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만난 케이 니노미야

김신

매일매일 일만 하는 느와 케이 니노미야(Noir Kei Ninomiya)의 디자이너 케이 니노미야가 지난 8월 8일 자신의 새로운 컬렉션을 들고 서울에 왔다.

온통 검은색 일색이던 느와 케이 니노미야의 컬렉션이 색을 입었다. 그간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디자이너 케이 니노미야.

<W Korea> 몇 년 전 파리 아틀리에에서 만나고, 이렇게 서울에서 다시 만나니 반갑다. 서울은 처음인가?
케이 니노미야 Kei Ninomiya 가까운 나라고, 서울에 친구도 많 이 있는데 아쉽게도 그간 기회가 없었다. 이번 기회에 방하게 되어서 너무나 영광이다.

서울에서 공식적인 행사는 처음인 것 같은데, 이번 방한은 어떻게 기획되었는지 궁금하다.
그렇다. 서울에서 공식 이벤트는 처음이다. 새 시즌을 론칭하는 타이밍에 맞춰 컬렉션 이미지를 전달하고 싶은 마음에 전시를 준비하게 되었다.

지난 2월 파리에서 당신의 2024 F/W를 직관했다. 이번 컬렉션을 보니 당신에게 새로운 관심사가 생긴 듯하다. 컬렉션에 대해 설명 부탁한다.
사실 기존 컬렉션과 크게 다르지 않다. 내 컬렉션에 주를 이룬 블랙이라는 틀은 여전하지만, 새로운 감각이라든가 색감 같은 것을 도입해서 좀 더 자유롭게 분방하게 표현해보았다.

당신은 늘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데 진심을 다한다. 검은색 일색이던 컬렉션에 색이 들어간 점이 인상적이다. 그것을 부각시키기 위해 쇼에 어떤 특별한 효과를 섞었는지 궁금하다.
매 컬렉션을 어떻게 새롭게 보여줄지 항상 고민한다. 예를 들어 런웨이에서 걷는 방식, 음악 등 쇼를 구성하는 다양한 요소를 의상 디자인만큼 신경 쓴다. 특히 이번 쇼의 음악은 하세가와 하쿠시라는 아티스트와 두 번째 작업이다. 이분을 통해서 쇼를 보여주는 방식을 바꾸기도 했고, 런웨이를 걸어갈 때 옷에 넘버링을 붙이기도 했다. 음악이 컬렉션에 개입하는 방식을 조금 적극적으로 대입해본 시즌이었다. 그리고 헤드피스는 도자기 아티스트 타쿠로 쿠와타와 작업했는데, 그만의 독특한 색감과 뉘앙스, 컬러풀한 세계관을 다양한 방식으로 컬렉션에 접목했다. 그리고 옷에 색감을 덧칠하는 부분에서 다양한 신규 테크닉을 실험해보았다. 예를 들어 화이트 소재라고 한다면 거기에 색을 입히기도 하고, 옷을 구성하는 깃털 같은 오브제에 색을 입히면서 새로운 시도를 했던 것 같다.

당신 말처럼 헤드피스가 정말 인상적이다. 옷을 돋보이게 해준달까? 도자기 아티스트와의 작업은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첫 만남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데 10년 전 지인 소개로 알게 되었다. 팬데믹이 끝나갈 즈음부터 협업을 시작했다. 컬렉션의 헤드피스 작업을 해주셨는데, 세 번의 컬렉션을 같이했다. 그리고 공적으로도 사적으로도 자주 커뮤니케이션하다 보니, 내가 어떤 느낌, 뉘앙스로 표현하고 싶다라고 말하면 쿠와타상이 적극적으로 아이디어를 제시해주면서 시너지를 내게 되는 것 같다.

당신의 의상은 형태만 봐도 얼마나 품이 많이 들어갈지, 완성 과정이 얼마나 까다로울지 짐작조차 하기 어렵다. 이번 시즌 룩 중에서 만들기 가장 어려웠던 룩은 무엇인지 알려달라.
시간이 가장 많이 걸린 것은 깃털 작품이다. 아무래도 하얀색 깃털에 색감을 덧칠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보니 시간이 많이 걸렸다. 다만 어떤 것이 가장 까다로웠냐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그 까다로움의 정도가 모든 룩이 달라 꼽기는 어려운 것 같다.

느와 케이 니노미야의 2024 F/W 컬렉션 7 피스가 한남동 꼼데가르송 플래스십 스토어에서 전시되었다.

서울에서 전시하는 일곱 룩을 선정한 특별한 이유가 있었는지도 궁금하다.
이번 쇼에서 꼭 보여주고 싶은 것들을 선정했다.

당신의 옷에서는 수작업에 대한 경외가 느껴진다. 옷을 만들 때 가장 어려운 순간은 언제인지, 반대로 또 가장 즐거운 순간은 언제인지 궁금하다.
사실 그 두 가지가 돌고 도는 듯한 느낌이다. 일단 나의 작업은 옷을 형태화시키는 자체로도 굉장히 어려운 작업이 맞지만 또 많은 사람의 힘과 아이디어가 모여서 완성되어가는 일이다. 상상한 것을 형태로 구현하고, 또 그것이 완성이 되었을 때, 아니면 그 과정 안에서 예기치 못한 새로운 발견이 있을 때 굉장히 즐거운 것 같다.

당신이 만든 모든 피스는 다 작품이다. 이 옷들을 보관하고 관리하는 일도 쉽지 않을 것 같다. 어떻게 관리하는지 궁금하다. 너무 당연한 이야기 같지만 정말 한 벌 한 벌 ‘잘’ 포장해서 보관한다(웃음). 기본적으로 쇼에 출품한 작품은 모두 아카이빙해두었다. 개별적으로 잘 포장해서 있어야 할 곳에 보관한다.

옷을 만들 때 상업성과 작품성의 균형은 어떻게 맞추는지?
기본적으로 팔릴 상품을 제작한다라는 생각으로 일을 한다. 일상에서 입을 수 있는 범위까지 고려하면서 만드는데, 전체적인 이미지를 좀 강하게 가는 것부터 이것을 일상에 적용시키는 부분까지 전 범위(범주)가 나의 일 중 하나라고 생각하면서 작업한다. 특히 지금 보는 이 깃털 작품 같은 경우 역시 판매 상품, 실질적으로 입을 수 있게 만든 것이다. 양자 간에 큰 간극은 없다고 생각한다.

이번 컬렉션에서 리복과 협업했다. 당신은 몽클레르, 헌터, 레페토, 리복 등 다양한 브랜드와 협업을 펼친다. 협업을 하는 이유, 그리고 어떤 기준으로 브랜드를 선정하는지 듣고 싶다.
협업을 할 때 브랜드를 선정하는 내 나름의 기준은 있다. 브랜드 자체에 역사와 전통이 있고, 한 분야에서 탁월한 브랜드와 협업을 한다. 무엇보다 우리가 만들지 못하는 작품, 제품군과 협업을 진행하는 편이다. 예를 들어 헌터는 레인부츠, 몽클레르는 다운 재킷 식으로. 오랜 시간에 걸쳐서 브랜드 역사를 축적해 노하우가 있는 브랜드와 협업한다고 보면 될 것 같다. 특히 이번에 협업한 리복의 경우에는 리복의 아이코닉 운동화 펌프 퓨리의 30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것을 기념하기 위해 리복이 우리에게 제안을 했고, 이걸 하나의 아이콘으로 도입해보면 어떨까라는 관점에서 진행했다.

이토록 창의적이고 정교한 옷을 만드는 당신의 하루 일과가 궁금하다. 당신만의 루틴이 있나?
못 믿을 수도 있는데, 나는 정말 일만 한다.

일 외에 빠져 있는 것이 있다면? 최근 당신의 관심사는 무엇인지?
별로 없다.

서울에서 남은 일정은 어떻게 구성되어 있나? 계획된 어떤 재미난 일이 있는지 궁금하다.
사실 다음 컬렉션 준비 때문에 분주한 시기다 보니까 이 이벤트가 끝나면 바로 귀국해야 한다. 많이 아쉽다. 서울에서 꼭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으니까. 앤트워프 동기로 서울에서 활동하고 있는 분이 있는데, 그분을 만났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다.

패션계에 선명한 인장을 새긴 지금, 앞으로의 계획이나 도전해보고 싶은 무언가가 있는지? 당신의 옷을 보면 그저 하루 하루 좋아서 하고 있는 일을 계속하고 있는 것 같아 보이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일을 크게 벌인다 그런 것보다는, 양질의 상품, 작품 이런 것을 꾸준히 만들어내는 데 집중할 거다. 그렇게 꾸준히 매일 일을 하면서 좀 더 좋은 것, 좀 더 나은 것, 이런 것들을 추구하고 싶다.

아마도 당신은 평생 이 일을 기꺼이, 흔들림 없이 하겠지만, 가끔 지치거나 힘든 순간은 어떻게 이겨내는지 궁금하다. 동시대를 살아가고, 당신을 보며 또 다른 꿈을 꾸는 이들에게 당신의 이야기를 전해달라.
우선은 내가 패션 쪽 꿈을 꾸는 분이나 후배분들까지 신경 쓸 정도의 사람은 아직 아니다. 그리고 지금 나는 너무나 좋아하는 일을 업으로 하다 보니까 힘들고 지치고 그런 순간도 있지만 그냥 하게 되더라. 좋아하는 일을 한다면 지속하는 힘, 지속하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사람이 하는 말이 그 사람을 닮았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는데, 지금이 그렇다. 꼭 당신 같은 대답이다. 마지막 질문이다. 당신의 시그너처 헤어스타일 말인데, 그 스타일은 집에 가면 누워 있는지 궁금하다.
그건 상상에 맡기겠다(웃음).

포토그래퍼
니콜라이 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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