쏘쿨한 아웃사이더, 24 FW 알렉산더 맥퀸 컬렉션

명수진

ALEXANDER MCQUEEN 2024 F/W 컬렉션

알렉산더 맥퀸은 26년 동안 하우스와 함께하며 알렉산더 맥퀸의 철학을 누구보다 잘 담아온 사라 버튼을 떠나보냈다. 후임으로 온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션 맥기르(Sean McGirr)의 어깨는 무거웠을 것이다. 알렉산더 맥퀸은 3월 3일 토요일 오전 4시에 션 맥기르의 데뷔 컬렉션을 선보였고, 이는 파리 패션위크의 뜨거운 감자가 됐다. 베뉴는 파리 외곽 차이나타운의 올림피아드 푸드 마켓(Olympiades Food Market). 지하 창고에 천막을 치고 거친 콘크리트 바닥 질감을 그대로 살렸다. 이는 97 FW 시즌, 알렉산더 맥퀸이 런던 버로우 마켓에서 연 ‘바깥세상은 정글(It’s a Jungle Out There)’ 컬렉션을 떠오르게 했다. 거친 콘크리트 바닥 런웨이는 95 SS 시즌, ‘새(The Birds)’ 컬렉션의 도로 이정표 런웨이를 떠오르게 했는데 이는 션 맥기르가 쇼 노트를 통해 맥퀸의 컬렉션 중에서도 가장 강한 영향을 받았다고 밝힌 바로 그 컬렉션이다.

모델들은 반항적인 표정을 짓고 구부정한 포즈로 등장했다. 오프닝 모델은 블랙 페이턴트 드레스를 입었는데 속박된 듯 손을 가슴과 배에 얹은 포즈가 인상적이었다. 이후 트렌치코트와 페도라로 얼굴을 아웃사이더 같은 모델들이 등장했고, 거대한 터틀넥 니트와 연기처럼 부풀어 오른 퍼 코트 등 전위적인 실루엣을 선보였다.

중간중간 맥퀸 특유의 날카로운 패턴을 엿볼 수 있었다. 슬림한 실루엣에 어깨와 소매는 미려한 곡선을 이뤘고, 브랜드 로고를 새겨 넣은 대형 안전핀을 달았다. 일러스트레이터인 랄프 스테드먼(Ralph Steadman)이 스케치한 물고기 해골 모양의 안전핀이 캣워크의 코트 재킷 옷깃에 은색 브로치로 등장한 것! 한편, 올백 머리를 하고 노란 셔츠에 슬림한 핀 스트라이프 슈트를 입은 남자 모델은 패션 아이콘 데이비드 보위(David Bowie)를 떠오르게 했는데, 데이비드 보위는 1997년 투어에서 센트럴 세인트 마틴 졸업생인 알렉산더 맥퀸이 만든 유니언 잭 재킷을 입은 바 있다. 오프닝에서 선보인 속박의 테마는 계속 이어졌다. 팬츠, 트렌치코트, 테일러드 재킷의 부분부분을 끈으로 동여매서 야릇한 BDSM 뉘앙스를 더했다. 영국적인 복식의 전통은 뒤틀렸다. 시크한 집업 보머에는 거대한 페플럼 장식을 더했고, 유령이 입을 것 같은 빈티지한 볼 가운 드레스를 선보였다. 낡고 찢어진 것 같은 블랙 레이스는 베이지 시폰 원피스 안에 시스루로 비쳐 보였다. 밑단을 거칠게 처리한 케이블 니트는 셋업으로 등장했는데, 숄더 백을 휘적휘적 휘두르며 워킹하는 모델의 껄렁한 모습이 흥미로웠다. 피날레는 션 맥기르가 자신의 부서진 아이폰 액정 화면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깨진 거울 조각 드레스와 레고 블록처럼 플라스틱으로 만든 원색의 미니 원피스로 마무리했다.

아일랜드 더블린 출신의 션 맥기르는 조나단 앤더슨이나 크리스토퍼 르메르 등 현재 가장 동시대적 컬렉션을 만들고 있는 디자이너와 함께 이력을 쌓아왔고, 알렉산더 맥퀸 데뷔 컬렉션을 통해 새로운 시대의 쿨한 느낌을 잘 살려냈다. 기대감이 컸기에 컬렉션을 마친 후 평가는 반반으로 갈렸지만, 새로운 세대에게 알렉산더 맥퀸을 어필할 쿨한 분위기야말로 케어링 그룹이 신임 디자이너에게 바라는 거의 모든 것이 아니었을까!

영상
Courtesy of Alexander Mcqu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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