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늘 누가 될 것인가? 24 FW 미우미우 컬렉션

명수진

MIU MIU 2024 F/W 컬렉션

파리 패션위크 마지막 날, 24 FW 미우미우 컬렉션이 파리 팔레 데나(Palais d’Iéna)에서 열렸다. 벨기에계 미국인 예술가 세실 B. 에반스(Cécile B. Evans)가 제작한 비디오 설치 작품이 전시되었고, 런웨이 주변으로는 반원형의 나무 벤치가 가지런히 놓였다. 세실 B. 에반스는 미우미우를 위해 1분 30초 길이의 단편 영화를 제작했다. 주인공을 맡은 구슬리지 말린다(Guslagie Malanda)는 영상 속에서 자신의 기억을 지우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연기했다.

중성적인 카코트와 매니시한 팬츠, 로퍼, 볼링 백으로 오프닝 룩을 스타일링했다. 대드 코어 스타일 혹은 한 단계 성숙해진 미우미우? 하지만 진주 목걸이와 용접공을 연상케하는 장갑 등의 액세서리를 곁들이고, 잘못 신고 나온 듯한 실내용 슬리퍼를 매치해 장난기를 발휘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미우미우는 ‘어린 시절부터 성인기까지 의복에 관한 어휘’를 주제로 다양한 사람들의 삶에서 영감을 얻은 컬렉션을 선보였다.

일상적인 스커트 슈트는 바이올렛, 그린 등 강렬한 컬러로 물들이고 상의 길이를 짧게 해서 허리에 셔츠와 팬티가 삐져나오게 스타일링했다. 60년대 스타일의 미니 드레스는 파스텔 니트 소재로 선보이고, 주머니가 달린 버블 스커트에는 회화적인 꽃을 프린트했다. 빈티지 스타일의 구겨진 실크 원피스와 모피 코트, 시크한 셔츠 레이어링 스타일도 눈길을 끌었다. 24 FW 시즌의 트렌드인 셔츠 두 겹을 겹쳐서 입는 스타일링이 매력적으로 제시되었고, 버클 벨트처럼 작은 액세서리도 스타일링에 재미를 줬다.

미우미우는 다양한 개성을 가진 모델을 캐스팅했다. 모든 연령대를 위한 옷이라는 메시지를 강조하기 위해서였는데, 28세의 지지 하디드(Gigi Hadid)와 63세의 배우 크리스틴 스콧 토마스(Kristin Scott Thomas)가 한 무대에 오른 모습은 흥미로웠다. 70세 의사이자 인플루언서인 친 후이란(Qin Huilan)은 SNS에서 발굴해서 캐스팅한 케이스였는데 그녀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살다 보니 이런 일도 있다!’며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이 밖에도 25세의 음악가 에델 캐인(Ethel Cain), 68세의 배우 안젤라 몰리나(Ángela Molina), 24세의 셀럽 아멜리아 햄린(Amelia Gray Hamlin), 30세의 래퍼 리틀 심즈(Little Simz), 25세의 발레계의 라이징 스타인 기욤 디옵(Guillaume Diop)도 런웨이에서 만나볼 수 있었다. “추억은 선택할 수 있어요. 그러나 그것은 요점이 아니었습니다. 제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은 인생의 다양한 순간을 선택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나는 매일 아침 스스로에게 ‘내가 15세 소녀인지 아니면 죽음을 앞둔 여성인지’를 결정해야 한다’라고 생각합니다.” 매일 아침 내가 누구인지 선택할 수 있다니, 미우치아 프라다가 던지는 메시지는 늘 무릎을 탁 치게 만든다!

영상
Courtesy of Miu Mi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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