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현이 우리에게 보여준 것들

이예진, 권은경

서늘하게 빛나는 아름다움으로 모두를 무장해제시키는 프라다의 앰배서더, NCT 재현.

NCT127의 정규 앨범에 이어 솔로 앨범과 첫 영화 공개를 앞둔 그가 더 깊어진 눈빛으로 우리에게 말을 건넸다.

진한 옐로 터틀넥 스웨터와 울 팬츠, 검은색 슈즈는 Prada, 체인 네크리스는 Prada Fine Jewelry 제품.
나일론 핑크색 셔츠와 팬츠 셋업은 Prada 제품.
네이비블루 코튼 셔츠와 검정 실크 타이, 새빨간 니트 팬츠, 금장 단추 시어링 코트, 레이스업 슈즈는 Prada 제품.

<W Korea> 오늘 아침 일찍 일어나야 했겠네요. 어젯밤에는 몇 시쯤 잠자리에 들었어요?
재현 3시쯤이요. 한 다섯 시간 잤나. 요즘 평균 수면 시간에 비하면 그래도 좀 잔 편이에요.

일주일 후인 7월 15일에 NCT 127의 정규 6집 <Walk>가 공개됩니다. 저는 유튜브 채널에 부지런히 올라오는 사전 콘텐츠를 보면서 감 잡아보고 있어요. 이젠 모든 준비를 거의 마쳤죠?
낮에는 팀 컴백을 위한 프로모션 영상을 촬영하고, 밤이면 제 솔로 앨범과 관련된 개인 연습을 하면서 보내요. 솔로 앨범도 곧 내거든요. 두 가지 준비를 동시에 하고 있습니다, 낮과 밤으로.

그런 와중에 며칠 전에는 제28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BIFAN)에 다녀오셨죠. 재현 씨 출연작인 <6시간 후 너는 죽는다>가 ‘코리안 판타스틱: 장편부문’에 공식 초청받았어요. 상영 후 관객들과 함께하는 GV에는 참여를 못했나요? 그게 영화제의 재미인데.
스케줄이 안 돼서 저는 빠졌어요. 대신 개막식에 참석했어요. 우리 영화 팀과 같이 레드카펫에서 인사드렸죠.

작품 대본을 받고서 거의 바로 오케이 피드백을 보냈다면서요?
엇! 어떻게 알았어요? 저 그 이야기 외부에 한 적이 없는데.

감독님이 그렇게 말씀하신 게 뉴스로 났답니다. 영화도 머지않아 개봉해요. 그런데 제목이 참 임팩트 있어요. 6시간 후 너는 죽는다!
대본을 보는데, 정말 술술 읽혔어요. 박주현 배우님이 맡은 ‘정윤’에게 예지력이 있는 ‘준우’라는 인물이 ‘지금부터 6시간 후 당신은 죽는다’라고 알려주면서 이야기가 펼쳐지는데··· 제가 준우로 등장해요. 준우가 그 죽음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 후반까지 알 수 없어서 전체적으로 미스터리하고 서스펜스가 있어요. 저는 준우가 정윤이와 같이 겪는 여정이 아주 흥미롭더라고요. 그래서 매력을 느꼈어요.

옥스퍼드 셔츠와 그린 실크 타이, 다크 그레이 플란넬 재킷은 Prada 제품.
데님 색상의 코튼 셔츠와 팬츠, 타이 셋업과 회색 코트, 모자는 Prada 제품.

배우로 첫 영화를 작업하고서 바로 영화제에도 다녀왔네요. 영화 현장 경험은 어땠나요?
촬영을 다 마치고 나니까 뭔가 힐링이 된 느낌이었어요. 네, 기분이 그랬어요. 왜 힐링을 느꼈는지는 나중에 천천히 생각을 좀 해봐야 알 것 같아요.

힐링이요? 이 영화의 스토리나 콘셉트가 일상적이진 않아서 어려움이 따랐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어떤 시간을 보냈길래 힐링의 감정이 들었을까요? 지금 한번 생각해봐요.
음··· 정말 필름 작업에 진심인 사람들과 함께 했거든요. 예를 들면 아직도 기억에 남는 순간이, 카메라 감독님 모습이에요. 카메라 움직임을 위한 레일이 깔려 있는 게 아니라 감독님이 바퀴 달린 어떤 판에 올라타서 촬영하는 모습 같은 거요. 도로에서 달리는 신을 찍을 때는 또 감독님이 뚜껑을 연 차량에 탄 채로 찍어 주시던 모습도 기억나고. 제작비나 규모가 큰 영화들에
비하면 우리는 작은 영화라고 할 수 있거든요. 모두가 한마음으로 한 작품을 만들어가는 자세에서 배울 점이 있었어요.

가수는 개인이 보다 집중해서 작업을 풀어가야 할 때가 많지만, 배우는 많은 인원과 공동 작업을 해야 한다는 점에서 결정적인 차이가 있죠.
그런가요? 해보니까 저는 두 경우가 비슷하다고 생각했는데. 이제 연기를 시작하면서 알아가는 단계이긴 하지만요. 춤, 노래, 연기··· 이것들이 다 연결되어 있는 것 같아요. 오늘 같은 화보 촬영 때도 마찬가지고요. 사진 작업에도 비슷한 무엇이
있어요.

흥미로운 통찰이네요. 서로 다른 일의 경험치를 쌓으면서 차이점보다는 공통점을 발견했군요?
느낀 건 크게 두 가지예요. 연습생 때부터 지금까지 경험을 보면, 실력이 늘어난다거나 잘한다는 게 결국 한 끗 차이에서 비롯되거든요. 그런데 춤출 때 느낀 것을 연기할 때 적용해보기도 하고, 여기서 표현한 것을 저기서 시도해보기도 하면서 연기도 조금씩 발전시킬 수 있는 것 같더라고요. 그런 점에서 서로 통한다고 생각한 게 첫 번째예요. 예를 들어 제가 몸을 사용해야 하는 장면을 찍을 때, 저는 평소 춤으로 몸을 잘 쓰는 사람이니까 감독님이 저를 좀 더 믿고 맡겨주셨어요. 그렇게 해서 괜찮은 결과를 얻었을 때도 ‘연결되어 있구나’ 싶었어요.

춤과 노래, 연기, 사진 등은 다 아티스트만의 표현이 필요한 영역이니까 그런가 봐요.
맞아요. 두 번째로 느낀 부분이 그런 점이에요. 가수 활동을 하면서도 결국 때마다 필요한 연기를 하고 있었다고 생각해요. 춤과 노래만 있는 게 아니라 뮤직비디오와 사진 촬영, 무대에서의 표현 등이 다 필요하잖아요.

새로운 경험을 하면서 그렇게 무언가를 느끼고 깨달을 때면, 소소한 것에서도 재미를 알아가는 맛이 있죠?
제가 어릴 때부터 좋아하는 것만 잘 파고들고, 싫어하는 건 아예 관심을 안 두는 편이었거든요. 다행히 지금 하고 있는 것들에 대해서는 재미를 느껴요. 이것저것을 병행하면, 서로 연결된 가운데서도 조금씩 다른 재미를 알게 되어서 그런지. 생각해보면 저는 연습생 시절에도 노래하다가 잘 안 풀리면 춤추고, 춤이 막히는 것 같으면 다른 걸 해보고 그랬네요.

일을 하면서 자신만이 미묘하게 느끼는 재밌는 지점이 더 있을 것 같은데요?
뻔하지 않은 것을 했을 때 쾌감이 있어요. 그 시도의 결과가 좋을 때. 좋아하고 잘 소화하던 콘셉트를 더 잘 해내는 것도 좋지만, 그와 다른 걸 시도해봤는데 잘 나오면 쾌감이 크더라고요.

발라클라바 형태의 후디가 달린 스웨터는 Prada 제품.
터틀넥 스웨터, 보라색 뉴스 보이캡은 Prada, 네크리스는 Prada Fine Jewelry 제품.

재현에게 뻔하지 않은 거, 뭐가 있으려나요? 그저 멋지게만 보이지 않는 거? 정형화되지 않고 살짝 삐끗한 매력이 있는 것도 좋아해요?
맞아요! 그런 거! 그걸 위트라고까지 해야 할지는 모르겠어요. 사진 찍을 때 포즈를 잡고 멋있게 딱 잘 나오는 것도 좋지만, 사진에서 그 사람이 어떤 상황에 놓여 있다는 게 느껴져서 재밌을 때도 있잖아요. 혹은 카메라 앞에서 정해지지 않은 시도를 했
는데 재밌는 장면이 만들어졌을 때도 너무 좋아요.

잘생긴 청년은 자신이 너무 멀쩡하게 멋지기만 한 모습이 아니라 이렇게 또 다른 모습을 꿈꾸는구나···. 배우하기에도 좋은 마스크라는 소리 많이 들었죠?
아니요.

부모님은 재현 씨 외모에 대해 코멘트할 일이 있으면 뭐라고 하세요?
엄마가 저보다는 저에 대해 많이 찾아보는 것 같긴 해요. ‘이때는 예뻤다’, ‘이건 별로다’ 같은 얘기를 가끔 하세요. 그리고 이런 말씀도 하십니다. ‘화면이 더 낫네.’

어머니가 이번 활동과 우리 화보에 대해서는 어떤 소감을 들려주실지 궁금하네요. NCT 127 새 앨범의 타이틀곡이 ‘삐그덕 (Walk)’이에요. 올드스쿨 힙합과 재현은 얼마나 어울린다고 생각해요?
제가 힙합에 잘 어울리는지는 모르겠지만, 평소 그쪽 장르의 음악도 듣긴 해요. 힙합을 할 생각으로 찾아 듣는다기보다 여러 음악을 들어서요. R&B, 팝, 소울, 힙합 등등. 그리고 트렌디한 음악을 듣기도 하지만 아주 옛날 것도 좋아해요.

‘아주 옛날’이라고 하면 어느 정도 옛날일까요?
멀리 가면 1970년대 정도? 80년대부터 2000년대 음악도 고루 찾아 들어요. 유재하 님 노래도 가끔가다 한 번씩은 꼭
듣고. 제가 LP를 모으는 이유도 옛날 음악을 찾는 재미가 커서예요.

솔로 앨범에는 그런 취향이 자연스레 반영되겠군요. 올해 서울재즈페스티벌 때 라우브의 무대에서 선공개로 들려준 곡이나 작년과 재작년에 낸 솔로 음원들을 생각하면, 재현 씨는 이지 리스닝 계열에 끌리는 것 같다고 짐작했어요. 가사를 보니 서정적인 면모도 있고요.
‘Forever Only’ 때는 작사에만 참여했는데, 제 이야기를 담으려니 가사 작업이 맞았어요. 그다음 ‘Horizon’에서는 좀 더 저의 색깔을 담기 위해 작사 작곡에 참여했고요. 음악에 저라는 사람을 담으려면 직접 작업해야 한다는 생각은 늘 해요. 그러다 보니 평소 제가 듣는 음악은 물론 작업 시점 때 유독 빠져 있던 음악, 잘 보는 영상 등이 두루 영향을 끼칠 거예요. 옛날에 작업해둔 곡과 최근 곡이 섞여 있기도 하고요. 저를 표현할 수 있고 저의 취향을 담은 앨범이 될 텐데, 다만 첫 솔로 앨범이니까
제가 표현할 수 있는 색깔이 다양하게 담기길 바랐어요.

솔로 앨범을 작업하는 과정에서 스스로를 더 들여다봤겠네요. 자신에 대해 가장 마음에 드는 점은 뭐예요? 본인 입으로 말하기 민망할 수도 있겠지만.
어, 저 민망하지 않아요. 마음에 드는 것 있어요. 저는 어른스러워야 할 때와 아이 같아야 할 때가 잘 구분되는 사람인 것 같아요. 어느 때 어떻게 굴어야겠다고 의도하는 건 아닌데, 저도 모르게 그렇게 되나 봐요. 멤버한테서 ‘너 진짜 아이 같다’는 말을 듣기도 하고, ‘널 보면 믿음직스럽다’ 같은 말을 들을 때도 있거든요. 정반대의 모습 둘 다 가능하다는 거잖아요. 그런 말을 들을 때면 저도 그게 무슨 뜻인지 온전히 느낄 수가 있다는 점이 좋아요.

이번 NCT 127 앨범은 지금껏 걸어온 발자취를 돌아보면서 앞으로 나아갈 길을 다짐하는 의미도 있어요. 돌아보면, 지난 8년 동안 활동한 결과 어떤 교훈이 크게 남아 있는 것 같아요?
그냥 그때그때 최선을 다하는 게 맞다는 것. 보통 2집이나 3집을 낼 즈음에 고민을 많이 하게 돼요. ‘연습생 때 어떻게 좀 해볼걸’, ‘이런 걸 더 준비해볼걸’ 하면서요. 그런데 저는 아직까지는 후회가 없어요. 저도 그렇고 멤버들도, 팀 활동을 하면서 늘 당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어요.

핑크색 스웨터와 헤링본 소재의 아우터, 벨티드 장식 팬츠는 Prada 제품.
니트 스웨터와 워싱 코튼 소재 아우터, 울 팬츠, 슈즈는 Prada 제품.

제가 그룹으로 활동하는 분들에게 자주 하는 질문인데요, 한 그룹이 오래 지속되는 데 가장 필요하고 중요한 점이 뭘까요?
다른 분들이 어떤 이야기를 하는지 들어보면 재밌겠는데요? 제 생각은 우선··· 잘 맞는 점이 중요하겠죠. 음악적 성향이든, 무대에서의 합이든, 좋아하는 콘셉트와 취향이든, 가수로서 플레이할 때 서로 잘 맞아서 음악적인 교류도 잘 일어나는 것. 또는 직업적인 면에서가 아니라 사람 대 사람으로 잘 맞든가요.

멤버들 연락처는 폰에 다 저장되어 있나요?
그럼요. 그리고 저는 지금 우리 팀을 떠올리면서 말하는 게 아니라, 일반적인 경우에 어떨지를 생각하면서 말하는 거예요. 그렇게 생각을 더 해보자면, ‘업 앤 다운’을 팀원이 단체로 많이 겪는 것도 필요할 것 같아요. 커리어 하이를 겪어도 다 함께 겪고, 슬럼프가 와도 같이 오는 식으로요.

개개인이 각개 전투를 벌이거나 개인주의로 활동할 게 아니라, 팀으로 명운을 함께해야 한다는 뜻인가요? 다같이 손잡고 파도타기를 하듯이?
각개 전투를 벌여도 되고 개인주의 성향이어도 괜찮지만, 좋은 상황이든 나쁜 상황이든 팀으로서 같이 겪어야 할 것 같다는 거죠. 그런 시간이 많이 쌓일수록 그 팀은 자연스럽게 오래가지 않을까요?

기쁨도 아픔도 비슷하게 다 같이 공유하는 경험이 쌓이면, 서로 더욱 견고해질 수 있겠네요. 언젠가 해보고 싶은 재밌는 시도가 있다면요? 현실적인 여건과 상관없이 상상을 해볼 수도 있고요.
왠지 바로 NASA가 떠올라요. NASA와 구체적으로 뭘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들이 아는 것에 대해 물어보면서 협업할 길을 찾아가봐도 재밌겠어요. 현실적인 무대라면··· 나이 들어서 디너쇼를 해보고 싶습니다.

NCT 재현과 디너쇼요? 세상에. 저는 벌써 상상하기 시작했어요.
디너쇼. 그때까지도 제 열정이 남아 있다면요(웃음).

셔츠와 타이, 검은색 코트와 팬츠, 레이스업 슈즈는 Prada 제품.
포토그래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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