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르띠에의 판타지 퍼레이드

이예진

매년 하이 주얼리 세계의 독창적인 크리에이션을 선보이는 까르띠에가 이번 시즌 고귀한 동물들을 품었다.

추상적인 표현, 상상력으로 빚은 존재, 예상치 못한 곳에 숨은 동물의 표현은 대담하면서도 유쾌하고, 지극히 예술적이다. 오스트리아 빈에서 소개한 ‘나뛰르 소바쥬(Nature Sauvage)’ 컬렉션은 까르띠에 하이 주얼리의 역사를 새로 쓰는 경이로움을 안겼다.

1. 모첼리스(Mochelys)
무려 71.90캐럿에 달하는 엄청난 루벨라이트를 품은 모첼리스. 추상적 디자인의 네크리스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거북이가 숨어 있다. 처음에는 그 윤곽을 찾기 힘들지만 둥글고 입체적인 껍질의 모습과 작은 무늬 같은 디테일이 드러난다. 펜던트를 떼어내 브로치로 변형하면 거북이의 머리와 다리같은 온전한 모습이 드러나는 경이로움을 선사한다.

2. 앰피스타(Amphista)
두 마리 뱀이 곡선미와 대칭의 미학을 드러내며 목을 감싼다. 뱀의 다이아몬드 비늘에는 에메랄드를 나란히 세팅했고, 머리에는 카이트 다이아몬드를 장식했다. 뱀과 뱀 사이에는 14.72캐럿에 달하는 9개의 콜롬비아산 8각형 에메랄드가 자리한다. 완벽한 기하학을 보여주는 강렬한 수직 모티프들의 상호작용을 통해, 유기적인 느낌과 도시적인 느낌을 조화시킨 하이브리드 디자인이 특징이다. 움직이는 두 세계 사이의 완벽한 균형, 전체적인 조화 속에서 스톤의 강렬한 컬러가 뿜어내는 두 개의 강렬한 힘을 만날 수 있다.

3. 팬더 쟈이썽뜨(Panthère Jaillissante)
가장 주목받은 피스 중 하나인 팬더 쟈이썽뜨는 우아함을 품은 하이브리드 주얼리로 탄생했다. 마치 8.63캐럿 잠비아산 에메랄드를 지키는 듯, 언제라도 달려들 태세로 역동적인 포즈를 취한 팬더는 마디 형태로 디자인한 링-브레이슬릿으로 미세한 몸짓에도 유연하게 흔들리며 분방한 에너지를 불어넣는다. 진정한 장인 정신으로 구현해낸 유연함은 팬더의 힘을 더욱 강조하는데, 자연스러운 다리, 사파이어를 세팅한 다이아몬드 털, 에메랄드 눈 등 대담하고 독특한 주얼리 피스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구조는 조각 작품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4. 코아가(Koaga)
얼룩말의 흑백 줄무늬와 옆모습, 귀, 코를 더욱 매력적으로 부각시킨 이 네크리스는 메종이 사랑하는 동물 얼룩말을 등장시킨다. 에메랄드 컷 다이아몬드와 6.25캐럿 페어 셰이프 루벨라이트를 물고 있는 얼룩말, 교차하는 오닉스 스트라이프, 오픈워크, 브릴리언트 컷 및 에메랄드 컷 다이아몬드를 파베 세팅한 라인의 그래픽적인 상호작용을 통해 얼룩말의 털까지 정교하게 형상화했다.

까르띠에는 유서 깊은 전통과 아름다운 문화를 자랑하는 도시를 순회하며 메종의 탁월한 예술적 역량의 결정체인 하이 주얼
리 컬렉션을 선보여왔다. 스페인 마드리드와 이탈리아 피렌체를 지나 올해는 역사와 문화를 품은 도시, 오스트리아 빈으로 향했다. 물속에 핀 꽃과 나비, 오래된 장식품, 브루탈리즘 건축 양식 등 모든 아름다움을 반영한 ‘보떼 두 몽드(Beautés du
Monde)’, 유려한 라인과 독창적인 컬러 팔레트가 눈에 띄는 ‘르 보야주 레코망쎄(Le Voyage Recommence)’를 지나 올해 새롭게 선보이는 하이 주얼리 컬렉션, ‘나뛰르 소바쥬(Nature Sauvage)’는 이전과는 다른 양상을 보인다. 나뛰르 소바쥬 컬렉션을 소개한 곳은 오스트리아 수도 빈의 명소 중 하나로 19세기 말에 건축된 르네상스 스타일의 뮤직홀 쿠어살롱 휘브너 (Kursalon Hübner). 까르띠에는 세 부분으로 구성된 여정을 통해 컬렉션을 공개했다. 클래식한 우아함이 돋보이는 그랜드 살롱은 풍성하고 유기적인 자연으로 가득 찬 공간으로 변신해 진귀하고 고귀한 동물을 품었다. 메종의 상징이자 아이콘인 팬더의 진화는 물론 신화적인 존재인 동물들의 퍼레이드로 우리를 환상의 세계로 초대한 것. 까르띠에의 스타일 코드는 유지하면서 하이 주얼리 컬렉션을 통해 새롭고 진귀한 세계를 펼쳐온 하이 주얼리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재클린 카라치
(Jacqueline Karachi)의 대담함을 엿보는 자리이기도 했다. “까르띠에의 동물 세계를 신선한 시각으로 해석해 각 동물의 개성, 개개인의 독특함 등을 표현할 수 있는 작품을 만들고 싶었다. 까르띠에 하이 주얼리 팀은 예상치 못한 상황을 통해 놀라움과 도전, 모던함을 선보이며, 동물의 애티튜드, 개성, 생동감을 보여주는 풍성한 표현으로 가득한 컬렉션을 완성했다. 마
치 연기자처럼 그래픽적인 디자인과 볼륨감을 활용해 착시를 일으키는 상상 속 풍경 안에 녹아든 다양한 동물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 바로 나뛰르 소바쥬의 정신이다.” 예상치 못한 곳에 숨어 있기도, 등장하기도 하는 동물들과의 숨바꼭질 은 발견하는 사람들의 즐거움이다. 브로치로부터 거북이가 탈출을 꾀하고, 핑크빛 플라밍고가 에메랄드 갈대 덤불 사이로
들어가 자신의 존재를 숨기기도 하며 눈표범은 마치 다이아몬드와 수정으로 만든 얼음 조각을 가로지르며 걸어가는 듯하다. 날카로운 안목으로 형상화한 건축적인 링, 뱀 비늘에서 영감을 얻은 도회적인 체커판, 살아 있는 관절의 움직임을 반영한 것
같은 유연한 움직임, 추상적인 모티프의 딱정벌레 실루엣은 전례 없는 볼륨감과 표현력으로 동화적 상상력을 불러일으킨다. 동물이 가진 야생적인 에너지로 경이로운 크리에이션을 완성한 ‘나뛰르 소바쥬’ 컬렉션을 소개한다.

1. 스쿠텔리아(Scutellia)
악어 스킨과 유리 조각. 이 두 가지 영감의 원천이 만든 매혹적인 링은 기하학과 볼륨감, 리듬감을 증폭시키는 방식으로 표출된다. 에메랄드 컷 혹은 브릴리언트 컷 다이아몬드, 그리고 가장자리가 뾰족한 귀금속과의 완벽한 조합이 돋보이며 유리 구조의 강렬한 반짝임과 함께 악어의 거친 비늘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피라미드처럼 다양한 모서리와 층으로 이뤄진 이 복잡한 디자인에서 3.48캐럿 D IF 타입 IIa 다이아몬드가 정점을 찍는다.

2. 팬더 데 글라스
(Panthère des Glaces)

까르띠에의 상징인 팬더의 변신은 가히 놀라울 정도다. 그대로 얼어붙은 듯한 사실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팬더의 매끈한 실루엣 속에서 발산하는 눈부신 생동감이 매력적이다. 수정이 에워싼 카이트 다이아몬드들이 마치 얼음을 조각한 듯 피스의 기하학적인 구조와 대비를 이루며 두드러진다. 특히 피스의 투명함과 다이아몬드의 반짝임이 정교한 얼음 조각을 연상시킨다. 빛의 유희를 강조하며 팬더가 시기하듯 움켜쥔 보석인 희소한 D IF 타입 lla 인증 다이아몬드를 더욱 돋보이게 하는 스톤 선택은 메종의 탁월한 장인 정신을 드러낸다.

3. 앨리(Alae)
고층 빌딩의 실루엣을 연상시키는,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반듯하게 제작한 디자인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이 반짝이는 구조물은 곤충의 경쾌한 날갯짓에서 시작되어 천 가지 디테일과 유려하고 그래픽적인 형태로 모습을 드러내는데, 오닉스와 다이아몬드라는 상징적인 컬러 조합이 다시금 등장한다. 특히 잠금장치에 숨겨진 딱정벌레 모티프는 우리의 감각을 일깨우며 경탄을 불러일으킨다.

4. 뚜띠 마하반(Tutti Mahavan)
인도어로 ‘대자연의 숲’을 의미하는 뚜띠 마하반은 뚜띠 프루티의 상징적인 코드를 재해석한 현대적 스타일을 보여준다. 의식 절차의 가슴 장식에서 V자 모양을 차용하여 탄생한 이 디자인은 중앙에 프레셔스 스톤(사파이어, 에메랄드, 루비)을 배열하였으며, 정교한 에메랄드 드롭 세팅이 하단의 부분을 우아하게 장식한다. 가장 빛이 나는 스톤부터 잎의 모양을 섬세하게 조각한 스톤까지 순서대로 배치하며 마치 꽃이 만개한 듯한 모습을 구현했다. 브릴리언트 다이아몬드로 나뭇가지의 모습을 담아냈고, 기하학적인 바게트 및 스퀘어 컷 다이아몬드는 역동성과 현대적인 스타일을 완성한다.

오스트리아 빈에서 꽃피운 하이 주얼리
까르띠에 하이 주얼리 이벤트의 꽃이자 하이라이트, 갈라 디너. 올해는 또 어떤 환상적인 세계와 공간으로 우리를 이끌지 궁금했다. 갈라 이브닝 파티를 위해 까르띠에는 예술과 역사의 장소인 빈 응용미술관(MAK)을 선택했다. 이곳은 1864년에 개관한 미술관으로, 응용 예술과 현대미술, 디자인, 건축 등 여러 분야의 작품을 전시한다. 이 역사적인 장소에서 열린 갈라 파티에는 소피아 코폴라와 엘 패닝을 비롯해, 디피카 파투콘, 안나 사웨이, 프란츠 로고스키 등 메종의 친구 및 앰배서더를 비롯한 게스트들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MAK의 웅장한 건축물에 무게감을 더하는 주얼리 모델 쇼에서는 디자이너 조나단 에일우드 (Jonathan Ailwood)의 의상과 이 특별한 크리에이션을 착용한 모델들이 우아한 자태로 비범하고 새로운 하이 주얼리 컬렉션을 선보였다. 스페인 출신 독일 셰프이자 미슐랭 스타 3개에 빛나는 후안 아마도르가 진행한 디너는 정확성과 본질, 놀라움, 실험성, 창의성이 조화를 이룬 예술적인 음식의 향연을 선사했다. 이탈리아 유명 테너 파비오 사르토리의 노래와 함께 펼쳐진 아르튀르 카드르의 안무 퍼포먼스, 그리고 영국 아티스트 레이의 깜짝 등장은 모두의 환호성을 끌어냈다. 강렬하고 생동감 넘치는 밤. 나뛰르 소바쥬에 포착된 동물이 자신의 이야기를 끊임없이 펼치는 듯한 이곳은 모험이 있는 신비로운 마법의 세계에 잠시 도취된 듯한 착각을 일으켰다.

애프터 파티 퍼포먼스의 주인공, ‘레이’의 공연.
갈라 이벤트의 하이라이트. 조나단 에일우드가 까르띠에 모델쇼를 위해 제작한 드레스와 나뛰르 소바쥬 하이 주얼리 런웨이를 선보였다.
갈라 이브닝 파티가 열린 빈 응용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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