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프리츠커건축상 수상자, 야마모토 리켄

전종현

일본 건축가 야마모토 리켄이 2024년 프리츠커 건축상 수상자로 결정됐어요.

매년 발표할 때마다 세계 건축계를 술렁이게 하는 상. ‘건축계의 노벨상’이란 별칭으로 잘 알려진 프리츠커건축상이 드디어 2024년 수상자를 발표했습니다. 지난 5일 프리츠커건축상을 주관하는 미국 하얏트 재단은 일본 요코하마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야마모토 리켄(山本理顯)을 올해의 수상자로 선정했어요.

야마모토 리켄. Photo courtesy of Tom Welsh

야마모토 리켄은 대중에게 익숙한 스타 건축가는 아니에요. 사생활을 중시하며 밀실이 되어가는 건축을 비판하며 공동체의 교류를 평생의 화두로 삼아 꾸준히 밀고 나간 뚝심이 요즘 프리츠커건축상이 주목하는 기조와 잘 어울린다는 평입니다. 15년 전부터 스타 건축가에게 주는 훈장에서 벗어나 지역성, 공공성, 다양성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눈을 돌리고 있거든요. 덕분에 이미 명성이 쌓일 대로 쌓인 사람들은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데요. 프리츠커건축상은 생존 건축가의 건축 세계에 대해 평가해서 주거든요. 그래서 이제 ‘프리츠커건축상을 받으려면 장수는 필수’라는 농담이 돌기도 해요.

야마모토는 “저에게 있어 공간을 인식하는 것은 공동체 전체를 인식하는 것과 동일합니다”라고 말해요. 아주 어렸을 때부터 쌓인 감각인데요. 일본 도시의 상점가에서 흔히 보이는 마츠야(町屋)에서 자랐기 때문이죠. 마츠야는 가게와 주택을 일체화한 일본 전통 가옥인데요. 현관을 크게 열어두고 손님이 오가는 모습과 소리가 내부 생활 공간에서 생생히 알 수 있는 게 특징입니다. 어머니가 약국을 운영하던 그는 “한쪽의 문턱은 가족을 위한 곳이었고, 다른 쪽은 공동체를 위한 곳이었어요. 저는 그 사이에 앉았죠.”라고 고백하곤 했어요.

야마모토는 1967년 니혼대학교에서 학사 과정을 마치고, 1971년 도쿄예술대학교에서 석사 학위를 딴 후 당시 유행하던 일본 건축의 조류에서 과감히 벗어납니다. 자신의 멘토였던 건축가 하라 히로시와 함께 세계 여러 국가와 대륙을 여행하면서 지역 사회와 문화, 문명을 이해하는 시간을 보내요. 그는 모든 문화권에서 공공 공간과 사적 공간을 오가는 문턱이란 건축 개념이 보편타당하게 나타난다고 확신하게 돼요. 그래서 이를 현대 도시에 구현하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합니다.

구마모토의 공동 주택 Hotakubo Housing (1991). Photo courtesy of Tomio Ohashi
구마모토의 공동 주택 Hotakubo Housing (1991). Photo courtesy of Tomio Ohashi
건축가의 주거 공간 Gazebo (1986). Photo courtesy of Ryuuji Miyamoto
건축가의 주거 공간 Gazebo (1986). Photo courtesy of Tomio Ohashi

도시화가 급격하게 빨라지면서 공동체가 무너지고, 사람들 간의 교류가 끊기는 걸 사생활 보호라는 이름으로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상황에서 그는 주변 이웃과의 관계를 이어주고, 다양한 구성원과 상호작용하는 기회를 늘리는 건축이 필요하다고 역설해 왔어요. 그래서 동선을 조절해 이웃과의 우연한 만남을 늘리고, 함께 사용하는 공유 공간을 마련하고, 커뮤니티를 활성화하는 등 공공성을 높이는 쪽으로 우직하게 전진했습니다. 그가 사는 집 1층에는 상점이 있고, 옥상 정원과 테라스는 이웃과 함께 휴식을 취하거나 함께 정원을 가꾸는 복합 용도로 활용하며 신념을 실천하기도 했죠.

히로시마 니시 소방서 (2000). Photo courtesy of Tomio Ohashi
히로시마 니시 소방서 (2000). Photo courtesy of Tomio Ohashi
히로시마 니시 소방서 (2000). Photo courtesy of Tomio Ohashi
도쿄도 훗사시청 (2008). Photo courtesy of Sergio Pirrone
도쿄도 훗사시청 (2008). Photo courtesy of Riken Yamamoto & Field Shop
도쿄도 훗사시청 (2008). Photo courtesy of Riken Yamamoto & Field Shop

야마모토는 조형적인 개성을 중시하는 타입은 아닌데요. 건축적인 표현에서 공통점이 찾는다면 투명성을 꼽을 수 있습니다. 그의 작품은 건물을 사용하는 구성원이 서로를 인식할 수 있도록 개방감을 극대화한 경우가 많아요. 유리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서 내외부가 명확하게 보이고, 공간이 따로 논다는 느낌을 최소화하려고 하죠. 폐쇄적인 소방서 내부를 훤히 노출해 소방관의 존재를 각인시킨 히로시마 니시 소방서, 대지를 언덕처럼 만들어 지상층은 공용 공간으로 쓰고 축제가 있을 때 사람이 모여드는 곳으로 기능하는 도쿄도 훗사시청, 거대한 건물 요소마다 모두 투명하게 연결해 초학제적인 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한 하코다테 미래대학교가 좋은 예입니다. 특히 도쿄만 인근에 지은 요코스카 미술관은 대부분의 전시 공간을 지하에 놓고, 1층에는 주변 경치를 즐기며 음식을 먹는 식당, 꼭대기에는 누구나 들를 수 있는 쉼터를 배치해 여행객과 지역 주민 모두를 환영하는 제스처로 찬사를 받았어요.

하코다테 미래대학교 (2000). Photo courtesy of Isao Aihara
하코다테 미래대학교 (2000). Photo courtesy of Mitsumasa Fujitsuka
요코스카 미술관 (2006). Photo courtesy of Tomio Ohashi
요코스카 미술관 (2006). Photo courtesy of Tomio Ohashi

그의 건축은 노출을 통한 정직함, 솔직함이 돋보이지만, 동시에 그만큼 남의 시선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단점도 있답니다. 주거 건물에서 그런 면이 여실히 드러나는데요. 판교에 있는 타운 하우스인 월든힐스 2단지가 대표적인 경우에요. 각 세대가 출입하는 현관 층의 사방을 통유리로 처리해 버리고, 나무 데크 또한 각 세대가 연결해 공유할 수 있도록 설계했어요. 사생활 침해 우려 문제로 2010년 대거 미분양이 나면서 설계 오류라는 공방이 벌어졌는데요. 반신반의하던 입주민들이 막상 살아보니 좋다고 만족해서, 지난 2020년에는 주민들의 초대로 방한해 기념행사를 열기도 했답니다.

판교 월든힐스 2단지 (2010). Photo courtesy of Kouichi Satake
판교 월든힐스 2단지 (2010). Photo courtesy of Nam Goongsun

야마모토는 2012년 출간한 자신의 책에서 평생 쌓아온 겸손한 태도를 내비쳤어요. “저는 디자인을 잘 못 합니다.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제 주변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죠. 환경, 지역 사회, 현대 사회 등에 대해서요.” 이번 프리츠커건축상을 수상하며 ‘일상에 품격을 부여하는 건축가로서, 평범해 보이지만 비범해지고, 평온함이 광채로 이어지는 건축물을 만든다고 평가받은 그가 앞으로 전 세계를 상대로 어떤 활약을 보일지 기대됩니다.

사진
프리츠커건축상 사무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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