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새롭지만 더욱 치명적인 얼굴, 키스오브라이프

김민지

데뷔와 동시에 K팝 신에 치명적 키스를 날린 키스오브라이프가 4월 새로운 앨범으로 다시 돌아온다

키스오브라이프. 단순하지만 힘이 넘치는 그 이름의 뜻은 인공호흡, 심폐소생, 활력소 등이다. 작년 7월 데뷔한 이 신선한 얼굴들은 팀명의 장담처럼 K팝 신에 빠르게 새 숨을 불어넣었다. 연말 연초 각종 가요 시상식에서 신인상을 독식하더니 결국 화룡점정, 지난 2월 말엔 여러 장르의 뮤지션을 가뿐히 제치고 한국대중음악상 ‘올해의 신인상’을 거머쥐었다. 데뷔와 동시에 K팝 신에 치명적 키스를 날린 키스오브라이프가 4월 새로운 앨범으로 다시 돌아온다. 여전히 새롭지만 더욱 치명적인 얼굴을 한 채로.

타투 문양 톱과 후디, 배기 팬츠, 퍼 장식 뮬은 Balenciaga 제품.

데뷔 후 여러 상을 거머쥐었지만 올해 2월 수상한 한국대중음악상 ‘올해의 신인상’은 더 큰 의미로 다가왔죠? 다양한 장르의 신인과 경합해 당당히 트로피를 거머쥐었어요.
한국대중음악상 수상은 오래전부터 꿈꾸던 일이었어요. 그런데 데뷔한 지 반년도 안 돼서 받게 될 줄은 정말 꿈에도 몰랐어요. 시상식에서 동경하던 빈지노, 유라 님을 실물로 뵌 것도 너무 신기한 경험이었어요.

4월 발매하는 신곡을 먼저 들어봤어요. Y2K의 R&B 팝 느낌이 물씬 나는 댄스곡, 그리고 대단히 슬픈 발라드. 네 멤버가 모두 2000년대생이죠. 평소에도 세기 초의 음악이나 문화에 관심이 많았나요?
멤버 모두 그 시절 문화나 분위기에 엄청난 광팬이에요. 잠깐 얘기를 나눠보면 이해도도 각자 매우 높다는 게 느껴져요.
쥴리 데스티니스 차일드, TLC, 어셔, 브리트니 스피어스···. 그 시절의 카리스마를 K팝계로 가져오고 싶었어요. 올드 스쿨의 감성을 간직하되 키스오브라이프란 여과지를 통해 완전히 새로운 트렌드로 심폐소생시키고 싶었거든요.

타투 문양 톱은 Balenciaga 제품.

신곡 뮤직비디오 촬영도 마쳤다고 들었어요. 태국에서 촬영을 진행했죠?
나띠 태국에 가서 5일 정도 촬영했어요. 그동안 발표한 뮤직비디오가 스토리 기반으로 흘러갔다면 이번에는 예술 작품 같은 느낌을 기대해주셔도 좋아요. ‘우와!’ 할 만한 비주얼이 많이 나왔거든요.
하늘 컴퓨터 그래픽을 아주 과감히 도입한, 전례가 없는 뮤직비디오가 될 거예요. 그린 스크린에서 연기를 해서 결과물을 예상하기가 쉽지 않았고, 그래서 힘든 면도 있었지만 그만큼 어떻게 나올지 설렘도 커요.

태국은 나띠의 고국이기도 하죠. 나띠는 과거 엠넷 <식스틴>, <아이돌학교>에 출연하고 솔로 활동도 활발히 펼치며 K팝 팬들 사이에는 강렬한 존재감이 이미 각인됐어요. 지난해 키스오브라이프 멤버로 비로소 데뷔하며 기쁨만큼 부담감도 컸을 텐데요.
나띠 제가 연습생 기간이 길었잖아요. 진짜 이를 갈았어요.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준비했어요. 키스오브라이프 친구들과 함께라면 ‘진짜 나’를 보여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다른 선배님들처럼 태국의 거리에 제 사진이 여기저기 걸려 있는 날을 상상하면서 열심히 활동하고 있어요.

컷아웃 장식 데님 재킷과 팬츠, 부츠는 Alexander McQueen, 스타킹은 Markgong 제품.

시상식, 팬 미팅을 위해서도 태국에 몇 차례 다녀왔죠. 나띠가 훌륭한 가이드 역할을 해주었을 것 같아요.
그럼요. 이번 촬영 때도 푸팟퐁커리 맛집에 같이 갔어요.
하늘 저는 호랑이연고를 이번에도 구매했습니다(웃음).

지난 활동을 보면 하나같이 자신감 충만한 모습이 눈에 띄어요. 그렇다면 현실의 멤버들은 어떤 성격을 가졌고, 어떻게 하루를 보내는 편인가요?
나띠 무대 위에서 모습은 어딘가 다가가기 힘들 것 같고, 차가울 것 같잖아요? 그런데 무대 아래서는 누구보다 잘 웃고 부끄럼 많고, 무엇보다 하나같이 순둥이들이에요.
쥴리 현실의 자신감 없는 시간들이 쌓여 있기 때문에 오히려 저희가 무대 위에서 자신감 있는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다고 생각해요. 또 그러기 위해 스스로를 채찍질하는 편이기도 하고요.
하늘 저는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서 뜨개질하는 걸 좋아해요. 손을 가만히 두질 못하는 편이거든요. 자수를 해본 적도 있어요. 뭔가 뜨는 것 가운데 코바느질 빼고는 다 해본 것 같아요.
저는 쉴 때만큼은 온 힘을 다해서 쉬려고 하는 편이에요. 쇼핑하러 다니거나 카페에 가서 친구들과 수다 떠는 것도 너무너무 좋아하지만요. 그러고 보니 하늘이처럼 저도 아기자기한 걸 좋아해서 팔찌 만들기, 보석 십자수도 즐겨 했네요.

나띠가 입은 뷔스티에 펜타 보디슈트, 드레스, 주얼 장식 네크리스는 Balenciaga, 쥴리가 입은 꽃무늬 아플리케 톱과 데님 팬츠는 Valentino, 퍼 장식 슈즈는 Maison Margiela 제품.

화보, 뮤직비디오, 무대 같은 상황 말고, 진짜 평소 일상에서 멤버들이 즐기는 패션은 어떤 스타일인가요?
하늘 수수한 차림을 좋아해요. 그런데 언니들을 만난 후로 힙한 옷도 좀 즐겨 입게 된 것 같아요.
나띠 평상시에도 솔로곡 ‘Sugarcoat’ 속 모습과 똑같아요. Y2K 룩을 가장 즐겨 입거든요.
저는 고등학생 때 패션 세포가 깨어난 것 같아요. 에스닉한 패턴의 빈티지 느낌을 좋아했어요. 하늘하늘한 원피스 같은 것들요. 여전히 그 느낌이 좋지만 요즘은 발레코어 스타일도 굉장히 좋아하고요. 또 여러 코즈메틱 제품을 써보는 데 완전히 빠져 있어요.

노래마다 후반부에 터져 나오는 고음 애드리브들이 다 인상적이에요. 키스오브라이프의 노래를 재생할 때마다 이제는 은근히 후반부를 기대하게 될 정도예요. 그 애드리브 멜로디들은 작곡가의 디렉션인가요, 아니면 말 그대로 즉흥인 건가요?
몇몇 그룹은 작곡가의 디렉션대로 하는 것으로 알아요. 그런데 저희는 진짜 즉흥으로 가요. 그게 저희의 애드리브가 매우 자연스럽게 들리는 이유 같아요. ‘쉿(Shhh)’, ‘Bad News’ ‘Nobody Knows’ 모두 고음 킬링 파트에 사전에 짠 것이 하나도 없었어요. 실제로 녹음실에서 나오는 바이브 그대로 터뜨릴 때 느낌이 가장 좋다고 저는 믿거든요. 갑자기 ‘애드리브 한번 뿌려볼까요?’ 하고 녹음하면, 그 순간에 이미 ‘이건 최종본에 들어갈 OK 테이크다!’ 하는 걸 스스로 알아요. 희열을 느끼는 순간이죠.

벨이 입은 원피스는 Prada 제품, 하늘이 입은 원피스는 Markgong, 안경은 2000archives 제품.

특히 작년 11월 발표한 ‘Bad News’는 독보적인 바이브의 곡이었어요. 슬라이드 기타 인트로는 방금 ‘파묘’라도 한 듯 거친 흙냄새가 났고요. 후반부에 터지는 고음 보컬 애드리브가 아찔하더라고요. 이 곡을 듣자마자 낯선 그룹 하나가 K팝 신에 이미 치명적 키스를 퍼붓기 시작했음을 직감했고요. ‘Bad News’를 타이틀곡으로 정했을 때 혹시 멤버들도 ‘큰 거 온다’ 하는 감이 왔나요?
하늘 네. 이 곡으로 우리가 완전히 난리 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바로 들었어요. 녹음 들어가는 날만 손꼽아 기다렸을 정도예요. 여러 무대를 통해 애당초 생각했던 대로 실현해서 뿌듯해요.
‘찢을 수 있겠다’는 느낌이 왔어요. 독창적인 곡이잖아요. 록과 힙합, 두 장르의 진짜 좋은 교집합 같은. 저희 모두 두 장르를 너무 좋아해요. 저는 어려서부터 AC/DC를 정말 좋아했어요. 오아시스, 스카이 퍼레이라, 올리비아 로드리고까지 록적인 사운드나 애티튜드를 지닌 아티스트를 늘 동경했죠.
쥴리 저의 ‘최애’ 곡은 늘 레드 핫 칠리 페퍼스의 ‘Can’t Stop’이었어요. 그러니 ‘Bad News’의 기타 인트로를 듣자마자 소름이 돋을 만했죠.

벨은 K팝 작곡가로 먼저 데뷔했죠? 르세라핌의 ‘Unforgiven’에 공동 작사·작곡가로 이름을 올렸어요. 주변에서 아이돌 데뷔를 권할 때 강하게 거부하기도 했다고요.
맞아요. 오랫동안 나 자신의 정체성을 늘 작곡가, 음악가로 정의했어요. 지금도 그렇고요. 아이돌로 데뷔하고 보니 아이돌로 살기 위해 할애해야만 하는 시간 때문에 음악에 집중할 시간이 부족하더라고요. 솔직히 그런 부분들이 저를 조금은 우울하게 하고 불안하게 하는 것도 사실이에요. 애초에 제 비전은 메이저 신에서 툭 튀어나오기보다는 솔로 인디 아티스트로서 제 미학을 느리지만 분명하게 보여주는 거였거든요. 그렇게 걸어갔다고 하더라도 지금쯤이면 그쪽 신에서 많이 유명해졌을 거라고 확신도 해요. 지금껏 제가 터치한 음악, 제가 참여한 K팝 곡에 저의 음색과 보컬 라인의 특성과 색깔이 진하게 투영됐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런데 키스오브라이프가 다른 어떤 그룹보다 멤버 전원의 음악적 역량이 뛰어나다는 점이 정말 믿음직스럽기도 해요.

핑크색 원피스와 뮬은 Diesel, 안경은 2000archives 제품.

가수 심신과 부녀 관계인 게 알려지며 화제를 모으기도 했죠.
저희 팬분 중에서도 아빠의 ‘찐팬’이었다고 하는 분이 꽤 많아요. 아빠는 절 볼 때마다 뭔가 하나라도 더 얘기해주고 싶어 늘 안달이세요. 한번 시작하면 절대 말을 안 멈추는 스타일이시죠(웃음). 저와 대화할 때 ‘조이풀’이라는 단어를 많이 쓰세요. ‘늘 무대를 즐겨라!’ 본인의 옛 무대 영상도 카톡으로 자주 보내주시고. 무대에서 온몸으로 느끼는 전율에 대해 자주 말씀하고 공감하세요. 스카프를 두르고 다녀라, 따뜻한 차를 타서 마셔라 같은 현실적인 조언도 물론 많이 해주시지만요.

데뷔한 지 불과 반년 조금 넘는 시간에 ‘K팝 정글’ 속에서 적잖은 주목을 받았어요. 이제 곧 데뷔 1주년이네요. 1주년을 맞는 다가오는 7월에 이뤘으면 하는 게 있나요?
나띠 태국 팬 미팅은 했는데, 한국 팬 미팅을 한 번도 못했어요. 많은 팬들과 직접 만나 소통하고 싶어요.
쥴리 지금껏 발표한 모든 곡이 자랑스럽지만 이제는 대한민국의 남녀노소라면 누구나 ‘아! 그 노래!’ 하고 알 수 있는 대중적인 히트곡이 나왔으면 해요.
하늘 나도 모르는 나의 온전한 모습을 발견해서 팬분들께 더 보여드리고 싶어요. 영어를 더 열심히 익혀서 해외에 계신 분들과도 더 많이 소통하고 싶고요.
조금 더 기다려야 하는 미래일 수도 있지만 언젠가 제가, 우리가 음반의 100% 프로듀서로 기능하는 날을 꿈꿔요. 그때 우리 넷의 취향과 역량이 집결돼 펼칠 어떤 미친 음악과 미친 무대가 벌써 기대돼요. 두각을 나타낼 자신이 있어요. K팝뿐 아니라 팝 시장도 흔들어버릴 정도로.

스팽글 장식 후드 톱과 팬츠는 Markgong 제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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