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 K-드라마, K-영화, 그 다음은 바로 ‘이것’

최수

한국 콘텐츠의 새로운 바람, 뮤지컬

미국 뮤지컬계의 아카데미상으로 불릴 정도로 높은 권위를 자랑하는 토니 어워즈(Tony Awards)에서 한국계 여성 두 명이 수상자가 되었다는 소식, 들으셨나요? 지난 6월, 뉴욕 링컨 센터에서 열린 77회 토니어워즈에 한국계 무대의상 디자이너 린다조와 조명 디자이너 김하나가 이름을 올린 것인데요. 2020년 오스카 아카데미에서 4관왕에 오른 영화 <기생충>과 2022년 에미상 6관왕을 기록한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에 이어, 연극 뮤지컬계의 최고 상인 토니상까지. 미국 3대 대중 문화 예술상에 한국인이 제작한 콘텐츠가 이름을 올렸다는 점에서 큰 쾌거가 아닐 수 없습니다.

토니어워즈에 오른 김하나 조명 디자이너.
토니어워즈에 오른 린다 조 무대의상 디자이너.

한국인이 제작한 뮤지컬이 세계 무대로

<위대한 개츠비> 프레스 행사의 오디컴퍼니 신춘수 대표.

린다조 디자이너가 의상상을 받은 <위대한 개츠비(The Great Gatsby)>는 한국인이 총괄 제작을 맡고 있습니다. 뮤지컬 제작사인 오디컴퍼니의 신춘수 대표가 기획부터 제작까지 진행했죠. 위대한 개츠비는 미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소설 중 하나로 꼽힐 만큼 대중적인 작품으로, 뉴욕을 배경으로 한 아메리칸드림 서사를 담고 있는데요. 가장 미국적인 스토리에, 스태프와 배우 대부분이 외국인으로 구성된 뮤지컬을 한국인이 총괄하고 있는 것입니다. 흥행 성적도 대단합니다. 지난 4월에 개막한 이후로 매주 100만 달러(약 14억 원)의 매출을 달성하며 ‘원 밀리언 클럽’에 입성했거든요. 브로드웨이는 주간 티켓 판매액이 일정 수준에 미달할 경우, 극장주가 일방적으로 작품을 내릴 만큼 냉정한 시장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위대한 개츠비의 흥행 성적이 뛰어나, 티켓 오픈이 올해 11월에서 내년 1월까지 연장되었을 만큼 현지에서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습니다.

뮤지컬의 본고장 영국에서도 K 뮤지컬을 만날 수 있습니다. 런던 채링 크로스 극장에 오른 <마리 퀴리(Marie Curie)>가 그 주인공입니다. 마리 퀴리는 여성 과학자의 삶과 고뇌를 다룬 국내 창작 뮤지컬로, 영국에서 현지 스태프와 배우를 꾸려 장기 공연에 나서는 최초의 한국산 뮤지컬이라는 점에 의의가 깊습니다. 2020년 국내에서 초연 무대를 선보인 이후 중국 상하이, 폴란드, 도쿄와 오사카 등 다양한 나라를 거치며 그 작품성을 검증받아 왔죠. 그리고 마침내, 세계 뮤지컬 시장의 중심지로 꼽히는 웨스트엔드에서 한국 뮤지컬 최초로 관객을 만나게 된 것인데요. 시사회 무대에만 7만 여명의 현지 관객이 참여했을 정도로, 많은 이들의 관심과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모두의 관심이 쏠린 K-뮤지컬 시장

이처럼 한국 뮤지컬이 국제 시장에서 영향력을 가지게 된 배경에 대해, 전문가들은 정부와 지자체 및 민간 단체들의 지원이 큰 역할을 했다고 평가합니다. 우리나라만큼 뮤지컬 시장 활성화를 위해 공적 지원을 하는 나라는 보기 힘들다는 것인데요. 문화체육관광부와 예술경영지원센터가 주최 및 주관하는 ‘K-뮤지컬국제마켓’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뮤지컬 제작·유통 환경을 안정적으로 조성하고자 마련된 뮤지컬 분야 최초의 전문 마켓으로, 지난 2021년부터 매년 진행되고 있죠. 입소문이 나면서 글로벌 바이어들의 비중도 점차 늘어나고 있는데요. 지난 6월에 열린 4회차 마켓에선 미국과 영국을 비롯한 8개국 45인의 해외인사가 참여, 국내 뮤지컬 30여 편이 소개되기도 했습니다.

국내외 높은 관심을 방증하듯, 뮤지컬과 연극 무대에 새로 오르는 배우들의 소식도 심심치 않게 들려옵니다. 최근 배우 전도연은 ‘벚꽃동산’으로 27년 만에 연극 무대에 올랐으며, 배우 황정민은 셰익스피어의 비극 ‘맥베스’를 통해 연극 무대 복귀를 알렸습니다. 배우 김범, 유승호, 고준희를 비롯해 영화 ‘기생충’과 드라마 ‘더 글로리’에 출연했던 정지소 배우가 뮤지컬에 새롭게 도전하기도 했죠. 뮤지컬이 한국 콘텐츠의 신흥 강자로 떠오르는 가능성에 모두의 이목이 집중되는 요즘입니다. 5,000억 규모를 향해 가고 있는 국내 뮤지컬 시장에 또 어떤 새로운 도전과 창작의 바람이 불어올까요? 애국심과 팬심을 한가득 담아 앞으로의 행보를 열렬히 기대해 봅니다.

사진
Getty 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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