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주류 트렌드 ‘소버 라이프’를 아시나요?

최수

술, 얼마나 마시나요?

여러분은 지난 대학 생활의 음주 문화를 어떻게 기억하시나요? 신입생 환영회, 개강 파티, MT 등 각종 행사에서 밤새워 마시던 술, 선배가 제안하는 술잔을 거절하지 못해 씨름했던 기억이 스치진 않나요? 하지만 요즘의 대학생들은 다릅니다. 동기끼리 대량의 술을 나눠 마셔야 하는 의리주, 원치 않는 장기 자랑 등을 대신해 모두가 함께 즐길 수 있는 보드 게임 등이 행사의 주요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았거든요. 술을 마시고 싶지 않은 이들이 모여 ‘무알코올방’ 등을 만드는 등 금단의 구역을 설정하기도 합니다. 사실 이러한 경향은 전세계의 2030 세대에서 퍼져나가고 있는 트렌드와 닮아있습니다. 일명 ‘소버 큐리어스(Sober Curious)’ 혹은 ‘소버 라이프(Sober Life)’라 일컫는 생활양식이 그 주인공입니다. 술에 취하지 않는 것을 의미하는 소버(Sober)의 사전적 의미에서 이들이 지향하는 바를 가늠해 볼 수 있죠.

소버 라이프, 왜 하는 거야?

정확히 말하자면, 소버 큐리어스 혹은 소버 라이프는 술을 완전히 끊는 것과 다른 개념입니다. 일상에서 알코올 섭취를 최소화하고 자신에게 알맞은 적정 도수의 술을, 소량만 즐기려는 건강한 삶의 의지를 내포하죠. 이러한 트렌드가 떠오른 배경을 해석하는 시선은 다양합니다.

우선, 팬데믹 기간동안 여럿이 모이지 못하는 사회적 규제로 인해 술자리가 축소되고, 음주 문화의 규모나 술자리에 대한 암묵적 강제성이 줄어든 것을 이유로 꼽습니다. 사람들이 자신의 자율적인 선택권과 개인의 건강을 우선적으로 살피게 된 것이죠. 또한 현대인들이 만연하게 느끼는 사회적 관계에 대한 피로감과 스트레스가 원인이라 해석하기도 합니다. 타인과의 관계를 통해 얻는 만족감보다, 자기 계발과 같은 개인적인 만족감을 중시하는 경향이 짙어지며 주류 문화에도 영향을 끼치게 된 것입니다.

저도수 & 무알콜 음료 시장의 성장

최근 저도수, 무알콜 음료에 대한 관심이 증가한 것은 소바 큐리어스 트렌드의 영향력을 방증합니다. 한 빅데이터 연구 결과에 따르면, 최근 6개월(23년 9월~24년 2월)간 소버 큐리어스, 소버 라이프와 관련된 키워드 언급량은 12만 8,595건으로 직전 6개월(23년 3월~9월)에 비해 15%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시장 반응 역시 긍정적입니다. 2022년 저도수, 무알코올 카테고리는 전 세계적으로 110억 달러 이상의 판매를 기록했는데요. 전문가들은 2026년까지 25% 이상의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이에 따라 한 글로벌 맥주 회사는 2025까지 자사 포트폴리오의 20% 가량을 무알코올 제품으로 채우겠다고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전 세계 신산업 트렌드가 모이는 CES에서도 소버 큐리어스의 잠재력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지난 CES 2024에서 식물성 양조 기술로 무알코올 음료를 제조하는 ‘콜드로우(Coldraw)’ 기업이 푸드&애그테크(Food and Ag Tech)분야의 혁신상을 수상한 것인데요. 찻잎과 허브 등의 천연 추출물로 식물성 무알코올 음료를 만든 것으로, 소버 큐리어스 시장의 니즈를 정확히 겨냥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앞으로의 음주 문화는 어떻게 변할까요? 우리 앞에 놓일 수많은 미식 주류의 선택지를 기대해 봅니다.

사진
Getty 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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