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상에 집착하지 않는 진짜들의 옷
리사, 비욘세, 메릴 스트립, 셰어의 공통점? 빈티지를 즐길 줄 아는 사람들이라는 겁니다. 이것도 트렌드, 저것도 트렌드, 마이크로 트렌드가 ‘판을 치는’ 요즘, 옛날 옷을 꺼내 입는 셀럽들의 패션에 더욱 눈길이 가는 건 자신만의 스타일에 대한 확고한 자신감이 느껴져서겠죠. 더군다나 셀럽이라면 따끈따끈한 새 컬렉션으로 온 몸을 두르는 게 결코 어려운 일은 아닐텐데 말이에요. 진짜 멋쟁이들은 신상과 유행에 휘둘리지 않는 법이니까요.
인스타그램에 다수의 사진을 올리며 근황을 알린 리사. 리사가 들고 있는 루이 비통 알마 PM백에 주목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유는 이 가방이 무려 2001년 마크 제이콥스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있던 시절의 제품이기 때문이에요. 손으로 쓱쓱 쓴 듯한 거친 레터링 디테일은 그 때 그 시절 마크 제이콥스가 엄청난 붐을 일으켰던 디자인이기도 해요. 아마도 이 컬렉션을 오래 전에 구매하고 지금은 옷장에 묵혀두는 이들도 있을텐데요. 이렇게 다시 착용해도 충분히 멋질 수 있습니다. 셀린느와의 오랜 계약을 마치고 루이 비통과 밀접한 관계를 잇고 있는 그녀가 브랜드에 대한 애정을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합니다.
새 컨트리 앨범 <카우보이 카터> 발매 직후 빌보드 1위를 차지하며 팝스타로서의 건재한 저력을 보여주는 비욘세도 최근 아이하트라디오(iHeartRadio) 어워즈에서 빈티지를 멋지게 소화했는데요. 매번 카우보이 코어 트렌드의 레전드를 갱신하는 그녀의 선택을 받은 빈티지는 베르사체 1992 F/W 컬렉션. 가죽 위를 수놓은 화려한 스터드 장식의 팬츠와 소매의 프린지가 강렬한 재킷이 정말 인상적이죠. 올드 베르사체 조합 위로 볼드한 벨트 두 개를 더해 개성을 배가한 스타일링도 재미있습니다.
같은 날, 오랜 아카이브를 가져 온 인물이 또 있으니 바로 배우 메릴 스트립과 가수 셰어입니다. 먼저 메릴 스트립은 몸 위로 부드럽게 흘러 자연스러운 실루엣을 만들어내는 랑방의 롱 드레스를 입었습니다. 2015년 그녀가 (지금은 고인이 된) 알버 앨바즈와 함께 포토월에서 포옹을 나누며 찍은 사진 속 드레스이기도 하죠. 9년이란 세월만 흘렀을 뿐, 부드러운 미소에서 잘 숙성된 와인같은 품격이 느껴지는 건 그 때나 지금이나 똑같네요.
아이하트라디오 어워즈에서 아이콘상을 수상한 셰어의 빈티지 주인공은 크롬하츠의 카고 팬츠입니다. 돌체앤가바나의 볼드한 주얼 장식 톱과 함께 매치했죠.
그녀는 오랜 크롬하츠의 팬으로 유명한데요.
특히 이 바지는 2023년엔 위 지미 팰론 투나잇 쇼에서, 2021년과 2013년엔 브랜드 행사에서 입는 등 공식 석상에서 하도 자주 입어 그녀가 수상 소감 중 이렇게 말하기도 했습니다. (영상 속 27초 부근을 주목해 주세요.)
“어딘가에선 이렇게 말하는 사람이 있을 거예요. ‘저 년은 저 바지 한 벌 밖에 없어?’ 라고요. 뭐, 이 바지 40년 동안 입긴 했어요.”
웃자고 하는 말에 죽자고 달려드는 건 아니지만, 오류를 살짝 바로잡는다면, 크롬하츠는 1988년 설립된 브랜드로 아직 40살이 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것 만큼은 명확하죠. 같은 바지를 몇십 년 간 입는다는 건 그 세월 동안 같은 몸매가 유지된다는 뜻이라는 것.(이거 정말 쉬운 일 아닙니다.) 그리고 옷 하나를 여러 공식 석상에서 몇십 년 간 돌려 입을 줄 안다는 건 그만큼 본인에게 어떤 스타일이 맞는지 알고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요. 오늘도 멋진 ‘언니’들에게 머리를 조아리고 갑니다.
- 사진
- Getty Images, Instagram @lalalalisa_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