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 지금 영화계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나?

권은경

인공지능이 시나리오를 써주고, 다시 사람의 손길로 상당 부분 매만져야 했던 시기는 지났다.

이제는 인공지능이 각본, 연출, 음향, CG 등을 책임진 영화가 등판한다. 1인 창작자들에게 새로운 길을 열어주며 할리우드에서는 전문가들의 파업을 일으키기도 한 문제적 주인공, AI. 지금 영화계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나?

많은 대중 영화에서 인공지능은 인류 갈등의 원인으로 지목되곤 한다. 먼 옛날 <터미네이터> 시리즈는 인공지능 ‘스카이넷’ 이 인간의 역량을 뛰어넘으면서 오히려 그들에게 인간이 지배를 받는 미래 사회를 전제로 한다.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에서 토니 스타크와 브루스 배너가 지구를 지키기 위해 개발한 인공지능 ‘울트론’은 평화가 곧 인류와 어벤져스를 멸망시키는 길이라 자의적으로 판단하고 지구를 위협하기 시작한다. <엑스 마키나>의 로봇 ‘에이바’는 창조주의 목숨까지 위협하는 치명적인 팜므파탈이다. AI는 아직 알아가야 할 것이 훨씬 많은 미개척 영역임에도 불구하고, 인간의 상상력을 타고서 언젠가 인류를 능가할 수 있는 잠재적 공포 대상으로 자리 잡았다. SF 작가 아이삭 아시모프는 일찍이 픽션 속 최초의 인공지능이라 할 수 있는 메리 셸리의 <프랑켄슈타인>에서 착안, “인공 존재를 창조하는 욕망과 그 대상에 대한 공포”를 ‘프랑켄슈타인 콤플렉스’라 명명하기도 했다.

SF 소설이나 영화에서 본 일이 가까운 미래에 벌어질 수 있겠다는 제법 현실적인 공포가 공유되기 시작한 건 알파고가 이세돌 9단을 이기고, 챗GPT로 대표되는 생성형 AI의 존재가 알려진 이후부터다. 언론에서는 언젠가 AI가 특정 직업을 대체할수 있다며 자동화 대체 확률이 높은 직업부터 낮은 직업까지 순위를 매긴 기사를 쏟아냈다. AI에 맞선 가장 유명한 파업은 지난해 할리우드에서 촉발됐다. 미국작가조합(WGA)은 생성형 AI가 시나리오 작가들의 저작물을 무단으로 학습한다며 한동안 파업을 벌였다. 미국 배우·방송인노동조합(SAGAFTRA)은 배우의 신체 정보를 스캔한 인공지능이 배우 초상권을 무한정 영화에 쓸 수 있는 위험성을 지적하는 단체 행동에 들어갔다. 이 여파로 <듄: 파트2>, <미션 임파서블 8>, <베놈: 라스트 댄스>, <비틀쥬스 비틀쥬스>의 개봉이 연기됐다. 이들 파업은 지난 11월 ‘AI를 활용한 시나리오 집필 규제’, ‘배우의 디지털 복제본 제작 및 사용에 대한 제한’ 등을 포함한 잠정 합의안이 도출된 후에야 막을 내렸다. 업계 분위기가 이렇다 보니 할리우드 영화에서 AI 기술을 도입했다는 것은 종종 부정적 이슈에 휩싸이기도 한다. 앞서 언급한 파업 이전에 촬영된 영화 <악마와의 토크쇼>는 AI 이미지가 포함되었다는 이유로 일각에서 불매운동에 들어가야 하는 건 아니냐는 비판까지 나와 곤욕을 치렀다. AI 소프트웨어 시스템 ‘지나리오 (Genario)’의 설립자가 <할리우드 리포터> 매거진과의 인터뷰에서 언급했듯, “제작자, 작가를 비롯해 모두가 인공지능을 사용하고 있지만 그것을 공개적으로 인정하기를 두려워하는” 경향이 있는 것은 그래서다.

그럼에도 영화계에서 AI 도입은 피할 수 없는 움직임으로 보인다. 인공지능은 이미 프리 프로덕션에서 포스트 프로덕션에 이르기까지 영화 제작 공정 전반에 개입하고 있다. 영화는 높은 제작비에 비해 변수가 많아 흥행 여부를 점치기 어려운 위험 산업으로 꼽히는데, 최근 할리우드에서는 시네리틱 (Cinelytic), 스크립트북(Scriptbook), 볼트(Vault), 파일럿 (Pilot) 등 영화 흥행을 예측할 수 있는 인공지능 알고리즘 서비스를 다양하게 활용한다. 시네리틱은 장기간 축적된 영화 흥행 데이터와 주제, 출연 배우의 정보를 바탕으로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통해 흥행 패턴을 분석하고 배우 캐스팅부터 재무 관리까지 프로젝트 관리 전반에 솔루션을 제공한다. 워너 브라더스, 소니 픽처스 등 할리우드 대표 스튜디오들이 시네리틱과 이미 협업 중이다. 벨기에에 본사를 둔 스크립트북은 자사가 개발한 영화 시나리오 분석 알고리즘을 이용해 흥행 가능성을 점치는데, 이들이 분석한 로맨틱 코미디 영화 <빅 식>의 경우 인공지능의 예측과 실제 흥행 결과가 상당 부분 일치하는 결과를 낳았다. 디즈니 산하 연구 조직이 개발한 관객 선호 예측 솔루션은 영화 초반 관객의 표정을 분석해 영화 전체에 대한 반응을 예측한다. 이스라엘의 볼트사가 개발한 관객 분석 솔루션은 영화 예고편의 시청 데이터를 토대로 흥행 가능성 및 효과적인 마케팅 방식을 제안한다.

포스트 프로덕션 분야에서는 인공지능이 이미 상용화된 상태다. 현재 할리우드 영화 및 한국 방송 대부분이 사용 중인 색 보정 작업 툴, ‘다빈치 리졸브’는 인공지능을 이용해 영상 내 특정 인물의 자연스러운 컬러 그레이딩과 블러 작업 등을 돕는다. 어도비사의 영상 편집 프로그램 ‘프리미어 프로’는 장면 편집 탐지 기술을 통해 편집점을 자동으로 찾아내고, 이미지 편집 프로그램인 포토샵의 ‘뉴럴 필터’는 사람의 나이와 표정, 시선, 머리카락 색을 변경하거나 흑백 사진을 컬러 사진으로 바꾸고 피부를 매끄럽게 만들어주는 기능을 제공한다. 영상 CG 프로그램 ‘애프터 이펙트’는 움직이는 객체를 추적해서 지우는 작업을 손쉽게 만드는 것으로 작업 시간을 대폭 줄여준다. 립싱크(Lip-Sync) 기반 비디오 생성은 영상의 입 모양을 음성에 맞추는 등의 기술을 구현하는데, 이를 사용하면 기존 배우의 신체 연기를 스캔한 정보를 기반으로 각국의 언어로 더빙한 영상도 제작할 수 있다.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의 넷플릭스 영화 <아이리시맨>은 디에이징 기술로 로버트 드니로, 알 파치노 등 70대 배우들의 젊은 시절을 구현해 화제를 모았고, <퓨리오사: 매드맥스 사가>에서 퓨리오사와 어린 퓨리오사의 얼굴이 상당히 닮아 보이는 것 역시 인공지능의 힘이다. 퓨리오사를 연기한 배우 안야 테일러-조이는 토크쇼 <켈리 클락슨 쇼>에 나와 “영화 초반에는 아역 배우의 얼굴에 내 얼굴이 35% 정도 섞였고, 시간이 지나 내가 퓨리오사로 등장할 즈음에는 80%까지 늘어났다”라고 설명했다. <퓨리오사: 매드맥스 사가>에서 나이에 따른 배우의 얼굴을 구현해낸 업체, 메타피직 AI(Metaphysic AI)는 로버
트 저메키스 감독의 <히어>에도 참여해 다양한 연령대의 톰 행크스 얼굴을 만들어낼 예정이다. 이 같은 기술은 아직 수작업을 100% 대체할 수준은 아니지만, 대량 학습이 가능한 인공 지능의 특성상 금방 높은 수준에 도달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존아웃>

프리 프로덕션이나 포스트 프로덕션 단계에서 AI를 도입하는 건 영화 산업의 근간을 흔들 만큼 위협적이지는 않다. 후반 작
업의 경우 언젠가 인공지능이 인간의 수작업을 완전히 대체하면서 필연적으로 타격을 입는 직업군이 나올 수 있겠지만, 영화 제작 전체 공정에서는 작업의 효율성을 돕는 보조적 위치에 머무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영화인에게 인공지능이 예술의 근간을 흔드는 실존적 위기로 다가온 분기점은 챗 GPT 등장 이후다. 이러한 생성형 AI는 프롬프트, 즉 특정 입력값을 기반으로 텍스트, 이미지, 음악 등을 생성할 수 있다. 많은 양의 데이터를 빠르게 학습하며 창의적으로 콘텐츠를 제작하는 일이 가능한 그것들이 소설이나 시, 영화 시나리오를 얼마나 그럴싸하게 쓸 수 있는지는 처음부터 초미의 관심사였다. ‘인간 감독’인 오스카 샤프와 AI 공학자 로스 굿윈이 인공지능 벤자민과 협업해 단편영화 <선스프링>(2016)과 <존 아웃> (2018)을 만들 때만 해도, 인공지능이 쓴 시나리오는 인간이 단번에 이해하기에 쉽지 않았다. 때문에 인간의 개입과 수정 이 필수적이었다.하지만 인공지능이 더 많은 데이터를 학습 하면서 그 작업물은 점점 기성 영화의 작법을 따라잡고 있다. 컷 구성, 숏 리스트 제시, 촬영 계획 구상까지 가능한 수준에 도달했다. 영화감독의 역할이 ‘오케이’와 ‘컷’을 선택하는 위치라고 한다면, 인공지능이 연출 영역을 대신하는 일도 충분히 가능하다. 세계 최초로 AI가 시나리오를 쓰고 연출까지 맡은 단편영화 <세이프 존(2022) 제작 과정에서 챗GPT는 카메라와 피사체의 위치, 연기 연출, 조명, 소품 등 연출 전반에 대한 숏 리스트를 산출해냈다. 스토리보드는 AI 기반 이미지 생성 도구인 ‘달리’와 ‘미드저니’를 통해 만들어졌다.

<할머니들은 어디로 떠난걸까?>
<할머니들은 어디로 떠난걸까?>

기성 영화인들은 AI 기술에 아직 보수적 입장을 취하는 반면 새로운 흐름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젊은 창작자들이 있다. 제작비 부담이 적어서 누구나 접근 가능한 만큼 구체적인 제작 현황을 추정하기는 어렵지만, 국내외 영화제에서 별도의 섹션이 생겨날 정도로 AI 영화가 유의미한 규모를 형성했고, 영화제들 역시 이를 소개하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는 것만큼은 분명하다. 올해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7월 4일부터 14일까지)는 AI 영화 경쟁부문을 신설했다. 부산 영화의전당에서는 12월 AI 영화제를 개최하며, ‘영화 촬영 중심 도시에서 디지털 촬영 중심 도시’로의 전환을 준비한다. 올해 2월 제1회 두바이 국제 AI 영화제에서 대상과 관객상을 받은 <원 모어 펌킨>은 1993년생 권한슬 감독이 당시 무료로 오픈한 AI 프로그램 툴을 써서 만든 영화다. 신인 감독이 판타지 호러 영화를 만들려면 고가의 CG 비용을 포함한 제작비를 유치해야 하지만, 감독은 이를 돌파할 방법을 AI 기술에서 찾았다. AI 기술을 이용해 배우의 젊은 시절을 구현했다고들 하는 상업 영화가 실사와 AI를 병용하는 하이브리드 방식을 쓰거나 AI를 보조 도구로 활용한다면, <원 모어 펌킨> 같은 작품은 AI가 아예 각본, 연출, 음향, CG 등 특정 공정을 대신한 것을 내세운다는 차이가 있다. 이를테면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의 ‘부천 초이스: AI 영화’ 부문에서 작품상을 받은 레오 캐논의 <할머니들은 어디로 떠난 걸까?>는 미드저니를 사용해 이미지를 생성한 후 포토샵에서 보정하고, 애니메이션은 ‘런웨이’에서 제작한 후 ‘애프터 이펙트’로 보강하는 등 각본을 제외한 분야에서 AI 기술을 활용했다. 다만 편집이나 색 보정은 기존 영화 제작 기법을 고수했다. 프란 가스 감독의 <라텍스 키드>는 영화에 쓰인 모든 이미지를, 미드저니를 주로 활용해 텍스트를 통해 이미지를 생성하는 방식으로 만들었다. 최종 4K 업스케일링은 ‘토파즈 AI’를 활용해 완성되었다.

<라텍스키드>
<라텍스키드>

<원 모어 펌킨>을 만든 권한슬 감독은 AI 기술의 출현과 반발이 영화 역사에서 늘 반복된 일이라고 말한다. “지난해 4월 AI 비디오 기술에 대해 알게 됐고, 8~9월에 작업을 시작했다. 당시엔 GIF처럼 조악한 움직임을 구현하는 데 불과했지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무성에서 유성으로, 흑백에서 컬러로, 영화에서 TV로, 필름에서 디지털로, 극장 영화에서 OTT로, 기
술이 발전할 때마다 주기적으로 변화하고 발전했던 것이 영화다. 이 같은 변곡점이 있을 때마다 ‘이게 어떻게 영화냐’, ‘CG
로 만든 게 어떻게 대중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느냐’ 같은 반응이 나왔다. 소리가 있는 영상이, 필름으로 찍지 않은 작품이 어떻게 영화냐고 고집하던 사람들은 결국 역사의 뒤편으로 사라지며 도태됐다. 결국 새로운 흐름을 받아들인 이들이 향후 영화계를 발전시켰다. 그렇다면 내가 가장 먼저 AI 영화를 만드는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니까 변곡점과 그를 둘러싼 부정적 반응은 기술에 국한된 문제만이 아니라 새로운 화두나 패러다임이 등장할 때마다 드러났던 문제다. 봉준호 감독의 <옥자>가 넷플릭스에서 공개될 때만 해도 ‘극장에서 상영되지도 않는 영화를 어떻게 영화라고 할 수 있냐’고 비판하는 이들이 있었지만, 지금은 그런 고리타분한 생각을 하는 사람이 거의 없다.

<원모어펌킨>
<원모어펌킨>


AI 영화의 비주얼이 다소 기괴하다는, ‘불쾌한 골짜기’(인간이 ‘인간이 아닌 존재’를 볼 때, 그 존재가 인간과 많이 닮을수록
호감도가 높아지다가 일정 수준에 다다르면 오히려 불쾌감을 느낀다는 이론) 같다는 한계 역시 빠르게 극복되고 있다. 권한
슬 감독은 “‘언캐니 밸리’는 내가 지난해 <원 모어 펌킨>을 만들 때나 나온 오래된 얘기다. 소라 AI는 이미 실사 영화와 구분할 수 없는 퀄리티의 영상을 만드는데 아직 세상에 공개가 안 됐을 뿐”이라고 설명한다.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BIFAN+ AI 필름 메이킹 워크숍에 강연자로 참석한 데이브 클라크 감독은 “AI 업계에서의 한 달은 일반 업계의 1년과 같다는 말이 있다. 향후 1년 안에 온전히 AI로 제작된 장편영화를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한편 인공지능이 결국 인간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냐는 세간의 호들갑에 대해서도 AI 영화의 최전선에 있는 젊은 창작자들은 갸우뚱한 입장이다. 권한슬 감독은 “인공지능이 자아를 갖고 인간을 완전히 대체하는 것은 영화나 미디어가 만든 이미지일 뿐”이라고 단언했다. 인공지능에 대한 호들갑이나 공포감은 실제 인공지능의 발전 방향과는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인공 지능은 도구다. AI가 스스로 의지를 갖고 영화를 만들지는 않을 것이다. 선택의 주체가 인간이라는 사실은 변치 않는다.” <폭설>의 배준원 감독이 체감하는 바 역시 “기존의 영화계 인력을 AI 활용을 잘 하는 인간이 대체” 하는 쪽에 가깝다. AI가 비의도적으로 기존 작품의 독창성을 침해할 수 있다는 저작권 침해 논란에 대해서는 면밀한 논의를 통해 합의점을 찾아나가야 할 것이다. 최근 유럽과 미국에서 논의된 AI 저작권 법안은 생성형 AI의 학습용 콘텐츠 공개를 포함한다. 다만 인간 창작자의 레퍼런스 차용과 유사하다는 점도 고려되어야 한다. 인간이 어렸을 때부터 보고 배운 레퍼런스가 창작 활동에서 발현되는 것처럼, 인공지능이 학습 데이터를 활용하는 방식도 그와 유사할 수 있다.

<폭설>

주목할 것은 AI가 인류를 위협할 것이라는 프레임 뒤에 가려진, ‘영화 제작의 민주화’라는 가치다. 필름 촬영이 영화의 중심이던 시절에는 편집기 등 고가의 장비를 갖춘 사람만이 영화를 만들 수 있었지만, 디지털 전환 이후 영화는 스마트폰만 있어도 누구나 찍을 수 있는 매체가 됐다. 편집, CG, 색 보정 등 후반 작업 공정에서 인공지능 기술이 상용화될수록 기존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들도 고퀄리티의 영상을 만들어내는 일이 가능해질 것이다. 오픈 AI의 개방성은 1인 창작자들이 제작비에 구애받지 않고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펼쳐낼 새로운 길을 열어준다. “AI 기술은 젊은 영화인이 한계 없이 예술을 할 수 있는 수단이다.” (배준원 감독) 인간의 영역을 침범하는, AI로 만든 영화를 배척해야 한다는 기득권의 논리가 오히려 젊은 독립영화 제작자들에게는 새로운 가능성을 차단하는 모양새가 될 수 있는 것이다. AI가 가치 중립적인 기술인 것만도 아니다. 최근 IT 업계에서는 인공지능 시스템에 개발자의 사상이 암묵적으로 반영되거나 인공지능 시스템이 사회적으로 누적된 편견 및 차별 요소를 학습할 경우 야기될 수 있는 편향과 오류가 논의되는 등 AI 시대의 새로운 윤리가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마크 코켈버그의 <인공지능은 왜 정치적일 수밖에 없는가>는 아예 AI가 구조적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있다며 데이터 과학과 디지털화의 이면을 분석한다. AI 영화의 평등한 기술력이 오히려 차별을 재생산할 수 있다는 함정을 주시하고 한계를 개선하는 것 역시 개발자의 몫이다. 인공지능이 거부할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라면, 우리는 이 새로운 도구가 세상을 더 나은 쪽으로 데려갈 방향을 고민해야 한다. 인공지능 영화를 대하는 영화인과 영화 애호가들의 태도 역시 무조건적인 배척이나 포용은 지양되어야 한다. AI 영화가 영화의 미래를 상징한다면 결국 그 미래는 인간이 만들어갈 인간과 AI의 공생 방식으로 완성될 것이다.

임수연(<씨네 21> 취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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