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블랑의 마이스터스튁 필기구의 탄생 100주년을 축하하는 특별한 행사가 LA에서 열렸다.
디지털의 발달에도 손 글씨에 대한 열정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손 글씨는 그냥 손 글씨 자체가 아닌, 집중의 시간이며, 혼란스러운 정신을 가지런히 정리하는 내밀한 시간이다. 아날로그 시대의 향수로 손 글씨에 대한 마음은 더 커져버렸고 말이다. 손 글씨의 시간을 좋아하는 내가 몽블랑 만년필에 관심이 생긴 건 아티스트 에디션 덕분이다. 윌리엄 셰익스피어, 스콧 피츠제럴드, 오스카 와일드, 알렉상드르 뒤마 등 작가의 작품에서 영감 받은 디자인과 작가의 사인이 각인된 18K 골드 펜촉의 만년필은 실제로 보면 더없이 우아하고, 사뭇 웅장하며, 그 고요한 근엄함에 압도된다. 작가에 헌정하는 리미티드 펜에 대한 관심으로 몽블랑과의 인연은 시작되었다.
지난 5월 1일 몽블랑은 LA에 자리한 파라모어 에스테이트에서 전설적인 필기구 마이스터스튁 100주년을 기념하는 이벤트를 펼치면서 새로운 글로벌 캠페인을 공개했다. 먼저 이 역사적인 행사에 앞서 독일어로 ‘걸작’이라는 뜻의 마이스터스튁이라는 필기구에 대한 설명이 필요할 듯하다. 마이스터스튁은 1924년 처음으로 출시된 몽블랑의 아이코닉한 만년필로, 블랙 시가 모양의 디자인, 세 개의 골드 링, 수공예 골드 닙(펜촉)을 갖춘 만년필이다. 만년필을 비롯한 필기구, 가죽 제품, 시계, 주얼리, 향수 등을 만드는 럭셔리 브랜드 몽블랑에서 가장 유명한 제품으로 지금은 몽블랑을 상징하는 대명사가 되었다. 무성영화 시대 스타인 안토니오 모레노가 거주했던 곳인 파라모어 에스테이트 빌라에 들어서자 흥겨운 라이브 밴드의 음악과 함께 거대한 마이스터스튁 조형물이 설치된 수영장이 펼쳐졌다. 노랗고 파란 원색의 수영장은 쌀쌀한 날씨였음에도 당장 뛰어들고 싶을 만큼 근사했다. 수영장을 지나 건물 안에서는 몽블랑의 역사적인 필기구 전시가 펼쳐졌다. 그곳에서는 저마다의 사연과 역사를 품은 1920년대의 클래식 마이스터스튁부터 섬세하고, 정교한 몽블랑의 다채로운 아카이브 피스가 전시되어 있었다. 밴드의 음악이 멈추고,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는 시각, 파라모어 에스테이트의 아름다운 뒤뜰에 마련된 디너 테이블에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앉기 시작했다.
몽블랑 글로벌 릴레이션 디렉터 스테파니 라들(Stephanie Radl)의 소개로 무대에 오른 필립 포르투나토와 배우 루퍼트 프렌드의 스피치로 디너 이벤트는 시작되었고, 마이스터스튁 100주년을 기념해 몽블랑이 야심 차게 준비한 웨스 앤더슨 감독과의 광고 캠페인이 공개되었다. 캠페인은 몽블랑산 정상에 있는 가상의 몽블랑 본사가 배경이다. 캠페인에서는 웨스 앤더슨 감독 특유의 미학과 독특한 스토리텔링 아래 그가 사랑하는 배우 루퍼드 프렌드, 제이슨 슈워츠먼, 심지어 웨스 앤더슨 감독이 직접 필름 속 캐릭터를 연기한다. 영상은 세련된 재치로 가득 차 있으며, 메종의 DNA와 럭셔리 동반자를 미묘하게 또는 은근하게 나타내는 요소가 풍성하게 담겨 있다. 예를 들어, 오프닝 장면의 산 배경은 눈 덮인 몽블랑산 정상을 상징하는 회사 이름과 엠블럼을 나타내고, 이미지로 표현된 ‘고산 도서관과 집필실이 있는 몽블랑산 관측소’는 이 브랜드의 최근 라이브러리 스피릿(Library Spirit) 캠페인에 경의를 표한 것이다. 캠페인은 영감을 주는 도서관의 영향력, 글쓰기와 창작이 마법처럼 전개되는 데스크 등을 매개로 글의 세계와 몽블랑과의 관계를 집중 조명한다. 여러 등장인물이 ‘100여 년 전에 탐험가를 위해 디자인된 만년필’을 소개하고 시대를 앞서가는 혁신적인 품질에 대해 토론하는 등 시종일관 유머와 위트와 여유가 넘치는 한 편의 짧은 영화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빠져들었다. “100년 동안 마이스터스튁은 작가, 창작가 그리고 글을 쓰는 모든 이들의 손을 통해 수많은 이야기를 종이에 담았습니다. 마침내 이 글쓰기 아이콘을 이야기의 주인공으로 만들 때가 되었는데, 우리는 전혀 예상치 못한 놀라운 방식으로 일을 진행하고 싶었습니다. 이런 이유로 우리 시대의 위대한 스토리텔러인 웨스 앤더슨을 초대하여, 독보적인 이야기 전개와 확실한 시각적 정체성을 통해 몽블랑 세계를 독특하게 해석해달라고 요청했죠. 이는 메종이 선보이는 매우 색다른 방식이며, 전 세계가 새로운 시각으로 몽블랑을 재발견할 것이기에 몹시 기쁩니다.” 몽블랑 마케팅 및 머천다이징 최고 책임자인 빈센트 몬탈리스코(Vincent Montalescot)의 말이다.
이번 이벤트에는 실제로 광고 캠페인 필름에 등장한 루퍼트 프렌드를 비롯해 제이슨 슈워츠먼이 직접 참석해 자리를 빛내주었다. 뿐만 아니라 웨스 앤더슨 사단 배우 와리스 알루와리아, 한국의 배우이자 몽블랑의 마크 메이커인 이진욱 또한 참석해 100주년을 축하했다. 시각, 청각, 미각까지 즐거운 디너가 계속되었고, 캠페인의 감동과 놀라움이 가시기도 전에 특별 게스트 존 레전드의 무대가 시작되었다. 그는 피아노를 치며 자신의 히트곡 다섯 곡을 불러 모두를 열광에 빠지게 했다. 그리고 어둠이 내려앉은 숲, 모든 것이 완벽에 가까웠고 비현실적이었다. 위트 넘치는 생일 축하 곡을 마지막으로 성대한 이벤트는 끝을 향해 달려가나 싶었지만, 에스테이트의 볼룸에서는 DJ A-Trak의 공연과 애프터 파티가 이어졌다.
숙소로 돌아가는 차 안에서 웨스 앤더슨 감독의 캠페인이 다시금 떠올랐다. 집필실 데스크에 앉아 필기구로 글을 쓰면서 일기, 편지, 소설 등 손 글씨의 즐거움과 가치를 알리는 부분. 그 대화의 마지막이 무척 인상적이었는데, 손으로 쓰는 경험을 재발견하라는 이야기로 다음과 같이 마무리한다. “Let’s Write!” 디지털 시대의 정점에서도 마이스터스튁은 문화와 창의력, 연결성의 상징으로 여겨질 것이라는 알레산드라 엘리아 몽블랑 필기 문화 디렉터의 말처럼 이번 특별한 컬렉션을 통해 몽블랑 마이스터스튁의 디자인 속성을 새로운 시각으로 재발견하는 특별한 시간을 누렸다.
- 사진
- VIRGILE GUINARD, JON KOPALOFF, GETTY IMAGES FOR MONTBLAN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