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브르 박물관이 ‘모나리자’를 위한 혼자만의 방을 만들지 고민 중이에요
얼마 전 영국의 미술 전문 매체 <아트뉴스페이퍼(Art Newspaper)>가 흥미로운 수치를 전했습니다. 여기는 매년 전 세계 주요 뮤지엄 관람객 수를 조사해 발표하는데요. 작년 우리나라 국립중앙박물관의 연간 관람객 수가 418만명이었데요. 조사에 참여한 세계 유수의 기관 중 6위에 해당합니다. 아시아 기준으로는 가장 높은 순위고요.
그럼 TOP 5는 대체 어디일까요. 아주 쟁쟁합니다. 테이트 모던(474만명), 메트로폴리탄 뮤지엄(536만명), 영국박물관(582만명), 바티칸 박물관(676만명). 하지만 1등은 결코 변하지 않습니다. 많은 사람이 예상한 대로 프랑스 파리의 루브르 박물관이 주인공인데요. 2위와 무려 200만명 이상 차이 나는 886만명을 기록했어요. 우리는 여기서 두 가지를 생각할 수 있어요. ‘루브르 박물관에 가면 늘상 사람 지옥을 겪겠구나. 그리고 인기 많은 작품 앞에서는 뼈도 못 추리겠구나!’
이를 잘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가 바로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걸작 ‘모나리자’입니다.
‘모나리자’를 보기 위해 전 세계에서 수많은 인파가 몰리는데요. 성수기에는 매일 루브르 박물관을 찾는 관람객 중 80%가 ‘모나리자’ 때문에 갤러리로 돌진합니다. 이에 따른 부작용은 상당해요. ‘모나리자’에 대한 관람객 경험이 최악으로 치닫고 있거든요. ‘모나리자’를 가리켜 ‘세계에서 가장 실망스러운 걸작’이라고 부르는 사람이 많아졌습니다. 루브르 박물관을 찾는 관람객 중 37%가 ‘모나리자’에 대한 부정적인 리뷰를 남길 정도에요. 이 그림은 박물관에서 가장 큰 방에 걸려있지만, 공간을 독차지하는 건 아니거든요. 티치아노, 틴토레토 등 콧방귀 좀 뀐다는 르네상스 거장의 다른 걸작들도 함께합니다.
게다가 ‘모나리자’를 위한 철통 방비는 그림을 보라고 걸어놓은 건지, 지키려고 걸어놓은 건지 헷갈려요. 2005년 테러에 대비하고 온도를 용이하게 조절하기 위해서 방탄유리 케이스를 설치하는 바람에 관람객의 접근성이 확 떨어졌습니다. 빛 반사 때문에 그림을 제대로 못 본다는 아우성에 지난 2019년 반사율을 획기적으로 낮춘 첨단 유리로 개선했지만, 일단 관람 환경이 최악이다 보니 마치 벽에 걸린 우표처럼 보인다는 의견이 다수입니다.
루브르 박물관에서도 이 슈퍼스타를 어떻게 관리해야 할지 고민이 많은데요. 얼마 전 흥미로운 소식이 들렸습니다. 루브르 박물관을 이끄는 관장이 공개적으로 ‘모나리자’만 따로 분리해서 자체 갤러리에 배치할 계획을 현실적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의견을 밝힌 건데요. 옛날부터 비슷한 아이디어는 계속 있었지만, 요즘은 진짜 문제가 심각하다고 생각하는지 실질적인 방법을 고민 중이에요. 가장 유력한 방법은 루브르 박물관을 상징하는 유리 피라미드를 우회하는 두 개의 지하 출입구를 만드는 겁니다. 하나는 ‘모나리자’ 전용 갤러리로, 하나는 특별 전시회로 연결되는 구조로 리노베이션하는 아이디어죠. 문제는 비용입니다. 해당 공사에는 약 5억 유로(한화 약 7천3백억 원)가 들 것으로 추산해요. 과연 ‘모나리자’는 혼자만의 방을 가질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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