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핑크 지수는 배우로 열일 중

우영현

도파민 터지는 차기작 소식

비유하자면 영화 <천박사 퇴마 연구소: 설경의 비밀>은 주메뉴보다 다채로운 사이드 디쉬가 더 기억에 남는 작품이었습니다. 특별 출연한 배우들의 짧지만 강렬한 존재감이 신 스틸러급 여운을 남겼죠. 극 초반 <기생충>의 이정은과 박명훈이 대저택의 부부로 등장해 반가운 기시감을 선사했고, 중반에는 선녀무당 역할의 박정민이 거의 원맨쇼로 좌중을 흔들어 놓았습니다. 더구나 박정민이 빵 터뜨린 장면에는 뜻밖의 얼굴이 또 등장해 그 쾌감을 배가했는데요. 블랙핑크 지수가 무당이 모시는 선녀로 강림해 휘둥그레진 관객의 눈을 사로잡은 것이죠. 다 차치하고, 지수를 따라다니는 수식어 ‘여신 자태’를 그대로 구현했다는 데 이견은 없습니다.

지수는 드라마 <설강화 : snowdrop>을 통해 정식으로 연기 커리어를 열어젖혔습니다. 블랙핑크 활동에 집중하는 동안 잠잠했던 그 보폭이 이제 훌쩍 넓어질 예정입니다. 기대작이라고 바꿔 불러도 무방한 두 편의 차기작 소식이 있는데요. 바로 OTT 시리즈 <인플루엔자>와 영화 <전지적 독자 시점>. 신박한 세계관과 흥미진진한 이야기 전개로 이미 재미를 검증받은 원작이 공통점으로 자리하고 있습니다.

인플루엔자

지난 1월 지수가 인스타그램에 동갑내기 절친인 우주소녀 보나가 선물한 커피차 인증 사진을 게재해 촬영 소식을 알린 작품이죠. 쿠팡플레이 시리즈 <인플루엔자>는 좀비물을 표방합니다. 원인 모를 좀비 증후군이 삽시간에 퍼진 아비규환의 세상이 배경이고, 좀비보다 애인의 변심이 더 등골 오싹한 청춘 커플이 주인공. 서울의 고층 빌딩 옥상의 방공부대에서 군복무 중인 재윤과 여자친구 영주가 좀비 떼와 사투를 벌이며 서로를 향해 달려가는 과정을 그린다고 합니다. 지수가 영주 역에 캐스팅됐으며 상대역은 박정민. <천박사 퇴마 연구소: 설경의 비밀>에서 나란히 특별 출연한 그들이 재회했습니다.

‘K-좀비물’은 하나의 장르가 되다시피 했습니다. <인플루엔자>는 <부산행>, <킹덤>, <지금 우리 학교는>이 나오기 이전 2012년 출간한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는데요. 당시에는 미드에서나 봤던 좀비 서사를 서울 한복판으로 끌어온 점이 신선하다는 반응을 불러일으켰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대한민국을 활개치는 좀비 떼를 심심찮게 본 현시점, 원작의 기본 설정과 전개를 골자로 어떤 새로운 내용과 기발한 비주얼을 보여줄 수 있을지가 흥행의 관건이지 않나 싶습니다.

그런 부분에서 <사냥의 시간>에서 디스토피아적인 배경을 리얼하게 구현한 윤성현 감독과 <기생충>의 공동 각본가 한진원 작가의 이름이 신뢰의 대상이 됩니다. 물론 지수와 박정민의 앙상블도 관전 포인트이자 차이를 만들 수 있는 요소 중 하나입니다. 지수가 연기하는 영주는 극단의 상황 속에서 좀비와 사투를 이어 나가며 점차 강인함이 베어 나온다고 하는데요. 귓가에 블랙핑크 지수의 외침이 떠오르는 것 같습니다. 렛츠 킬 디스 좀비!

전지적 독자 시점

말 그대로 지수의 환상적인 모습이 기대되는 작품입니다. 영화 <전지적 독자 시점>은 대형 판타지물입니다. 중학생 때부터 직장인이 된 10년 동안 웹소설 <멸망한 세계에서 살아남는 세 가지 방법>을 유일하게 완독한 주인공이 갑자기 소설 속 상황이 된 세계를 마주하게 되면서 본격적인 이야기가 펼쳐지는데요. 눈앞의 상황부터 결말까지, 모든 것을 꿰뚫고 있는 주인공은 생존 전투를 치르며 강력한 캐릭터로 거듭나게 됩니다.

안효섭이 주인공 김독자를, 이민호가 소설 속 주인공 유중혁을 연기하고요. 지수는 세상을 구하기 위한 그들의 대장정에 함께하게 되는 고등학생 이지혜 역을 맡았습니다. 이지혜는 강한 성격과 개성의 소유자. 그리고 판타지 소설 같은 세계에서 충무공의 화신으로 낙점되어 막강한 전투력을 발휘한다고 합니다. 블랙핑크 뮤직 비디오를 통해 숨쉬듯 매혹적인 얼굴 뒤로 카리스마를 멋지게 드러낸 지수의 모습이 겹쳐지네요.

<전지적 독자 시점>은 메가 히트 웹소설에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원작은 완성도 높은 이야기로 두터운 팬덤을 구축했죠. 영화화 소식에 기발한 설정과 판타지적 요소가 완벽하게 구현 가능할지, 원작의 방대한 스케일이 영화에 잘 담길지 기대와 우려가 교차했는데요. 한국형 판타지의 새 챕터를 연 <신과 함께> 시리즈의 제작사가 5편의 영화 제작 판권을 가져, 흥행 성적에 따라 판타스틱한 지수를 오래 볼 수도 있을 전망입니다. 팬들이 꼽는 원작의 하이라이트 중 하나는 이지혜가 유령 함대를 지휘하는 해상 전투. 그야말로 지수의 시원시원한 도파민 폭발 액션이 기대되는 지점입니다.

사진
CJ ENM, JTBC, 롯데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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