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란한 빛을 품은 지중해의 도시 마르세유에서 버지니 비아르가 선보인 환상적인 수중 판타지. 2024/25 샤넬 크루즈 쇼가 그 화려한 막을 올렸다.
문화의 중심지이자 지중해의 심장부인 마르세유의 시테 라디외즈 아트센터(Centre d’art de la Cité radieuse)에서 펼쳐진 샤넬의 2024/25 크루즈 컬렉션. ” 마르세유는 내 감정과 긴밀히 소통할 수 있는 도시입니다. 마르세유의 매력, 그 신선한 공간의 분위기를 포착해 그곳을 지배하는 에너지를 전달하고자 했어요. 이번 크루즈 컬렉션 런웨이 쇼 배경을 생각할 때 시테 라디외즈(Cité radieuse) 보다 더 좋은 곳은 떠오르지 않았어요.” 세계적인 건축가 르 코르뷔지에(Le Corbusier)가 건축한 시테 라디외즈는 기능성과 미학에 대한 그만의 가치가 구현된 곳이자 프랑스어로 주거 집합를 뜻하는 ‘유니테 다비타시옹’의 연작 중 하나다. 파도와 햇볕에서 영감을 받은 알록달록한 색감과 견고한 콘크리트 구조물, 그 옥상에 위치한 MAMO아트센터는 버지니 비아르의 마음을 붙잡기에 충분했다.
이 아름다운 도시를 배경으로 샤넬은 영국의 패션 및 다큐멘터리 사진가 제이미 호크스워스와 손잡고 크루즈 컬렉션 프리뷰 이미지를 공개했다. 지난해 23/24 공방 컬렉션 이후 두 번째 만남인 그들. 마르세유의 거리를 거닐며 포착한 찰나의 풍경과 사람들의 모습은 이 도시가 품은 정취를 여실히 느끼게 해주었다. 또한 사진가 이네즈앤비누드가 ‘샤넬 여성의 전형’이라 칭한 모델 롤리 바히아(Loli-Bahia)의 모습을 담아낸 시리즈를 공개하며 곧 열릴 샤넬 크루즈 쇼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영화감독 래드 리(Ladj Ly)가 디렉팅을 맡은 크루즈 쇼 티저 영상도 공개되었는데, 그가 촬영한 영상 속에는 국립 발레단과 댄서 마리옹 바르보(Marion Barbeau)가 자유로운 몸짓으로 마르세유의 곳곳을 누비는 아름다운 장면이 담겨 있었다.
“태양, 건축, 음악, 춤. 마르세유는 자유분방한 축제의 도시죠. 라이프스타일, 즉 일상생활 속 움직임을 야기하는 모든 것에서 영감을 얻었어요. 그중 바다와 바람 때문에 웨트 슈트를 활용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샤넬 쇼가 펼쳐지는 당일 오전, 이들이 준비한 특별 프로그램인 ‘RADIO CHANEL’이 시작되었고 쇼 직전 들뜬 기대감으로 숨죽여 볼륨을 높였다. 샤넬의 앰배서더 카롤린 드 메그레(Caroline de Maigret)와 기자이자 프로듀서인 제랄딘 사라티아(Géraldine Sarratia), 그리고 뮤직 큐레이터 페드로 윈터 (Pedro Winter)가 이끄는 이 라디오는 샤넬의 앰배서더 및 친구들을 초청해 그들이 생각하는 ‘창조’에 관해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누며 긴장을 풀었다. 이로써 모든 준비는 끝. 문화와 역사가 있는 마르세유, 이 도시의 정취를 듬뿍 담은 컬렉션을 만날 시간이다! 장미셸 자르(Jean-Michel Jarre)의 귀를 찌르는 듯한 신시사이저 음악이 흘러나오며 아니스 그린 색상의 샤넬 슈트와 60년대를 연상시키는 드레스를 입은 모델이 걸어 나왔다. 이전 룩들에서는 볼 수 없던 스터드가 달린 후디를 룩 레퍼토리에 포함시켜 샤넬 코드를 입힌 스포티 룩을 제안한 점이 눈에 띄었다. 이어서 나온 은빛 색상의 크로셰 짜임이 인상적인 룩과 샤넬의 아이코닉 트위드 소재를 파스텔 톤으로 물들인 셋업은 수영장에서 보내는 여름날의 추억을 상기시켰다. 이번 컬렉션에서는 작은 물고기, 어망, 조개껍데기 같은 해안가 생물 모티프가 대거 등장하는데, 이는 버지니 비아르가 이번 컬렉션에서 말하고자 하는 심해 탐험과 맞닿아 있다. 목걸이, 귀걸이같은 액세서리부터 물고기 프린팅이 되어있는 시폰 소재 스커트까지.
작은 디테일 속 해양 모티프를 찾아보는 재미를 주었다. 전체를 관통하는 스포티한 무드 속 자수 디테일을 넣은 버뮤다 팬츠, 바이커 쇼츠, 오버사이즈 베이스볼 재킷같이 전에는 자주 볼 수 없던 아이템들도 대거 등장했으며 와플 패브릭의 스커
트, 페티코트, 사이드 오픈 드레스같이 시원하고 바람에 쉽게 날리는 소재를 사용해 여름 분위기를 물씬 느끼게 해주었다, 마지막으로 해변가라면 빠질 수 없는 수영복과 플립플롭의 등장! 블랙과 화이트 컬러만을 사용한 모노키니와 타월 소재의 플립플롭은 다채로운 룩 사이에 중심을 잡아주고 컬렉션의 접근성을 높인 요소였다. 특히 샤넬의 아이코닉 리틀 블랙 드레스를 변형시킨 꽃 모티프가 장식된 수영복은 당장이라도 입고 마르세유의 해안가로 달려가고 싶은 기분이 들게 했다.
빛을 발산하는 태양과 환상적인 수중 세계가 만나 이룬 완벽한 하모니. 항상 영화적인 순간으로 우리를 이끄는 버지니 비아르. 특히 크루즈 컬렉션은 그녀의 동화 같은 꿈을 실현하는 핵심 매개로 세계 곳곳의 장관들 속으로 우리를 초대했었다. 이번 쇼의 장소로 마르세유를 선택한 그녀는 ‘투지가 넘치는 해변 도시’라는 면에서 마르세유가 마음에 들었다고 한다. ‘투지’라는 단어로 이 도시를 칭했듯 당찬 컬렉션을 우리에게 선보인 샤넬. 쇼는 말할 것도 없이 라디오, 전시부터 파티까지 어느 하나 빼놓을 것이 없던 그날의 기억은 잊을 수 없을 것이다. 샤넬로 물들었던 아름다운 마르세유의 5월 2일. 찬란하고 화려했던 그 시간 속으로 당신을 초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