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에 머물며 40년간 나무 작업에 매진한 1935년생 조각가, 김윤신을 기억해야 하는 이유
4월부터 열리는 제60회 베니스 비엔날레 국제미술전을 앞두고, 1월 말 비엔날레 조직위원회가 발표한 본 전시 초청 명단 중 눈에 띄는 이름이 있다. 한국의1 세대 여성 조각가로 불리는 1935년생 작가 김윤신. 그 명단이 발표되기 전, 한국에서는 국제갤러리와 리만머핀이 공동으로 김윤신과 전속 계약을 맺었다는 소식을 알렸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김윤신이 상업 갤러리와 손잡는 건 처음이라는 소개와 함께. 김윤신은 대체 누구길래 이렇게 ‘핫’한가? 그는 1970년대 한국 조각계에서 의미 있는 활동을 펼친 후, 1980년대에 아르헨티나로 이주하여 왕성하게 작업해왔다. 그에게 한국에서 조명을 비춘 무대는 2023년 서울시립 남서울미술관이 마련한 초대전 <김윤신: 더하고 나누며, 하나>다. 노장은 여전히 자기 몸집만 한 육중한 나무 덩어리를 전기톱으로 자르고 다듬는다. ‘서로 다른 둘이 만나 상호작용을 통해 하나가 되며, 그 합이 다시 둘로 나뉘어 각각 또 다른 하나가 된다’라는 뜻을 지닌 ‘합이합일 분이분일(合二合一 分二分一)’은 김윤신의 작업 세계를 포괄하는 철학이자 연작 이름이기도 하다. ‘기원 쌓기’ 연작은 돌탑을 연상시킨다. 그 작업을 두고 김윤신은 “하늘을 향한 염원, 크게 보면 하나의 기도”라고 언급한 바 있다. 태고 혹은 기원의 세계를 표상하기 위해 나무를 주재료로 작업한 작가에게, 아르헨티나는 견고하고 내구성 강한 나무가 도처에 널린 터전이었다. 그렇게 고국에서 먼 타지에는 김윤신미술관까지 설립되었지만, 이곳 한국에서는 그 이름이 이제야 발견되었다. 2월 프리즈 LA, 3월 국제갤러리 개인전과 리만머핀 뉴욕 갤러리 전시, 그리고 4월 베니스 비엔날레로 이어지는 김윤신의 흐름이 봄기운처럼 벌써부터 생동감 있다.
- 사진
- COURTESY THE ARTIST; LEHMANN MAUPIN, NEW YORK, HONG KONG, SEOUL, AND LONDON; AND KUKJE GALLERY, SEOUL AND BUS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