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ST PERFORMANCES with Netflix

권은경

이제, 여기 초청된 10명의 매력 넘치는 배우들이 새롭고 빛나는 축제를 연다

매달 그 시점에서 가장 핫하고 멋지고 재밌는 것만 모아, 에디터들의 개성이라는 필터를 거쳐 12첩 반상처럼 차려내는 것이 패션 매거진이다. 그냥 차려내는 수준으로 끝낼 수는 없다. 그것들을 무대에 올려 정성스럽게 조명을 비추는데서 매거진의 이름도 힘도 같이 빛난다. 그리고 매거진으로서 어떤 무대를 만들 수 있는지,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아예 새로운 기준을 제시한다면 더욱 짜릿한 일이다.

미국 <더블유>는 오래전부터 그런 일을 벌여왔다. 한 해 동안 발표된 수많은 할리우드 영화 속에서 뛰어나고 매력적으로 각인된 배우들을 선정해 화보 형식으로 축제를 벌이는 것. ‘베스트 퍼포먼스’는 2011년부터 해마다 선보이는 그 스펙터클한 규모의 화보 프로젝트 명칭이다. 브래드 피트와 틸다스윈턴 같은 슈퍼스타부터 배리 키오건과 그레타 리 같은 라이징 스타까지, 매번 30명 내외의 다채로운 배우가 참여하는 떠들썩한 사건이 벌어진다. 케이트 블란쳇과 마고 로비는 단골 출연자이고, 신인 시절의 티모시 샬라메와 에디 레드메인의 앳된 얼굴이 남아 있으며, 조디 포스터처럼 화보로 접하기 힘든 배우가 단 세 컷을 촬영하기 위해 외출한다.

그러니까 할리우드에서 ‘베스트 퍼포먼스’는 <더블유> 매거진과 배우들의 접선 암호명 같은 이름이자 보기 드문 연례행사다. 한국에서 이런 프로젝트를 시도한다면 어떨까? 물론 이곳의 사정은 할리우드와 같을 수 없고, 팬데믹을 거치며 극장 개봉과 방송 편성에 있어 계획대로만 흘러가지 못하는 업계 분위기가 존재하게 되었다. 분명한 건 K 드라마와 K 배우의 놀라운 힘이다. 우리는 늘 재밌는 무엇이 출현하길 기다리고, 여기서 즐기는 것은 이제 전 세상 어딘가에서도 즐기는 것이 된다. 그 사실을 큰 동력 삼아 <더블유 코리아>의 눈길이 향한 곳은, 넷플릭스다. 영상 콘텐츠 산업의 지형도를 뒤흔든 제1의 스트리
밍 서비스. 과거의 것과 지금 뜨거운 것이 공존해 앞으로도 기대하게 만드는 라이브러리. 무엇보다, 누구나 언제든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드나드는 곳. 넷플릭스 공동 CEO인 테드 서랜도스가 지난해 4월 윤석열 대통령을 만나 ‘향후 4년 동안 25억 달러(당시 기준 약 3조3,000억원)를 투자해 전 세계와 한국 관객이 사랑하는 콘텐츠를 제대로 만들겠다’고 약속한 만큼, 지금도 어딘가에서는 새로운 작품을 둘러싼 신이 만들어지고 있다.

<더블유 코리아>와 넷플릭스가 의기투합하여 기획한 ‘베스트 퍼포먼스 위드 넷플릭스’는 1년 동안 선보이는 넷플릭스 작품의 배우들을 대상으로 한다. 이미 공개된 작품의 배우는 그 작품과 함께 다시 발견해주고, 공개를 앞둔 작품의 배우에게선 아직 가늠할 수 없는 그 이야기와 활약을 기대하는 마음으로. 넷플릭스에서 올 초 2024년의 라인업을 발표한 이후 겨울의 기운이 가시지 않았을 때부터 우리는 논의를 시작했다. 이를 위해 시야를 넓게 할 필요가 있었다.

넷플릭스는 올 한 해 동안 영화, 시리즈, 예능을 통틀어 총 30편의 자체 제작 작품을 선보인다. 그중 드라마에 해당하는 시리즈물은 15편이다. 작년에 첫선을 보인 <경성크리처>의 파트 2가 1월 초 공개된 것을 시작으로, 김현주가 출연한 <선산>이 2024년의 본격적인 출발을 알렸다. 올해 넷플릭스 시리즈의 크레딧에서 가장 자주 눈에 띄는 이름은 ‘연상호’다. 그는 미스터리물 <선산>의 공동 원안자로 각본을 썼고, <기생수: 더 그 레이>(4월 5일 공개)와 <지옥 2>(4분기 중 공개)를 연출했다. 전소니와 구교환이 출연한 <기생수: 더 그레이>는 공개 후 일주일 동안 무려 980만 시청 수를 기록했고, 영어권과 비영어권 작품을 통합한 글로벌 톱 10에서 1위를 찍은 데다 84개국에서 톱 10에 진입하는 활약을 펼쳤다. <살인자ㅇ난감>(2월 9일 공개), <닭강정>(3월 15일 공개)은 각각이 독특한 DNA를 가진 작품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공개된 <종말의 바보>(4월 26일 공개)는 무려 지구 종말이라는 SF 영화적 상상력과 평범한 사람들의 평범한 일상을 담담하게 관조하는 시선이 결합된, ‘그럼에도 불구하고 삶을 살아가는 이야기’였다. 영화 <더 킹>, <관상>, <연애의 목 적> 등을 연출한 한재림 감독은 <더 에이트 쇼>(5월 17일 공개)로 드라마 작업에 처음 도전했다. 사전에는 <오징어 게임>과 비슷한 설정이라는 시선이 있었지만, 베일을 벗은 <더 에이트 쇼>는 ‘게임’보다는 인간의 원초적 욕망을 전시하는 한 편의 지독한 ‘쇼’에 가까웠다. 이 작품은 공개 후 일주일 동안 480만 시청 수를 기록, 비영어 부문 글로벌 톱 10 1위, 68개국에서 톱 10에 진입했다.

10대와 Z세대에게 호응이 있었던 하이틴물 <하이라키>(6월 7일 공개) 다음으로는, 정치 생리에 능한 어른 고수들의 싸움이 <돌풍>(6월 28일 공개)에서 회마다 휘몰아쳤다. 2020년 연말 시즌 1 공개 후 한국 드라마로는 처음으로 미국 지역의 톱 10 차트에 진입한 <스위트홈>은 세 번째 시즌(7월 19일 공개)으로 시리즈의 막을 내렸다. 수상한 여성 캐릭터가 등장하는 미스터리 스릴러 <아무도 없는 숲속에 서>가 8월 23일에, <경성크리처 2>가 3분기 중에 공개된다. 10월부터는 소문으로만 떠돌던 네 편의 시리즈가 정체를 드러낼 예정이다. <사이코지만 괜찮아>의 작가와 <소년심판>, <디어 마이 프렌즈>의 감독이 만든 독특한 로맨틱 코미디 , 첫 시즌과 웹툰 원작을 통해 탄탄한 마니아층을 구축한 <지옥 2>, 비밀스러운 결혼 서비스를 둘러싼 파격적인 스토리의 <트렁크>, 그리고 넷플릭스의 위상마저 바꿔 놓은 그 문제작의 다음 스텝, <오징어 게임 2>가 기다린다.

월간지에 ‘매달 그 시점’이란 사실 지금은 물론 가까운 미래까지 아우르는 개념이다. 시간을 앞서가야 하는 건 매거진의 숙명이니까. 그러나 한국과 미국의 <더블유> 매거진은 특별한 축제의 장을 위해 시계를 거꾸로 돌려보는 것에서부터 출발했다. 우리가 바로 지나온 시간 동안 어떤 작품들을 만났는지, 거기에 누가 자리했는지, 그들이 얼마나 빛났는지를 되새기고 호명하며 박수를 보내기 위해서다. 미국의 ‘베스트 퍼포먼스’를 생각하자면, 누구보다 먼저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 매거진이 뒤를 돌아봄으로써 그 많은 할리우드 스타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 이 아이러니한 현상은 재미와 의미를 모두 갖춘 일이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속도 빠르기로 치자면 지구 최강인 한국에서, 한 작품이 발표될 때마다 배우 및 관계자들이 치러야 할 프로모션 일정과 긴박하게 돌아가는 월간지 제작 환경은 아찔할 정도다. 배우들과 제작사, 홍보사는 대개 작품이 발표되는 시점에 집중적으로 홍보 활동을 한다. 밀도 높고 속도 빠른 그 시간 속에 있지 않다면 매거진의 조명도 꺼져버릴 수밖에. 그러나 <더블유 코리아>는 다시, 그리고 미리 그들을 무대로 세웠다. 자기 작품에 대한 프라이드를, 연기할 때의 설렘을, 공동 작업으로 작품 한 편
을 만들어가는 희열을 숨길 수 없었던 그들 하나하나에 스포트라이트를 비췄다. <더블유 코리아>가 추진하여 그들의 이름으로 한국영화아카데미(KAFA)에 기부금도 전달할 예정이다. 이제, 여기 초청된 10명의 매력 넘치는 배우들이 새롭고 빛나는 축제를 연다.

패션 에디터
김신, 이예진, 이예지, 김민지, 김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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