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코와 입맞춘 그녀들은 누구?

우영현

랩과 노래를 주고받은 사이

제니

무조건 ‘올해의 협업’ 예약입니다. 지코와 제니가 만났습니다. 지코의 11번째 디지털 싱글 ‘SPOT!’에 제니가 피처링으로 참여했어요. 늦은 밤 우연히 파티에서 만난 두 친구의 꾸밈없는 순간을 담은 힙합 장르의 곡이라고 해요. 직전에 공개된 뮤직비디오 티저는 흥겨운 바이브를 가득 함축하고 쭉 흥얼거리게 되는 지코 특유의 멜로디 라인이 쾌감을 극대화하는데요. 여기에 제니의 피처링이라니! 레코딩 비하인드 영상에서 제니의 유니크한 음색이 쩌렁쩌렁했죠. 놀랍도록. 지드래곤, 이하이, 맷 챔피언 등 제니의 피처링 참여는 손꼽을 정도로 드물어 더 기대가 될 수밖에 없어요. ‘챌린지 장인’ 지코가 제니와 함께 선보일 챌린지 안무도 흥행 포인트.

아이유

“오래 기다렸지 안녕, 나의 소울메이트 / 모든 게 너다워졌어 / 투명한 매듭에 묶여 / 한시도 이곳을 못 떠나”. 2018년 발표된 ‘SoulMate’는 지코와 아이유의 대화하듯 주고받는 호흡에 희열이 오릅니다. 노래하듯 힘을 뺀 지코와 싱잉 랩을 하듯 리듬감과 강약 조절이 통통 느껴지는 아이유의 보컬이 어우러진 첫 소절에서 그들이 음악적 영혼의 단짝이라는 게 여실히 느껴져요. 그도 그럴 것이 아이유가 데뷔 초기에 발표한 ‘마쉬멜로우’에 연습생이었던 지코가 랩 피처링을 했다고 하죠. 그로부터 9년 뒤 음원퀸, 음원킹으로 나란히 성장한 두 아티스트는 ‘SoulMate’로 재회했는데요. 아이유의 ‘국힙원탑’ 조짐이 눈에 띄는 곡이기도 합니다.

비비

‘아무노래’ 광풍이 꺼지기 전 지코가 발표한 미니앨범 <RANDOM BOX>에선 비비의 목소리를 발견하게 됩니다. “우리의 평화는 / 왜 일주일을 못 넘길까 / 서로 따지는 모습이 / 우습게도 잘 어울리지” 티격태격 애증의 커플 이야기를 담은 수록곡 ‘웬수’에 비비가 참여했는데요. 비비의 홀리는 보컬이 귀를 잡아당깁니다. “나와 너는 애증의 웬수야” 지코의 랩을 받은 비비가 “I`m sorry / Do you still love you? / 극적인 화해 끝에 키스는 싸울 때보다 더 격렬해”라고 노래하는 순간 사연 속 주인공들이 왜 “두 번 다신 안 볼 것처럼 천 일 째”인지 이해돼요. 그때나 지금이나 달디달고 달디단 비비의 목소리에는 뭐라고 설명하기 어려운 어떤 무드가 있습니다.

수란

지코의 첫 번째 미니앨범 <GALLERY>에 수록된 ‘오만과 편견’은 분위기에 취하는 곡입니다. 웨트한 멜로디 라인에 재지한 제스처를 덧댔는데요. “색을 지우다 되려 번져버린 캔버스 / 덮었다가 펴도 같은 페이지 같은 대목 / 넌 존재만으로 내 삶에 자국을 냈고 / 난 그 자취를 쫓는 탐정이 됐어” 들어다볼수록 곱씹게 만드는 가사가 잘 붙습니다. 무엇보다 목소리를 낮춰 읊조리는 듯한 지코의 랩이 잉크처럼 번지면 피처링에 참여한 수란의 독보적인 음색이 안개처럼 스며들어요. 전여빈이 출연한 뮤직비디오는 또 어떻고요. 이것들을 요약하면 한 마디로 이러합니다. 분위기가 있습니다. 그중 수란의 보컬은 사랑했던 이가 던진 마지막 손짓처럼 묘하게 오래 일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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