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INT LAURENT 2024 F/W 컬렉션
1966년, 디자이너 이브 생 로랑이 가슴이 훤히 비쳐 보이는 시스루 블라우스를 선보였다. 이는 인류 역사상 최초의 시스루 패션이다. 1968년에 이브 생 로랑은 다시 한번 타조 깃털을 장식한 ‘누드 드레스’를 선보였고, 당시 페미니스트들은 ‘여성의 영혼을 자유롭게 만드는 패션’이라며 지지를 보냈다. 이브 생 로랑 파리 박물관에서는 오는 8월 25일까지 최초의 시스루 룩을 주제로 한 전시 <Sheer : The diaphanous creations of Yves Saint Laurent>가 열리고 있다. 생 로랑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안토니 바카렐로는 이를 주제로 한 24 FW 컬렉션을 선보였다. 테마는 ‘엑스레이’. ‘투명함’은 몸을 가리거나 보호하기 위해 입는 의복의 기본 개념과는 상충하는데, 이런 모순과 역설이 새로운 매력을 만들어냈다!
파리 패션위크의 화요일 밤, 두 개의 원형 공간으로 구성된 생 로랑 런웨이는 에메랄드 컬러의 벨벳 다마스크 커튼으로 장식됐고 게스트를 위해 푹신한 가죽 소파가 준비됐다. 얼룩진 바닥은 비가 내린 후의 거리를 재현한 것. 이는 파리 마르소 거리(Avenue Marceau)에 있는 이브 생 로랑 파리 박물관(Musée Yves Saint Laurent Paris)과 부티크의 모습을 오마주한 것이다. 원형의 런웨이로 문제의 ‘투명한 옷’이 등장했다. 슬리브리스 드레스를 필두로 보우 블라우스, 홀터넥 탑, 펜슬스커트 등 생 로랑의 시그니처 아이템이 모두 스타킹 같은 소재의 시스루로 등장했다. 무릎 아래까지 내려오는 보수적인 컷이 노출되는 소재와 묘한 대조를 이뤘다. 홀터넥 드레스는 ‘시어(Sheer)’한 또 다른 역사적인 순간인 1962년, 마릴린 먼로가 미스터 프레지던트의 생일 축하 노래를 부르며 입었던 네이키드 드레스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것이다. 컬렉션 후반부에 선보인 실크 드레스는 스타킹을 연결할 수 있도록 가터벨트를 장착했다. 이처럼 가벼운 의상들은 크레이프 조젯(crepe georgette) 소재의 블레이저, 누에고치 모양의 가죽 피 코트, 마라부(Marabou) 깃털로 만든 볼륨감 있는 코트 등 존재감 강한 아우터와 함께 조화됐다. 하이웨이스트를 강조하는 벨트와 스타킹, 앵클 스트랩 스틸레토, 그리고 수영모를 닮은 헤드기어가 군더더기 없는 실루엣을 완성했고, 유리 뱅글과 스틸 소재의 이어링, 네크리스 등 액세서리가 강렬함을 더했다.
보디 실루엣은 물론 패턴의 구조까지 그대로 들여다보이는 섬세한 시스루 드레스는 고도의 기술을 가진 장인들의 손에서 완성되었다. 안토니 바카렐로 조차 행여 옷이 망가질까 컬렉션 내내 노심초사했다는 후문이니 투명한 옷을 만든다는 것이 얼마나 도전적인 프로젝트인지 짐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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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ourtesy of Saint Laur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