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겐다이 2024 에디션은 어떻게 다른가

전여울

작년 일본 도쿄에서는 30여 년 만에 국제 규모의 아트페어 ‘도쿄 겐다이’가 론칭하며 큰 화제를 모았다.

그 뜨거운 관심에 이어, 올해 7월 4일부터 7일까지 열린 제2회 도쿄 겐다이의 현장에서 페어의 공동 창립자 매그너스 랜퓨르(Magnus Renfrew)를 만났다.

도쿄 겐다이의 공동 창립자 매그너스 랜퓨르(Magnus Renfrew)

7월 4일인 오늘 제2회 ‘도쿄 겐다이’가 VIP 프리뷰 오픈했다. 페어장을 둘러봤을 텐데, 올해 분위기는 어떤 것 같나?
많은 분들이 현장을 찾아주신 것 같아 기쁘다. 은근하게 느껴지는, 분주한 듯하면서도 역동적인 분위기가 설렘을 더해준다. 이제 막 개막한 상황이라 앞으로 여러 갤러리가 본격적인 판매와 PT를 진행할 예정이다. 마지막까지 상황을 지켜봐야겠지만 순조롭게 출발한 것 같아 기쁘다.

작년보다 관객이 많은 듯한 인상이다.
아직 근거가 될 만한 통계는 없지만 확실히 분주한 느낌은 있다. 페어 시작 전 디지털 패스의 다운로드 횟수가 작년보다 증가하기도 했다.

첫 회로 큰 주목을 받았던 작년 페어와 비교했을 때, 올해인 2024년 에디션의 차별점은 무엇인가?
올해는 특별히 조명에 신경을 썼다. 관객 입장에선 크게 새로운 느낌이 들지 않을 수 있고 어쩌면 전혀 눈치채지 못했을 수도 있지만, 운영자로서 모든 전시작이 한층 돋보일 수 있도록 빛에 신중을 기한 것이 차이점이다. 대형 설치작을 선보이는 ‘목초지(Meadow)’ 섹터도 확장했다. 작년엔 하나의 작품만 선보였지만, 올해는 다섯 점의 설치작이 전시됐다. 덕분에 평면도를 효율적으로 구성할 수 있었고, 관객들도 수많은 작품들의 홍수 속에서 아름다운 쉼표를 마주할 수 있을 거다. 또 올해는 처음으로 키즈 프로그램인 ‘IntoArt’도 선보인다. 일본의 현대미술가와 협업해서 준비한 아주 멋진 프로그램이다. 코헤이 나와를 비롯한 저명한 아티스트가 직접 아이들에게 미술을 가르쳐 주는데, 정말 근사하다고 생각한다. 전반적으로 이번 페어에서 찾아볼 수 있는 이런 변화들은 개혁이 아닌 ‘진화’에 가깝다고 설명할 수 있다. 급하게 바꾼 것이 아니라 점진적으로 성숙해진 부분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갤러리들도 많이 참가했다. 올해는 페이스(Pace), 아이겐 앤 아트(Eigen + ART), 앨리슨 자크스(Alison Jacques) 등의 갤러리가 페어에 처음 참가했고, 이밖에 여러 메가 갤러리들도 작년에 이어 재참가했다.

VIP 프로그램이 확장된 것도 눈에 띈다. 특히 독일 출신의 미디어 아티스트이자 뮤지션 카스텐 니콜라이(Carsten Nicolai)와 손잡고 기획한 특별한 퍼포먼스가 주목할 만하다.
카스텐 니콜라이는 일본과 남다른 유대를 가지고 있는 아티스트다. 니콜라이는 1998년에 ‘알바 노토(Alva Noto)’라는 이름으로 일본에서 첫 공연을 선보였고, 1년 뒤 일본의 작곡가 류이치 사카모토와 협업을 시작했다. 두 사람은 함께 9장이나 되는 앨범을 제작했고, 2017년에는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의 사운드트랙을 공동 작업하며 그래미와 골든글로브 시상식의 수상 후보자로 지명됐다. 또 개인적으로 그와는 10년 전인 2014년 ‘α (alpha) pulse’라는 대형 시청각 설치작을 함께 선보였는데, 홍콩에서 가장 높은 건물인 ICC 측을 설득해 진행할 수 있었던 프로젝트였다. 니콜라이가 센트럴 페리 터미널 꼭대기에서 연주를 하면 조명이 켜진 타워가 반응하는 형식이었다. 유튜브에서도 볼 수 있을 텐데, 정말 아름다운 퍼포먼스라 한번 살펴볼 것을 추천한다. 니콜라이를 전속으로 소개하고 있는 아이겐 앤 아트 갤러리가 이번 페어에 참여한다는 소식을 듣고 이참에 그와 독특한 퍼포먼스를 진행하면 좋겠다 생각했다. 내가 알기론 니콜라이가 펜데믹 이후 처음으로 일본을 방문한다. 원래 2년에 한 번꼴로 일본을 오가곤 했는데, 분명 이번 페어 참여와 더불어 일본과 다시 조우할 수 있다는 사실에 기뻐하고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물론 최대한 일본 출신의 아티스트들과 협업하는 방향을 생각하고 있지만, 니콜라이와 고인이 된 류이치 사카모토를 기억하는 이런 작업도 의미가 있다고 본다. 내일 밤 진행될 퍼포먼스는 니콜라이가 몇 년 전 완성한 ‘유니(Uni)’ 시리즈와 새 앨범을 결합한 형태가 될 예정이다.

작년 ‘도쿄 겐다이’의 론칭 소식은 글로벌 미술계에서 큰 화제를 모았다. 30여 년 만에 도쿄에서 열리는 국제 규모의 아트페어이기 때문이다. 일본은 쿠사마 야요이, 무라카미 다카시 등 세계적 예술가를 배출한 국가지만, 그에 비해 컨템포러리 아트 시장은 크게 발달하지 않았다는 시선이 지배적이다. 당신은 이러한 일본 미술 시장에서 어떤 가능성을 엿보았는가?
일본은 대규모 국제 아트페어를 개최하기에 좋은 환경을 갖추고 있다. 전 세계 어느 도시보다도 상업 갤러리 산업이 잘 형성되어 있고, 일본 전역에는 아름다운 박물관과 갤러리가 자리해 있다. 음악부터 패션, 건축, 현대 예술에 이르기까지 일본 고유의 유산과 장르를 가리지 않는 강력한 문화 영향력을 갖추고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지금까지 도쿄 겐다이와 같은 국제 규모의 현대미술 아트페어가 열리지 않았다는 사실이 도리어 놀라운데, 아마 그건 구조적인 문제 때문이었다고 생각한다. 고가의 작품을 일본에 들여오려면 10%에 달하는 소비세를 먼저 지불해야 했기 때문에 갤러리 입장에서 이 부분을 쉽게 생각할 수 없었을 거다. 하지만 최근 일본 정부가 세법을 개정하고 나선 덕분에 우리 같은 단체들도 더 다양한 기회를 제시할 수 있는 방법이 생겨났다. 어쩔 수 없이 감내해야 할 문제들이 사라진 거니까. 불편한 상황이 종료되었으니 향후 몇 년간은 일본 아트 시장의 급진적 발전을 목격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또 아트페어들이 예술을 맛보고 즐길 수 있게 해주는 구심점이 되어 줄 거라고 생각한다. 나도 앞으로의 시간들이 기대가 된다.

도쿄 겐다이 현장을 찾은 수많은 관객들.
쉬 닝(Xu Ning)의 작품 ‘Life, Love’(2024)를 감상하는 관객들. Xu Ning, Life, Love, 2024, Oil on canvas, courtesy of Tomio Koyama Gallery [Hana ‘Flower’]

요즘처럼 아시아 미술 시장이 주목받는 때는 없는 듯도 하다. 현재 홍콩, 한국, 싱가포르, 대만, 일본까지 아시아 5개 지역에서 매해 국제적 규모의 아트페어가 개최되고 있다. 저마다의 잠재력으로 꿈틀대는 각 아트 마켓 가운데, 일본 시장만이 갖는 매력은 무엇이라 생각하나?
우선 아트페어는 그것이 열리는 장소와 유사한 맥락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하고 그에 따른 전략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가령 대만 페어의 경우 참여 갤러리들이 대만까지 날아가는 이유는 대만인 컬렉터들을 직접 만나고 싶기 때문이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대만은 자국 대만인 컬렉터들이 주축이 되어 역동적으로 움직인다. 프리즈 서울도 마찬가지다. 그곳에서 만날 중국인 또는 일본인 컬렉터를 기대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에서 나고 자란 한국인 컬렉터와 관계를 맺고 싶기 때문에 서울까지 찾아간다. 하지만 싱가포르의 경우가 조금 다르다. 이곳은 ‘허브 페어’ 성격의 행사가 열린다. 동남아시아와 호주, 인도를 연결한다. 싱가포르 내 커뮤니티와 나머지 아시아를 연결하는 소통의 장이 되어 준다고도 볼 수 있다. 싱가포르는 다양한 컬렉터들을 불러 모을 수 있는 완벽한 지리적 위치에 있다. 따라서 갤러리와 운영진도 다양한 사람이 올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 나아가 이러한 지리적 조건뿐 아니라 공용어로 영어를 쓰고 있다는 점에서 완벽한 허브 페어의 역할을 할 수 있는 곳에 자리해 있기도 하다. 특히 중국 사람들이 여행하기에는 더없이 좋다. 지난 몇 년간 많은 자금이 유입되면서 국제적으로 큰 성장을 이뤄내기도 했고. 도쿄의 경우, 많은 갤러리가 일본에 오는 이유는 일본 시장 및 일본 컬렉터들과 교류하고 싶어서다. 실제로 갤러리들이 직접 말해준 도쿄에 오는 가장 큰 이유로, 자신들의 아티스트를 일본에 소개할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또 새로운 아티스트들을 선보일 뿐 아니라 직접 발굴하고 싶어 하기도 한다. 내가 생각하는 일본 아트 시장과 도쿄 겐다이의 강점은 많은 사람들이 오고 싶어 할 만한 다양한 조건과 상황을 고루 갖추고 있다는 점이다. 이유를 만들어서라도 이곳에 오려고 한다. 일본을 즐기고 또 오고 싶어 한다는 점이 우리에게는 큰 출발점으로 작용했다. 일본 자국민들의 성향이 두터운 상황이기는 하지만 이제 초기 단계에 있기 때문에 이런 부분은 성장해 나갈 점으로 볼 수 있고, 동시에 일본은 아시아 국가 중에서도 굉장히 매력적이다. 세계 각지의 사람들이 이곳의 음식과 문화, 쇼핑을 즐기고 싶어 한다. 많은 이들이 이곳을 찾는다는 사실을 작년에 직접 눈으로 목격한 점이 페어를 준비하는 데 큰 동력이 되었다. 전 세계에서 사랑받고 있는 타고난 국제적 특성은 갈수록 확대 및 확장되어 갈 거라고 생각한다.

방금 당신 역시 언급했지만 일본은 고미술에 대한 선호가 더욱 두드러지며 이를 바탕으로 자국 컬렉터들의 성향 또한 보수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사실이 페어를 주최함에 있어 어떤 난관으로 작용하진 않는가?
이 부분은 앞서 말한 세법 문제나 그동안 이런 페어가 열리지 않았던 점과 연관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향후 도쿄 겐다이와 같은 페어들이 기폭제가 되어서 더 많은 이들에게 현대 미술을 살펴볼 기회를 제공하고, 젊고 모험적인 아티스트들과 소통할 수 있도록 도와줄 거라고 믿는다. 보수적이라고 보여지는 태도에는, 과거의 일본인 컬렉터들이 인상주의 작품이나 현대 미술 작품을 보아왔던 관점, 옛날에 수집했던 작품들이 영향을 주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이런 과거의 기억이 현재의 상황에 강력한 힘을 선사할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젊은 컬렉터들은 무엇이든 수집할 준비가 되어 있고 다양한 것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미 시장은 변하고 있고, 앞으로도 변화해 나갈 거라고 생각한다.

도쿄 겐다이의 DNA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일본의 환경과 분위기, 사람들을 있는 그대로 존중한다는 것. 우리는 이 아트페어가 현지 생태계를 돕는 역할에 초점을 맞추기를 원한다. 물론 두 가지 일을 해낼 수 있길 원하는데, 일본 아티스트와 갤러리를 세계 각국의 관객에게 소개하는 동시에 국제적인 갤러리와 아티스트를 일본에 소개하면서 일본인 관객이 멀리 가지 않아도 현지에서 이들을 직접 볼 수 있게 돕고자 한다. 여기에 두 가지를 추가하고 싶다. 먼저 매우 폭넓은 문화 현장을 발견할 수 있다. 나 또한 정말 흥미롭게 생각하는 부분인데, 페어 전후로 도쿄 외의 지역을 살펴보는 VIP 프로그램에 많은 일본인들이 참여해 주었다. 나의 예상을 벗어난 일이었다. 두 번째는 관객층을 확대한다는 점이다. 우리는 시장을 차지하고 싶은 것이 아니라 시장을 키우고 싶다. 새로운 컬렉터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돕고 장애물을 제거해서 사람들이 페어를 더 친숙하고 즐겁게 느낄 수 있도록 하고 싶다. 마케팅을 할 때도 이런 마음을 전달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스스로 구입하고 싶은 작품을 발견하고, 직접 구매를 결정할 수 있는 편안한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바로 이런 점 때문에 조금은 엄격한 국제 기준을 바탕으로 갤러리들의 참가 신청서를 살펴보는 선별 위원회가 있는 것이다. 아주 멋진 아티스트의 작품을 선보일 수 있는 최고의 갤러리를 찾아내기 위해서다. 이런 과정을 통해 준비한 페어 현장에 새로운 바이어 혹은 새로운 컬렉터가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작품을 볼 때 올바르고 알맞은 결정을 내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컬렉터로서의 첫 여정을 자신감 있게 시작할 수 있도록 돕고자 한다.

페로탕 갤러리의 부스. Perrotin booth [Galleries], Paintings by Jens Fänge (five), John Henderson, Untitled Painting, 2019, Oil and acrylic on canvas, Thilo Heinzmann, O.T., 2021, Oil pigment and glass on canvas, plexiglass cover, Seyni Awa Camara, Untitled, 2010, series of terracottas.
키즈 프로그램 ‘IntoArt’ 풍경.

작년에 이어 올해 페어가 뜨거운 관심 속에 진행됐지만, 여전히 어떤 숙제가 있는 듯도 하다. 특히 아트 바젤 홍콩, 프리즈 서울에 참여하는 갤러리 수는 100개 이상을 웃돌지만, 작년 도쿄 겐다이는 74곳의 갤러리가 참여했으며 절반 가까운 수가 일본 기반의 갤러리이자 메가 갤러리의 참여가 저조했다는 평도 있었다. 이러한 시선에 대한 당신의 생각은 어떠한가?
우리만의 속도와 방향을 따라 매우 긍정적인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고 생각한다. 아까 말했듯 아이겐 앤 아트나 앨리슨 자크스 같은 큰 갤러리도 참여한 상황이니 말이다. 동시에 모든 페어의 규모가 커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반드시 거대해야 할 필요가 없다. 우리의 역할은 시장을 돕고, 시장이 성장하는 속도에 맞춰 같이 자라나는 것이다. 지금은 컬렉터들의 활동을 지속 가능하게 하는 데 집중하는 단계에 있다고도 생각한다. 앞으로도 우리의 비전에 맞는 자리들을 구축해 나갈 예정이다. 또 페어에 오는 사람들은 페어 자체를 보러 오는 것도 있지만 이곳에서만 할 수 있는 ‘경험’을 기대한다. 대규모 페어보다는 작더라도, 각각의 갤러리들을 더 꼼꼼하게 살펴볼 수 있어서 좋았다는 피드백을 듣기도 했고, 앞서 언급한 것처럼 일부 외국 컬렉터들은 이곳 일본 갤러리들의 강점과 특성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는 말을 해주기도 했다. 지금 말해준 피드백도 부정적으로 받아들이기보다는 긍정적인 관점에서 바라보고 싶다. 물론 앞으로 국제 갤러리들의 참여율을 높이고 싶기도 하다. 페어가 열리는 시점이 유럽과 미국 사람들에게는 여름휴가 시즌인데, 일부 관객들은 벌써부터 이 점을 염두에 둔 것 같다. 우리는 모든 피드백을 긍정적으로 수용한다. 그런 입소문들은 우리에게 중요하게 작용하니까.

지난 20여 년 가까이 아트페어를 개최하는 일에 종사 해왔다. 당신에게 있어 가장 잊지 못할 페어는 무엇이었나? 2011년 ‘아트 홍콩(ART HK)’이 기억에 남는다. 정말 좋은 페어였다. 내 기억이 260개 이상의 갤러리가 참여했던 대규모 페어로, 정말 특별했던 기억이 있다. 제1회 ‘타이페이 당다이’도 즐거웠던 기억이 있다. 서양 아트페어와는 다른 아시아 특유의 분위기가 녹아 있는 것이 매력적이었다. 해당 지역의 예술과 유럽 및 미국의 예술이 균형을 이룰 때 아름다운 페어가 탄생한다. 서양의 갤러리가 너무 많으면 한쪽으로 치우쳤다는 인상을 받을 수밖에 없다. 모두에게 좋은 페어를 만들려면 앞서 계속 이야기했던 두 가지 역할을 고려해야 한다. 아시아라고 해서 ‘아시아’ 갤러리들만 두어서도 안 된다.

사진
Courtesy of Tokyo Gend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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