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북목이 거북한 이들을 위한 운동법

천나리

어려운 기술이나 큰 힘을 요하지 않는 목 교정 운동

“좀 신경 써서 목 좀 집어넣지. 거북목으로 퇴장하더라.” 결혼식에서 버진로드를 걸어 나오는 내 모습이 안타까웠던 지인의 진심 어린 한마디는 심각한 목 상태를 깨닫게 했다. 5년 전 잠을 잘못 잤는지 목이 결려 방문한 정형외과에서 일자목 진단을 받긴 했지만 남의 눈에도 포착될 정도일 줄이야! 하루를 더듬어보면 그럴 만도 하다. 눈으로 보고 손으로 넘길 것이 많아진 쇼츠 시대. 지하철 출퇴근길은 어김없이 스마트폰을 보느라 고개를 떨구고, 하루 대부분의 시간은 사무실 컴퓨터와 씨름하며, 집에서도 식사하며 TV를 본다. 무신경하게 지낸 사이 목은 튀어나오고 등은 굽은 거북이가 되어간 것이다. 중력에 의해 나이가 들면 겪는 퇴행성 질환인 거북목증후군이 컴퓨터와 스마트폰 탓으로 생활형 질환이 된 지 오래. 전문가를 찾아다니며
실천 가능한 해결책을 물었다.

@alicepilate

매일 20분씩 자가 운동

일단 나의 현재 상태를 제대로 파악하는 것이 급선무. 목뿐만 아니라 허리디스크, 척추측만증 등 동반 가능성이 있는 전신의 문제를 파악하고 싶은 마음에 EOS 촬영을 진행하기로 했다. EOS는 정면과 측면을 포함한 전신을 한 번에 촬영하는 3D 엑스레이 장비로, 왜곡이나 오차가 없는 1:1 비율의 정확한 전신 촬영은 물론 뼈의 회전 등 2D 이미지로는 파악하기 어려운 변형 유무를 확인할 수 있다. 방문한 곳은 이 기기를 보유한 부민병원. 측정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C자형 커브를 이뤄야 정상인 목이 일자형으로 변형돼 앞으로 돌출된 게 눈으로 보이시죠? 건강한 목의 각도는 0~5°인데 -20°로 거북목이네요. 거북목은 물론이고 이와 관련이 큰 라운드 숄더까지 모두 교정이 필요합니다. 단기간에 개선되긴 어렵겠지만 매일 조금씩 운동해보시죠!” 부민병원 척추내시경센터장 은상수 원장은 다음 네 가지 동작을 하루 10회씩만 실시하길 제안했다.

첫 번째는 턱 당기기. 앉거나 선 상태서 가슴을 펴고, 목 앞쪽 근육과 가슴에 힘을 주면서 턱을 당겨 3초간 유지한다. 고개가 숙여진다면 턱 앞에 검지손가락을 대 손가락과의 거리가 멀어지는 것을 확인하며 턱을 당겨 수평을 유지하자. 턱을 당길 때마다 목살이 접히는 이중턱이 돼 꼴불견이었지만 목 근육 단련에 그깟 이중턱이 대수랴! 두 번째 동작은 날개뼈 모으고 하늘 보기(닭날개처럼 양팔을 벌리는 치킨 운동과 고개를 뒤로 젖히는 맥켄지 운동을 결합해 ‘치맥 운동’이라고도 부른다). 의자에 앉아 손등이 어깨를 향하도록 팔꿈치를 구부리고 양 손바닥이 바깥을 보게 팔꿈치와 견갑골을 최대한 뒤로 모은다. 이때 고개도 뒤로 젖혀 하늘을 본 상태를 5초간 유지하고 다시 원래 자세로 돌아온다. 10회 후에는 굳은 목 앞쪽 근육이 신전되는 동시에 둥글게 말린 어깨가 열리고 뭉친 등이 시원해진 느낌이 들 것이다. 세 번째 동작은 모서리 벽을 이용한 운동. ㄱ자 모서리를 마주 보고 서서 팔꿈치를 구부리고 양 손바닥을 벽에 지지한 뒤, 왼 발을 앞으로 내밀고 무릎을 구부리면서 손으로 몸을 지지해 가슴을 앞으로 쭉 밀어준다. 이를 3초 간 유지하며 수축된 가슴 근육을 이완하고 견갑골 근육을 강화하는 운동으로 10회 후 발을 바꾸어 또 10회 반복한다. 마지막은 엎드려 흉추 회전하기. 무릎을 꿇고 엎드린 자세에서 왼손을 머리 뒤에 대고 고개와 팔꿈치를 왼쪽으로 회전해 하늘을 본다. 다른 동작들처럼 가슴을 최대한 펴고 견갑골은 수축해 목 근육과 등 전체 근육을 강화하는 동작으로 오른쪽과 왼쪽을 각 10회씩 진행했다. 모든 운동을 10회씩 진행하는 데 필요한 시간은 단 5분. 잠들기 전에 하니 아침마다 뻐근하게 느껴졌던 뒷목과 어깨가 한결 말랑해졌고 하루를 개운하게 시작할 수 있었다.

두 달 뒤 다시 찾은 부민병원. EOS 촬영 결과는 놀라웠다. “전신이 더 곧게 선 것 보이시죠? 앞으로 구부정했던 등이 좀 펴졌네요. 목 기울기는 11.5°. 기존 20°에서 9° 가까이 교정돼 더 자연스러운 곡선을 그리고 있고요. 밸런스가 진짜 좋아졌어요. 목 운동에 효과가 있다는 산증인입니다!” 목 운동 시 간혹 똑 소리가 나 걱정스러웠다는 얘기에 은상수 원장은 쓰지 않던 관절을 움직여 나는 소리일 뿐이고 통증이 없으면 문제가 없으니 안심하라고 했다. 특히 목디스크가 있는 경우 고개를 앞으로 숙이거나 옆으로 꺾는 동작은 금물(위의 네 가지 동작 역시 목을 뒤로 젖히거나 턱을 당기는 동작들로 구성되어 있다). 횟수를 10회로 제한한 이유도 과도한 운동으로 목이 망가지는 걸 방지하기 위함이라 했다. 결과를 몸소 체험했으니 앞으로도 꾸준히 운동해 유연한 C 커브 목과 곧은 어깨에 보다 가까워지려 한다. 하루 5분. 몸을 위해 투자하지 않을 이유가 없지 않나!

@anjawk

기구를 이용한 저강도 액티브 스트레칭

도저히 집에서 혼자 운동할 자신이 없거나, 다칠까 봐 걱정이거나, 전문가에게 제대로 코칭을 받고 싶다면 주목. 압구정에 위치한 모브플렉스는 독일 짐우드(GYMwood)사의 모빌리티 장비를 활용하는 웰니스 클럽으로 몸이 딱딱하게 굳은 이들을 위한 능동적 스트레칭을 제안한다. 좀 더 편안하고 유연한 움직임을 위해 긴밀하게 연결된 몸의 부위들이서로 원활히 협력할 수 있도록 이끈다고나 할까? 11만원짜리 1일 체험권을 구입, 예약 시간에 맞춰 모브플렉스에 들어섰다. 필라테스와 비슷해 보이는 운동 기구는 10개 남짓. 확실히 헬스장 기구보다는 습득과 사용이 쉬워 보였다.

“헬스는 근성장, 필라테스는 재활, 요가는 수련이 목적이지만 모두 안전성이 보장되지는 않죠. 유연성을 높인다고 맨몸으로 다리를 찢거나 근성장을 위해 과도하게 중량을 늘렸다간 다칠 수 있으니까요. 가동성이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고강도 트레이닝은 부상 위험이 따르지만, 특별히 고안된 기구를 사용하면 안전한 범위 내에서 운동해 과신전을 예방할 수 있어요.” 이미래 대표의 설명이 이어졌다. “보조자의 도움으로 몸을 이완하는 수동적 스트레칭은 단순 이완에 치우친다는 단점이 있죠. 하지만 능동적인 액티브 스트레칭은 코어 활용이 뒷받침돼 근육의 이완과 강화가 동시에 이루어집니다.”

생활 습관과 건강 상태, 불편감을 확인하는 간단한 문진을 작성하고 목을 좌우로 돌리며 가동 범위를 체크, 거북목 개
선에 적합한 여섯 가지 기구를 체험했다. 첫 번째 기구는 풋보드. 우드볼, 조약돌 등 모양이 다른 돌기가 장착된 지압판
에 체중을 실어 발바닥 근막을 구석구석 지압했다. “우리 몸의 근육은 나뉘어 있지만 근막은 하나로 연결되어 있어요. 뻣뻣해진 발바닥 근막만 이완되어도 몸 전체의 움직임이 원활해지죠.” 억 소리 나게 아팠던 지압에 익숙해지니 온몸에 피가 돌고 차가웠던 손발이 따뜻해진 느낌이 들었다. 이어 체스트 장비에 몸을 실었다. 양 무릎을 바닥에 대고 곡선형 패드에 등을 기대 흉추를 이완했다가 코어 힘으로 다시 올라오는 동작이었다. 목 근육이 약하면 혼자 힘으로 올라오지 못하기도 한다고 했다. 어쩐지 가슴을 여는 게 불편한 상황. “흉추 가동성이 생각보다 낮네요. 거북목 탓에 가슴 근육이 짧아진 것 같아요. 팔을 11자로 펴야 동작이 더 쉽겠어요.” 겨드랑이가 이전보다 활짝 열렸고, 날숨을 길게 뱉는 호흡과 함께 가동 범위가 점차 늘어났다. 다음은 짧아진 목 근육과 뭉친 승모근을 이완하는 기기인 넥. 튀어나온 지지대에머리를 기대 목을 스트레칭했고, 제 위치로 돌아올 때는 목 근육과 코어 근육이 파르르 떨리는 것을 느꼈다. 운동이 잘 되고 있다는 증거였다. 그 외 수축된 몸의 앞 근육을 반대로 늘리는 브리지(아치 자세)와 몸의 옆면과 코어를 이완, 강화하는 사이드 틸트 등 총 50분에 걸친 여섯 가지 기기 운동을 마쳤다. 다시 진행된 가동성 테스트. 목이 왼쪽보다 오른쪽으로 덜 돌아가는 것은 여전하지만, 시선이 더욱 뒤편에
머물러져 가동 범위가 넓어진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기구 사용이 익숙해지면 1:1 코칭에 의존하지 않고도 헬스장 시설
을 이용하듯 부담 없이 방문해 혼자 스트레칭하고 돌아가는 회원도 많다고 했다.

마지막 테라피는 사우나와 티(Tea) 큐레이션. 1인용 사우나에서 혈액순환을 북돋우고 근육을 이완한 뒤, 향기로운 아
로마 오일에 매칭된 티를 마시며 심신의 피로를 풀어주는 것으로 프로그램이 마무리됐다. “뒷목 잡게 만드는 고민을 훌훌 털어내야 진정 거북목이 회복되지 않겠어요?” 말 그대로 ‘저강도’인 난도 하의 동작들이지만 잘못된 생활 습관으로 수축된 목과 가슴, 등 근육을 이완하고 좀처럼 쓰지 않아 힘이 없는 심부 근육을 강화하는 액티브 스트레칭. 부담 없이 꾸준히 방문해 안정적인 범위 내에서 운동하고 싶다면 꽤 괜찮은 선택지가 아닐까.

보기에도 예쁜 목선 만들기

“거북목이 되는 순간 끝난 거야. 적당한 힘으로 살짝 당겨.” 알고리즘의 바다를 헤엄치던 중 추천된 유튜브 채널 ‘한혜
진’의 콘텐츠. 영상 속 한혜진은 모교의 모델 지망생들에게 워킹법을 가르치고 있었다. 하늘을 향해 일자로 솟은 목과 반듯한 직각 어깨. 곧고 바른 자세야말로 모델의 상징이지 않나! 반드시 모델이 되고 싶지 않더라도 자세가 구부정한 학생들이 교정을 위해 모델 아카데미를 찾곤 한다니, 이거다 싶어 에스팀 이스튜디오 팀장이자 ‘아이돌 학원’으로 불리는 SM 유니버스 유닛장을 겸하는 모델 이지민에게 SOS 를 쳤다. “모니터 앞에 앉아 있는 시간이 많기 때문일까요? 모델, K팝, 연기, 프로듀싱 등 다양한 전공 중 프로듀싱 전공 학생들의 거북목이 진짜 심한 편이에요.” 이지민 팀장이 회사원도 마찬가지 아니겠느냐며 이야기했다. “거북목은 얼굴이 앞으로 튀어나와 더 커 보이게 만들어요. 승모근이 따라 올라오면서 목이 짧아지고요. 어깨가 좁아져 옹졸해 보이기까지 하죠. 그 상태에서 정면을 보면 나도 모르게 눈을 치켜뜨게 되고요. 미적으로 악순환이 이어질 수밖에 없어요.” 망가진 비율로 걷고, 서고, 앉아 있을 내 모습이 머릿속을 스쳤다. “아카데미에서는 벽 서기, 벽 없이 혼자 서기, 워킹 강습 등으로 목을 교정하지만 일주일에 두세 번 방문해 배우는 것만으로는 아무리 열심히 해도 부족해요. 평소 걷거나 대중교통을 타는 이동시간을 활용하는 게 최고죠.”
바르게 걷는 자세의 최우선은 시선 처리다. 바닥을 보며 걸으면 목이 아래로 떨어지기 마련. 그렇다고 바로 앞을 보면 걷는 사이 시선이 다시 떨어지기에 최대한 멀리 응시하며 걷기를 권했다. 포인트는 턱이 아닌 코를 활용하라는 것. 턱을 당기는 대신 얼굴의 중심인 코를 뒤통수에 닿게 만든다는 느낌으로 머리 전체를 뒤로 넣으면 둔탁한 이중턱이 생기지 않는다. 그뿐만 아니라 뒷목과 견갑골을 포함한 등 근육 전체에 힘이 들어가 자연스럽게 굽은 등이 펴지고 몸이 일자로 유지된다. “이렇게만 걸어도 키가 3~4cm는 더 커보일 거예요. 어깨가 펴져서 훨씬 자신감 있어 보이고요.” 이는 대중교통으로 이동할 때도 마찬가지. 휴대폰을 보더라도 팔을 눈높이로 들어 목이 처지지 않게 하고 코는 걸을 때와 마찬가지로 뒤통수 방향으로 끌어당겨준다. 귀와 어깨가 일직선상을 이룬다고 생각하면 쉽다. 흔들리는 버스나 지하철에서 어깨너비로 다리를 벌리고 서서 중심을 버티면 목과 코어 근육을 강화할 수 있다. 날개뼈를 뒤로 모으고 흉곽과 복부에 힘을 주면 더욱 효과적이다. 넘어질까 봐 걱정이라면 팔을 올려 손잡이를 잡는 것으로 라운드 숄더를 펼 수 있다. 단, 손잡이에 너무 의존하지 말고 손을 가볍게 얹는 느
낌으로, 왼쪽과 오른쪽을 번갈아 잡고 양쪽 다리에 체중을 고르게 분산시켜 밸런스를 유지하자.

출퇴근길, 이어폰을 빼고 목과 어깨, 날개뼈에 주의를 집중해보았다. 휴대폰 밖의 세상을 보니 그동안 알아채지 못한
장면이 눈에 들어왔다. 하나같이 스마트폰을 향해 목을 구부린 사람들, 고개를 떨구고 잠든 사람들, 봉에 기대 짝다리
로 선 사람들···. “목을 의식하는 것만으로도 자세를 고칠 수 있어요. 평소 몸 뒤에 벽이 있다고 상상하며 생활하면 분명
달라질 거예요.” 이지민 팀장의 조언을 되새기며 이동할 때마다 제대로 서고, 걸어보았다. 자연스레 회복된 목과 우아
한 자세를 위해 이 정도 성의는 보일 수 있지 않겠는가?

사진
인스타그램 @alicepil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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