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술러를 위한 소소하지만 확실한 팁
와인, 좋아하시나요? 품종과 토양, 기후, 메이커에 따라 다채로운 아로마를 지닌 와인은 국내에서 대중적인 사랑을 받는 주류로 자리 잡았죠. 하지만 이토록 매력적인 와인에도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으니, 그것은 바로 ‘혼술’에 적합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와인은 산소가 유입되는 순간부터 산화가 시작되기 때문에, 마개를 열면 한 자리에서 비워내는 것이 좋다는 사실을 모두가 알고 있죠. 하지만 평균 750ml의 와인 한 병을 혼자서, 한 자리에서 해치우는 일은 웬만한 주당이 아니고서야 어려운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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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미국의 와인 전문 매거진 ‘와인 엔수지애스트(Wine Enthusiast)’에서 반가운 소식을 전했습니다. 우리의 일반적인 우려와 달리, 한번 오픈한 와인이 오랫동안 맛을 유지한다는 것이죠. 어떤 와인을, 어떻게 보관해야 오래 마실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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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우선 와인을 잘 골라야
본질적이게도, 와인 유지 기간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소는 ‘품질’입니다. 잘 만든 와인은 빨리 산화되지 않는다는 것이죠. 전문가들은 샤르도네, 리슬링, 세미용, 소비뇽 블랑 등 고품질 화이트 와인은 오픈 후 3~4일 동안 마시기 좋은 상태를 유지한다고 말합니다. 이는 보졸레, 프리미티보 같은 레드 와인도 마찬가지입니다.
한편, 셰리나 포트 같은 주정 강화 와인은 유지 기간이 조금 더 깁니다. 플로르(Flor)라 불리는 효모막이 있는 만자니야(manzanila)나 피노(Fino) 스타일의 와인은 일주일안에 소비할 경우 신선하게 즐길 수 있다고 해요. 반면, 플로르 없이 의도적으로 공기에 노출해 산화 숙성 시킨 올로로소(Oloroso)나 아몬티야도(Amontillado) 스타일 와인은 최대 8주 정도의 유효기간을 가지죠. 와인을 위스키처럼 즐기고 싶은 혼술러에게 희소식이 아닐 수 없어요. 다만 무엇을 고를지 모르겠다고요? 셰리 중에서도 상대적으로 상쾌하고 가벼운 와인을 선호한다면 만자니아와 피노를, 강한 바디감과 묵직한 풍미를 원한다면 올로로소를, 그 중간쯤이 좋다면 아몬티야도를 추천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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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보관 방법에 신경 쓰기
품질 좋은 와인을 잘 골랐다고 해도, 하루 이상 맛을 유지하려면 보관 방법에 유의해야 합니다. 기억해야 할 것은 두 가지. 첫째는 냉장 보관, 둘째는 산소와의 접촉을 최소화하는 것입니다. 냉장 보관은 와인의 산화를 낮추는 데 도움을 주는데요. 다만 레드와인을 일반 냉장고에 보관할 경우 타닌감이 평소보다 도드라질 수 있으니, 시음 적정온도인 14~18도 내외로 보관하는 것이 좋습니다.
와인과 산소의 접촉을 최소화하기 위해선 몇 가지 팁이 있습니다. 우선 와인을 밀봉하는 마개는 본병에 사용되었던 코르크보단 진공 마개를 사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보관 중에는 마개를 여러 번 여닫지 않는 것도 중요하죠. 또한 남은 와인이 한두 잔 정도의 적은 양이라면 병을 바꿔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에요. 아무리 밀폐를 잘한다 해도, 와인병 안에 공간이 커지면 산소와 접촉하는 면이 많아지기 때문입니다. 남은 와인이 꼭 맞게 들어가는, 작은 사이즈의 유리병을 소독하여 사용하면 산화를 늦추는데 도움이 됩니다. 하지만 이러한 팁은 산화의 속도를 늦출 뿐, 너무 여유를 부리다간 훌륭한 와인의 풍미를 모두 잃고 만다는 점 잊지 마세요. 모두의 즐거운 혼술 라이프를 응원할게요. 치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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