 아닌 내 안에 존재한다는 것.

Brynn Wallner
사진
Lea Winkler
스타일리스트
Ian Bradley
메이크업
Tiffany Patton
헤어
Akihisa Yamaguchi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Diana Weisman
시니어 패션 디렉터
Jenna Wexler
시니어 패션 에디터
Kate Marin
탤런트 부킹
Mikaela Baruch
프로듀서
Marilee Hod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