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배달 음식이 늦는 건, 당신의 기분 탓이 아니다

최수

배달업계가 시끄러운 진짜 이유

코로나 이후 급속도로 성장한 배달 업계가 요즘 심상치 않습니다. 배달 플랫폼 간의 경쟁이 가속화되면서 구조적인 문제와 한계점이 드러나기 시작한 것인데요. 시장은 커졌지만, 소비자 점유율을 높이기 위한 배달 플랫폼 간에 서비스 확대가 일종의 출혈 경쟁이 되어버린 것이 현실입니다. 컨슈머인사이트의 소비자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은 일주일 평균 1.1회 배달앱을 이용한다고 하는데요. 이제 우리의 일상에서 떼 놓을 수 없는 배달 음식. 과연 지속 가능한 시장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까요?

주문은 내가 받아 줄게, 배달은 누가할래?

최근 불거진 배달 문제에는 배민, 쿠팡이츠, 요기요와 같은 ‘배달 플랫폼’과 이들의 배달을 대신하는 ‘배달 대행업체’, 그리고 실제 노동자인 ‘라이더’들의 이해관계로 얽혀있습니다. 최근 플랫폼 간의 서비스 경쟁이 심화되면서 배달료를 없애는 ‘무료 배달’, 라이더가 한 번 움직일 때 비슷한 동선의 주문을 묶어 배달하는 ‘구간 배달(혹은 알뜰 배달)’, 그리고 플랫폼에서 배달 대행업체를 쓰지 않고 자체 라이더를 확대하는 등의 정책이 문제의 시발점이 되었죠.

우선 배달 플랫폼에서 작년부터 자체 배달의 점유율을 적극적으로 늘려온 것은 사실입니다. 자체적으로 라이더를 모집, 계약하여 운영하고 그 비율을 확대해 온 것인데요. 자연스럽게 기존의 배달 대행업체의 라이더가 줄고, 주문 건수가 급감하면서 이들의 경영난이 장기화 될 거라는 우려까지 등장했습니다. 여기에 코로나19 펜데믹 이후 배달 수요가 점차 줄며, 라이더들이 운임이 높은 건을 선택적으로 골라 받기 시작한 것이 문제가 되었는데요. 이는 우리가 직접적으로 느끼는 ‘배달 지연 문제’가 발생하는 지점이기도 합니다. 플랫폼사들은 배달 대행업체에 다시 용역을 주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으나, 이미 라이더들이 한번 거절한, 수요가 적은 일감에 대해 대행업체에서 달갑게 받아들이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죠. 라이더들의 입장도 억울합니다. 과거와 달리 배달 플랫폼에서 기본적인 운임 단가를 보장하지 않으며, 무료 배달이 라이더의 비용 부담을 가중했다고 주장하는 것인데요. 비슷한 목적지를 묶어 배달하는 신규 서비스 역시, 중복되는 거리에 대한 할증료가 없어 결국 수입에 타격을 주고 있다는 것이 이들의 입장입니다.

누구를 위한 배달인가

곤란한 입장은 자영업자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지금까지 주문 건당 6~9%라는 배달 이용 수수료와, 자영업자 간의 배달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며 플랫폼 광고비에 대한 부담을 지고 있었는데요. 최근 한 배달 플랫폼이 라이더 배달이 아닌 ‘포장 주문’ 건에도 똑같은 수수료를 부과하겠다고 밝혀 자영업자들의 원성을 샀습니다. 여기에 일부 라이더들의 보이콧으로 배달 지연까지 겹치며 정상적인 영업이 어렵다는 입장이죠. 라이더와 점주들은 함께 단체 행동에 나서기도 했습니다. 플랫폼 사들의 ‘갑질’을 규제하라며 목소리를 높인 것인데요. 최근 당국에서 영세 음식점에 배달비를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것 역시 이들의 목소리를 인식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다면 소비자의 입장은 어떨까요? 혹자는 현재 시장에 몰린 부담이 중장기적으로는 소비자들이 내야 할 비용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플랫폼 간 출혈 경쟁에 우리가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이유죠. 최근 쿠팡 와우 멤버십 가격이 오른 것도 같은 이치로 해석할 수 있는데요. 와우 멤버십 가입자에겐 쿠팡이츠에서 무료 배달을 제공하지만, 이는 표면적인 ‘무료’일 뿐 사실상 이용자가 일정 가격을 멤버십 비용으로 지불한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다른 플랫폼 사 역시 자금 확보 수단을 마련하여 대항한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죠. 그들의 구체적인 계획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누가 부담을 질 지에 대해선 아무도 안심할 수 없는 것이 분명합니다. 모든 이해 관계자들을 만족시킬 해결 방안은 다소 이상적일 수 있지만, 배달업계가 지속 가능한 산업으로 자리잡기까지 당분간의 몸살은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사진
Getty 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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