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5일 봄을 피울 여자 배우 다섯 명

재능과 매력으로 365일 봄을 피울 새 얼굴들. 우리의 시선 끝에 포착된 지금 가장 생기 있는 청춘들이자 <더블유>의 눈이 가려낸 여자 배우 다섯 명에게서 흥미로운 오늘과 밝은 내일을 본다.

이이담

나이 : 1996년생
인스타그램 : @eedam_b
출연작 : tvN <원경>(2024), 넷플릭스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2023), JTBC <공작도시>(2022), 영화 <이매몽>(2019) 등.

“이제 하다하다 불행도 욕심내시네요?” <공작 도시>에서 이이담이 연기한 ‘김이설’이 말했다. 이이담의 활약이 두드러졌던 드라마 <공작도 시>나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에서 그녀는 일찍이 부모를 여의거나 부모가 있어도 막장 부모 아래서 세상의 이치를 너무 빨리 깨쳐버린 인물을 연기했다. 남들보다 몇 겹의 굴곡을 경유해야 했던 인물들은 어쩐지 이이담의 몫이었다. 이이담이 배우로서 가진 얼굴이 그렇다. 그녀가 어떤 놀라운 이야기를 꺼내든 기꺼이 듣고 싶게 만드는 얼굴, 단편보다는 장편 소설 같은 얼굴. 이이담이 올해 첫 시대극으로 도전하는 <원경>에서도 그녀는 굴곡진 유년기를 통과한 인물, 원경왕후의 심복 ‘채령’을 연기한다. 자신보다 훨씬 단단한 ‘채령’을 통해 하루하루 배워가고 있다는 그녀는 자신만의 박자로 건강하게, 또 오래 연기하고 싶은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한다.

학창 시절엔
여느 또래와 같이 <궁>, <커 피프린스 1호점>, <쾌걸춘향>, <낭랑 18세>를 보면서 막연히 ‘저 안의 인물이 되고 싶다’고 느꼈다. 어린 시절 부모님이 이것저것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열어주셨는데 뭐든 흥미를 빨리 잃는 편이었다. 그런데 연기만큼은 달랐다. 고등학생 때 연극부에 들면서 진지하게 배우를 꿈꾼 것 같다. 연기 자체도 좋았지만 방과 후 친구끼리 시청각실에 모여 직접 무대를 만들고 음향, 조명까지 뚝딱뚝딱 만지면서 뭔가 재미있는 일을 꾸미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어 좋았다. 특히 합숙 중에 경비 선생님 몰래 떡볶이를 시켜 먹을 때 더 그런 느낌이 들었다(웃음). 우리 나름의 오디션도 있었고 치열한 연기 지적도 오간 기억이 있다. 학창 시절엔 연극부 활동밖에 기억에 남는 게 없을 정도다.

잊을 수 없는 순간
2019년 단편영화 <이매몽> 촬영 당시 배우로서 처음 느껴본 감정이 있다. 금전적으로 여유롭지 못한 현장이었고 한겨울 산속에서 힘들게 촬영한 장면이었다. 사랑과 우정 사이의 감정을 느끼는 상대를 그저 지긋이 바라보는 신이었는데, 그때 처음으로 내가 아닌 온전히 극 중 ‘마리’로서 상대의 눈을 바라보고 있다고 느꼈다. 그때의 느낌과 순간은 이후 여러 작품을 한 지금까지도 다시 겪어본 적이 없는 것 같다. 그 당시 연기가 기술적으로 좋았다는 생각은 안 든다. 그런데 배우로서 임했던 태도나 방식이 지금과는 달리 지극히 순수했던 것 만은 맞는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이매몽>은 굉장히 소중한 작품이다.

서사 있는 얼굴
어쩌다 보니 불행의 아이콘을 여럿 연기했다. <공작도시>의 ‘김이설’이나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의 ‘민들레’나 누구 하나 순탄한 인생을 산 인물이 아니다. 일찍 부모를 여의거나 부모가 있어도 막장 부모였거나. 사실 나처럼 평범하고 화목한 가정에서 자란 사람은 없을 텐데(웃음). 그런데 그 또한 배우로서 가진 복이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깊은 사연이나 이야기를 들어주고 싶은 얼굴이라고, 한 감독님께서 말하셨다. 언젠가 밝은 역할을 맡아보고 싶긴 하다. 그런데 일단 지금 촬영하고 있는 <원경>의 ‘채령’도 밝진 않은 인물이다(웃음).

‘채령’과 이이담
올해 <원경>으로 첫 시대극에 도전한다. 일찍이 엄마를 여의고 어린 자신을 거둬준 원경왕후를 따르는 심복 ‘채령’ 역을 맡았다. 사실 ‘채령’은 여러모로 나와 상반되는 인물이다. 자기 자신을 지키기 위해 치밀하게 계산하고 무서울 것 없다는 태도로 어떤 선택들을 하는 캐릭터다. 실제 나는 겁이 무척 많은 편이다. 나보다 훨씬 똑똑하고 단단한 ‘채령’을 통해 매일 배우면서 촬영을 이어가고 있는 요즘이다.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를 완성하기까지
촬영에 들어가기에 앞서 의학 드라마를 많이 찾아봤다. <낭만닥터 김사부>부터 미국 드라마 <뉴 암스테르담>까지. 특히 극 중 의료진이 환자를 대할 때 순간적으로 나오는 태도나 자세를 유심히 살펴봤다. 정신건강의학과에서 근무하는 ‘민들레’에게 맞는 ‘박자감’이 무엇인지가 가장 큰 고민이었다. 빠릿빠릿하고 칼같이 움직여야 하는 응급센터와는 달리 정신과에선 환자가 화장실을 몇 번 갔고 가족과 통화를 몇 번 나눴는지 세세히 기록하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들었다. 촬영 도중에도 동료 배우들과 서로 정신과 관련 서적을 추천하며 읽어본 기억이 있다. 또 환자를 향한 헌신적 태도는 없지만 얼결에 ‘차기 수쌤’이란 별명을 얻을 만큼 직장에서 인정받는 인물이라, 그 간극을 어떻게 잘 봉합해야 하는지도 과제였다. 순간순간 잘 집중해 인물에게 접근하다 보니 어느새 ‘민들레’가 완성된 것 같다. 마지막 회차에선 완전히 ‘민들레’란 캐릭터에 가까워졌다는 기분이었다.

눈으로 말한다는 것
영화 <소년시절의 너>에 출연한 중국 배우 저우동위를 좋아한다. 대사 없이 표정과 눈만으로 얘기할 줄 아는 배우를 선망하는데 저우동위가 그렇다. 특히 <소년시 절의 너>의 말미에 말없이 상대방과 마주 본 채 속과 겉이 다른 연기를 해야 하는 신이 있다. 속으론 절절히 슬프고 사랑을 느끼지만 겉으론 분노를 표출해야 하는 장면을 보고 나 역시 눈으로 말하는 배우가 되자는 목표가 생긴 것 같다.

대문자 F
친구들 사이 ‘대문자 F’라 불릴 정도로 감성적이라 슬픈 걸 잘 못 본다. 코믹 영화가 아닌 이상 웬만한 상영관에 들어갈 때 꼭 휴지를 챙긴다. 감정이 너무 쉽게 넘어오는 편이라. <겨울왕국>을 보고 펑펑 운 적도 있는데, 너무 흔한 일이라 그땐 친구들이 놀라지도 않았다(웃음).

나만의 박자
여러 작품을 거치며 조금씩 조급함도 찾아오는 것 같다. 그런데 조금은 느린 감이 있고 또 주변 사람들에게 걱정을 살지라도, 스스로 잘하고 있다고 믿고 나만의 템포로 건강하고 또 오래 연기를 하고 싶다. 나만의 박자를 가질 것. 그게 제일 중요하다고 느낀다.

이연

나이 : 1995년생
인스타그램 : @h.a.y.eon
출연작 : 넷플릭스 시즌 2(2023), 티빙 <방과 후 전쟁활동>(2023), tvN <일타 스캔들>(2023), 넷플릭스 <소년심판>(2022), 영화 <절해고도>(2023), 넷플릭스 영화 <길복순>(2023), 영화 <담쟁이>(2020) 등.

소년범을 혐오하는 판사 김혜수를 똑바로 응시하며 “만으로 열네 살 안 되면 사람 죽여도 감옥 안 간다던데…”라고 낄낄거리던 <소년심판>의 백성우. 자신의 우상인 킬러 선배 전도연과 투샷으로 한판 대결을 벌이던 <길복순>의 김영지. 혹은 부모 속을 썩이다 출가하여 까까머리 행자가 된 후, 아빠가 손에 가득 쥐여준 밤을 보며 뒤돌아서 눈물 훔치던 <절해고도>의 지나. 세상이 팬데믹으로 다른 차원에 접어든 3년 동안 배우 이연의 출연작은 쉴 새 없이 공개됐다. 단편과 장편, 독립 영화와 드라마, 채널을 부지런히 넘나들면서. 그 목록에서 눈에 띄는 점은 단 몇 년 사이 이 배우가 등장한 작품으로 국내외 유수의 영화제들에 진출한 기록이 꽤 길게 쓰인다는 것이다. 눈 밝은 감독들이 이연이라는 인재를 꾸준히 찾을 때, 자신의 얼굴을 대중에게 친숙하게 인식시키는 작업이 중요하다는 걸 알았던 이연은 그 부름에 성실히 임했다. 이제 그는 공효진, 박소담과 세 자매로 앙상블을 이루어낼 영화 <경주기행>을 준비 중이다.

나의 시작
대학에서 보컬을 전공할 때, 일주일에 한 번씩 선후배가 모인 자리에서 무대를 선보이는 커리큘럼이 있었다. 어느 날 무대에서 노래를 아예 부르지 못한 적이 있다. 입이 안 떼어졌다. 보컬이니 무대 최전방에 서야 하는데 늘 준비 시간이 충분치 않다고 느꼈고, 그런 내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내 뜻만큼 성에 차지 않을 때, 급기야 그렇게 뚝 부러지곤 한다. 당시 뮤지컬을 하는 선배가 ‘연기 치료를 받아봐라, 꽤 자유로워질 수 있다’고 권했다. 누군가에게는 취미로 하는 시간이었을 연기 수업을 나는 일종의 치료로 시작한 거다.

연기에 스파크가 튄 순간
연기 수업 첫날, 달려 나가 발레 바를 붙잡고서 건물 옥상에 있다고 생각하고 소리 질러보는 시간이 있었다. 그런데 나도 모르게 소리만 지른 게 아니라 욕을 하면서 엉엉 울고 말았다. 부정적인 표현을 분출하고 산 지 오래되어, 무대에서 무너질까 봐 아예 마음의 문을 닫고 살았나 보다. 정신 차리고 보니 주변에서 내게 박수를 보내고 있었다. 그때 희열을 느꼈다. ‘이렇게 남 앞에서 울어도 되는구나’, ‘내가 이래도 세상이 무너지진 않는구나’ 알게 되었다. 연기하면서 차츰 내가 주어진 상황에 몰입을 잘한다는 사실도 깨달았다.

캐스팅의 다른 말, 운명
<소년심판> 오디션을 볼 때는 다른 역할로 봤지만, 내가 결국 10대 소년범 백성우로 최종 낙점되었다. 당시 영화 <절해고도>를 찍은 후라 민머리에 가까운 상태였다는 점이 절묘했다. 반면 에서 정해인 선배님의 동생 역할로 캐스팅됐다는 연락을 받았을 때는 <절해고도>를 위해 이미 삭발한 상태였기에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해결책은 간단했다. ‘가발 쓰면 된다.’ 이런 에피소드를 몇 번 겪으면서 캐스팅에는 다 ‘자기 자리’가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내가 어떤 상태든 감독님이 정말로 원하면 나를 기용한다.’ 이 점을 아는 건 배우에게 중요한 것 같다.

내게 특별한 ‘전도연’
<길복순> 촬영을 마친 후 전도연 선배님을 붙잡고 엉엉 운 적이 있다. 내가 무척 나약한 사람이라는 기분이 들었던 것 같다. 그때 부드러운 목소리로 이런 말이 돌아왔다. “계속해. 다른 일을 이보다 더 잘할 수 있어? 네가 잘하는 걸 해, 계속.” 배우가 되어 전도연과 작업하는 게 목표였는데, 나는 큰 소원을 너무 빨리 이뤘다. 선배님은 지금도 내 작품과 연기에 대해 모니터링을 해주신다. 칭찬하실 때도 있지만 엄격하게 지적하실 때가 많고. 내가 워낙 이야기 나누는 걸 좋아하는지라 <길복순>의 변성현 감독님과 함께 만나면 나 혼자 도연 선배를 거의 독점한다(웃음).

“너무 애쓰지 마”
오디션으로 만난 어느 감독님이 과거 내 무대공포증을 둘러싼 이야기를 듣고선 말씀하셨다. ‘그렇게 무언가를 한 번 그만두었고, 이제 연기의 세계로 왔으니 여기서는 너무 애쓰지 말라’는 뜻으로. 내가 그날 오디션에서도 애를 쓰긴 했다(웃음). 결과는 불합격이었지만, 그 말을 들은 순간이 아직도 생생히 기억난다. <방과 후 전쟁활동> 촬영 중에도 비슷한 말을 들었다. 총을 처음 쏴야 하는 상황에서 무서워하는 장면을 찍는데, 정말 호흡곤란 증세가 왔다. 연기할 때 ‘나’를 너무 이용하지 말라는 조언을 종종 듣는다. 무슨 뜻인지 잘 알고 있다. 금세 고갈되어버린다는 우려일 것이다.

등산을 하면
산을 오를 때면 필요한 생각만 하게 된다. 그래서 잡념을 정리하기에 좋다. 단번에 휙휙 올라가진 못하지만, 이 산을 오르면 어떤 시련도 극복할 것만 같은 에너지가 생기면서 큰 위로를 얻는다. 아, 물론 유산소와 무산소 운동을 같이할 수 있다는 점도 좋다.

이연이 이연을 캐스팅한다면
고 김영애, 최강희 선배님이 모녀로 등장한 <애자> 같은 이야기를 꼭 해보고 싶다. 그 영화를 보면서 우리 엄마를 떠올렸다. 엄마는 워킹맘인데, 나를 전혀 ‘터치’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2주 동안 내가 외박을 해도 전화 한 번 안 하신다! 문자는 보낸다. ‘언제 들어오냐.’ 엄마는 내가 뭘 하든 ‘어느 정도는 도와주겠지만 네 인생은 네가 꾸려가야 한다’라고 가르치셨다. 사내대장부 같은 면도 있으시고. 내가 엄마의 기질을 좀 닮았다.

스타가 되기
나는 ‘유명해지는 것’보다 ‘하고 싶은 것’이 먼저인 사람이라, 어떻게 보면 야망 없는 인간이다. 하지만 최근 회사와 재계약을 하면서 대표님에게 다짐하듯 말했다. “저, 스타가 될래요!”(웃음) 예상한 것보다 빠른 속도로 활동을 이어왔다. 작지만 나름 입지가 생긴 듯해서, 지금 새로운 목표를 만들어야 언젠가 도약할 것 같다. 물론 내가 말하는 스타는 여느 스타와 다를 수 있다. 나는 흔히 말하는 예쁜 외모의 배우들과 다르기도 하고. 그저 내 식대로, 어떤 틀에 맞춰지지 않은 이연으로서 스타가 되고 싶다.

홍화연

나이 : 1998년생
인스타그램 : @hwanywayeon
출연작 : 티빙 <러닝메이트>(2024), ENA <보라! 데보라>(2023), tvN <멘탈코치 제갈길>(2022) 등.

“맑은 고음을 내며 언덕길을 내려가는 자전거의 종처럼 당당당당 웃던 아이였다.” 배우 홍화연을 만났을 때 소설가 권여선의 단편 <당신 이 알지 못하나이다>에 등장하는 이 문장이 그의 얼굴 위로 절묘하게 겹친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구든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개운함을 갖게 하는 싱그러운 기운. 그녀가 2023년 <보라! 데보라>에서 연기한, 타인을 무장 해제시키는 쾌활함을 가졌던 ‘방우리’는 어쩌면 그녀와 똑 닮았다. 올해 방영을 앞둔 작품이자 영화 <기 생충>의 공동 집필자 한진원의 첫 감독 데뷔작인 <러닝메이트>에서 홍화연은 그간 보여준 싱그러움과는 상반된 얼굴을 꺼낼 예정이다. 공부만 알던 전교 1등이 전교학생회 선거에 러닝메이트로 나섰다가 점차 선거의 핵심으로 거듭나는 이야기.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 ‘온 스크린’ 부문에 초청돼 부산 땅을 밟고 온 이 작품은 이제 막 연기의 세계에 진입하기 시작한 홍화연의 오늘을 가장 또렷이 엿볼 기회다.

원래 꿈은
선생님이었다. 교육에 관심이 많았다. 세상을 따뜻하게 만드는 가장 좋은 방법이 교육이니까. EBS에서도 일해보고 싶어서 대학 진학 학과도 교육공학과를 선택했다. 그러면서 학생 홍보대사도 하고 입학처에서 근로학생으로 일하기도 했다. 그 일들이 너무 재미있어서 교직원이 돼야겠다고 생각하던 와중에 배우 제안을 받게 됐다.

한없이 맑음
유년 시절 한없이 해맑고 ‘해피해피’한 아이였다. 부모님께서 많은 사랑을 주셔서 행복하기만 한 아이였다. 지금도 통통 튄다는 말을 자주 듣지만 10대 때만 못한 요즘이다(웃음). 2021년 초 지금 회사의 오디션을 봤을 당시엔 이런 에피소드도 있었다. 시종 잘 웃고 밝은 얼굴을 하고 있으니 당시 오디션을 심사하던 분이 살면서 화를 내본 적이 있냐고 물은 기억이 있다. 대학교 입학처에서 일할 당시 민원인들 때문에 속상했던 경험을 말했지만 대답이 충분한 것 같지 않은 분위기였다(웃음).

<멘탈코치 제갈길>이 남긴 것
첫 데뷔작이 2022년 <멘탈코치 제갈길>이다. 내가 연기한 쇼트트랙 국가대표 ‘김무영’을 떠올리면 ‘턱걸이’란 단어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실력은 어중간하지만 나이가 많아 늘 경기에서 작전용으로만 활용되는 인물, 코치의 눈 밖에 나면 실업 팀에도 갈 곳이 없어 코치에게 복종할 수밖에 없는 인물. ‘누구나 애쓴다’는 작품의 메시지는 내게 깊은 흔적을 남겼다. 견디는 자세로 묵묵히 제자리를 지키는 것이 얼마나 아름답고 예쁜지를 이 작품을 통해 알게 됐다.

퍼즐처럼 완성하는 캐릭터
가족, 친구, 연인에 따라 보여주는 얼굴이 제각각 다르듯, 극 중 인물이 서로 다른 상대 앞에서 꺼내는 여러 얼굴의 조각을 하나로 모아 캐릭터를 완성해간다. 마치 퍼즐놀이를 하듯이. 다른 배역들에 의해 내가 맡은 캐릭터가 가꿔지고 다듬어진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많다.

연기는 나를
입체적인 사람으로 만들어주는 것 같다. 어쩌면 이전의 나는 한 가지 색깔 밖에 없는 사람에 가까웠다. 언젠가 연기 선생님이 나를 두고 우스갯소리로 스마일 증후군이 있는 것 같다고 말씀하실 정도로 마냥 밝기만 한 사람이었다. 그런데 연기를 하며 타인의 삶을 살아보고, 나라면 평생 알지 못했을 법한 감정에 빠지기도 하면서 점점 깊이감을 키워가고 있는 듯하다. 그러면서 관계 속에서 생기는 갈등을 해결하는 방법도 무척 다양해졌다. 예전엔 마냥 ‘괜찮아’라며 거절을 못하는 성격이었지만 점점 정중하고 명확하게 나의 생각을 전할 줄 아는 사람이 되어가고 있다.

나를 움직이는 동력
후회하기 싫은 마음. ‘미래에 후회할 것 같은가’가 늘 뭔가를 선택하는 기준이 된다. 이건 평생의 모토다. 배우의 세계에 발을 디딜 때도 ‘지금 도전하지 않으면 후회하겠는가’ 했을 때 단호히 ‘그렇다’는 결론이 나서 망설임 없이 연기를 시작했다.

에너지를 내뿜는 배우
김태리 선배님을 동경한다. 그분이 풍기는 기운이 너무 좋다. 연기할 때 뿜어내지는 선배님만의 에너지를 꼭 직접 현장에서 보고 싶다. 선배님과 함께하면 나도 조금은 다른 모습을 꺼내볼 수 있지 않을까.

쉬는 날엔
주로 운동을 한다. 어릴 때부터 좋아했다. 등산부터 배드민턴, 헬스, 필라테스까지 모두 섭렵했다.

올해 방영하는 <러닝메이트>에서
영진 고등학교의 전교 1등 ‘윤정희’ 역할을 맡았다. 오로지 공부만 알던 인물이 이미지 쇄신을 위해 전교학생회 선거에 러닝메이트로 나서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윤정희’를 연기하면서는 나의 학창 시절을 많이 떠올렸던 것 같다. 친구들과 시험 범위를 얘기하던 도중 “그거 왜 알려줘? 어차피 다 경쟁자인데”라고 말하기도 했던 한 친구를 떠올리기도 하면서. 어린 마음에 삐죽삐죽 튀어나오는 감정을 고스란히 드러내곤 했던 나의 십대 시절이 어쩌면 ‘윤정희’을 만들어가는 데 큰 거름이 되었다.

주세빈

나이 : 1997년생
인스타그램 : @myongd97
출연작 : 연극 <찔레꽃>(2024), 연극 <밑바닥에서>(2020), JTBC <디 엠파이어: 법의 제국>(2022), 카카오 tv <다시, 플라이>(2021), tvN <여신강림>(2020) 등.

주세빈의 목마른 진심은 자신이 좋아하고 관심 있는 것들을 하나씩 나누는 상기된 얼굴에서 드러난다. 좋아하는 고전들에 대해 말할때, 넷플릭스에서 발견한 <푸른 눈의 사무라이>를 많은 사람이 봤으면 좋겠다고 소개할 때, 메모장에 가득한 글 중 하나를 부끄럽다면서도 차분한 목소리로 낭독할 때. 오직 연기만이아 닌, 예술 작품을 향한 폭넓은 시선이 주세빈에게 있다. ‘나’만을 알아가는 것보다 마주한 상대방과 세상에 대해 알아가는 것이야말로 더 좋은 배우가 되기 위한 태도임을 깨달았다는 그 현명함은 이 신인의 앞날을 지켜보게 만든다. 주세빈이 본격적으로 눈에 띈 건 현직 변호사들이 기획하고 쓴 끝에 완성한 드라마 <디 엠파 이어: 법의 제국>을 통해서다. 몬스타엑스의 형원과 주연으로 출연한 웹드라마 <다시, 플라 이>에서는 특기인 춤을 선보이기도 했다. 최근 주세빈은 연극을 하며 그 큰 눈으로 무대 위에서 내내 울었다.

창작 연극 <찔레꽃>
올해 1월 약 2주 동안 동국대 이해랑예술극장에서 동국대 대학원을 졸업한 선배들과 같이 공연했다. 엄마와 딸의 이야기다. 고생한 엄마, 그리고 씩씩하게 살아냈지만 엄마의 고통스러운 삶을 이어받은 면도 있는 딸. 우는 장면이 많아 감정 소모도 컸던 공연인데, 덕분에 훈련이 됐다. 엄마가 내 연기에 대해 쓴소리 대신 칭찬을 해준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나의 시작
어릴 때 아역 배우 활동을 조금 하면서 연기의 재미를 느꼈는데, 본격적으로 시작한 건 아무래도 입시 준비를 하면서다. 선생님들이 ‘너는 정말 좋은 배우가 될 수 있겠다’라고 칭찬을 하신 게 자극이 됐다. 특히 연기가 하나의 학문처럼 느껴지는 점이 흥미로웠다. 평생 파고들어도 재밌고 끝이 없을 학문을 제대로 배워보고 싶었다. 원래 살짝 마니악한 기질이 있다. 고등학생 때 가족 여행에 나는 함께하지 못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 집에서 연휴 3일 동안 영화 스무 편을 넘게 봤으니.

선입견을 깨고 싶어서
오디션에서 ‘어떤 삶을 산 거예요?’ 하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내 연기를 보고 내 인생이 궁금해졌다는 뜻이니 극찬으로 들렸다. 드라마 <나의 아저씨>에 나오는 지안(이지은)의 독백 연기를 했을 때인데, 혼자서 하는 말이지만 감정을 잘 담아야 한다. 내 얼굴의 인상이 진하기 때문에 처연하거나 사연 있는 캐릭터가 어울리지 않을 거라는 선입견이 생길 수도 있다. 그러니까 나는 그런 예상을 깨고 싶다. ‘첫인상만으로 판단하지 말아주세요. 누군가를 안다고 여기는 순간 그 사람의 또 다른 모습을 지나칠 수도 있어요.’ 이 점을 말하기 위해 오디션 때면 나와 으레 어울릴 법한 연기보다 어울리지 않을 듯한 연기를 선보이곤 한다.

<디 엠파이어: 법의 제국>
최고 권력을 가진 자들의 세상을 들여다보고 그들이 추락하는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였다. 김선아, 안재욱, 이미숙, 오현경 선배님을 비롯해 여러 선생님들이 출연하는 이 드라마에서 나는 아버지의 죽음 이후 힘을 갖기 위해 한 집안에 접근하는 로스쿨 학생 홍난희 역을 맡았다. 불륜을 저지르는 여자이고 작품을 앞두었을 때 걱정도 컸지만, ‘그저 나만 잘하면 된다’라는 각오로 잡생각을 차단했다. 자기 연기에 100퍼센트 만족하는 배우는 드물지 않을까? 나는 최선을 다했다. 또 ‘잘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특히 좋아하는 작품
스탠리 큐브릭의 영화들을 비롯해 <패왕별희>, <블루 재스민>, <라 비앙 로즈>, <님포매니악>, <킬 빌> 등등. <킬 빌>은 내게 성장 영화다. 좋아하는 작품들을 쭉 놓고 보면, 인물의 서사가 다이내믹한 이야기에 끌린 경우가 많다. 요즘 많은 이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건 넷플릭스로 볼 수 있는 애니메이션 시리즈 <푸른 눈의 사무라이>. 사무라이인 혼혈의 여자가 주인공인데, 스토리가 탄탄한 데다 연출도 화려하면서 세련됐다. 주인공을 응원하게 된다.

언니와 나
미술을 전공한 언니와 열한 살 차이다. 다 커서 생각해보니 어릴 적부터 주로 언니가 내게 양보해주고, 내 이야기를 들어주는 쪽이었다. 그런데 내가 중고등학생 무렵, 언니의 이야기를 귀기울여 들은 순간이 있다. 언니가 <미학 오디세이>를 펼쳐놓고 읽어주는데, 데이미언 허스트니, 애셔니, 그렇게 눈을 반짝거리면서 말하는 모습이 처음으로 굉장히 언니답고 프로페셔널해 보였다(웃음). 그 순간이 뇌리에 박혀서 이후 틈만 나면 언니 따라 전시를 보러 다니고, 이것저것 물어보기도 했다. 내겐 언니가 도슨트인 셈이다.

요즘 몰두하는 생각
나와 타인이나 외부와의 밸런스를 맞추는 문제. 어떤 연기를 하든 거기엔 연기하는 사람이 투영되고, 그가 어떤 사람인지 결국 드러난다고 생각한다. 연기는 그렇게 ‘나’를 알아가는 작업이기도 해서 즐거웠다. 그런데 최근에는 조금 다른 깨달음이 든다. ‘연기를 더 섬세하고 깊이 있게 발전시키기 위해선 나보다 상대가 더 중요한 것 아닐까? 연기란 호흡이고, 그렇다면 내 이야기를 하기보다 상대방의 이야기를 귀담아듣는 게 중요하다.’ 이 예술은 나와 부딪치는 상대 배역과 그걸 봐주는 관객이나 대중이 있어야 존재한다. 나에게만 집중할게 아니라 상대방을, 또 주변과 세상을 둘러보는 이타적인 사람이 되고 싶다. 배우를 하지 않았다면 이런 생각에 이르지도 못했을 것이다.

도종환 시인의 ‘산벚나무’에 대하여
좋아하는 시다. ‘나무는 희망에 대하여 과장하지 않았지만/절망을 만나서도 작아지지 않았다/묵묵히 그것들의 한복판을 지나왔을 뿐이다/겨울에 대하여/또는 봄이 오는 소리에 대하여/호들갑 떨지 않았다.’ 나도 깊게 뿌리 내린 사람이 되고 싶다. 어떤 대세에 쉽게 흔들리지 않고, 두 다리를 땅에 착 붙인 사람. 희망을 무서워할 줄 알고, 절망을 하찮게 여기지도 않고, 그저 자기 중심을 지킨 채 똑바로 서 있는 사람 말이다.

김시은

나이 : 1999년생
인스타그램 : @_kimmsieun
출연작 :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 시즌 2>(2024), 영화 <너와 나>(2023), 영화 <다음 소희>(2023) 등.

‘2023년의 발견’이라는 말에 가장 가까운 배우는 단연 김시은이었다. 한국 영화 최초로 칸영화제 국제비평가주간 폐막작이었던 영화 <다 음 소희>에서 힘없는 개인을 짓밟는 시스템 속 노동자도, 학생도 아닌 ‘숫자’로 환산된 존재인 ‘소희’로 먼저 얼굴을 알린 김시은은 곧이어 비극적 참사를 소재로 다룬 영화 <너와 나>의 중심에 있는 인물 ‘하은’을 연기하며 다시 관객을 맞았다. 가장 보통의 존재이지만 어쩌면 그래서 비극을 피해 갈 수 없었던 인물들. 김시은이 연기한 ‘소희’와 ‘하은’이 그랬다. 기시감이 들 정도로 극히 친숙하고 평범한 얼굴로 스크린에 등장했다가 부지불식간에 먹먹한 심연으로 관객을 데려가는 김시은의 연기는 어떤 의미에서 ‘낙차’와 ‘파고’란 단어로 설명될 거다. 서로 다른 극점이 동시에 교차된 그의 얼굴은 어쩌면 더 발견될 일만 남았을지도 모른다.

그 어느 해보다 뜨거웠던 2023년
영화 <다음 소희>와 <너와 나> 2편으로 많은 관객을 만난 한 해였다. 내 인생에서 이처럼 의미 있고 큼직큼직한 일이 펼쳐지던 때가 또 있었나 싶을 정도다. 막상 그 시절을 통과하고 있을 당시엔 몰랐는데, 시간이 흐르며 점점 더 소중했던 시간들이라 느껴진다. 이제는 작년에 얻은 큰 행운을 거름 삼아 더 성큼성큼 나아가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김시은이자 ‘김소희’
<다음 소희> 오디션을 위해 처음으로 정주리 감독과 만난 때였다. 주어진 대사를 감독님께 보여드리고 평가받는 자리라고만 생각했는데, 막상 그 자리에서 수다만 실컷 나눈 기억이 있다. 몇 마디 대화를 나눈 감독님이 말씀하셨다. “네가 소희를 해줬으면 좋겠어.” 속으로 ‘이렇게 바로 결정이 나다니!’ 싶었다. 훗날 들은 얘기론 그 당시 “이 영화가 꼭 세상에 나왔으면 좋겠어요”라는 나의 한마디가 감독님께 크게 가 닿았다고 한다. 극 중 ‘소희’와 실제 나는 닮은 구석이 많다고 느껴진다. 뭐든 잘 해내고 싶어 하지만 부족한 게 많고, 그 와중에 어른인 척 애쓰는 모습. ‘소희’는 그 어느 여성 배우라도 탐낼 법한 배역이라고 생각했는데, 나와 닮은 점이 많았기에 ‘소희’를 더 잘 소화해내고 싶은 욕심이 있었다.

전 세계의 또 다른 소희들
2022년 칸 영화제에서 처음으로 <다음 소희>를 관람했다. 콜센터에서 일어나는 일을 담았고 위계질서가 갈등의 중심을 차지하기 때문에, 이 짙은 ‘한국적 정서’를 해외 관객이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섰다. 그런데 모든 건 기우였고 내 편견이었다. 영화가 끝남과 동시에 눈물을 흘리며 객석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이때 느낀 것 같다. 영화가 다루는 문제는 비단 ‘소희’나 한국에 국한한 이야기가 아니며 전 세계적으로 ‘소희’가 존재한다는 것을.

나의 첫사랑
시기상 <다음 소희>가 먼저 국내에 극장 개봉했지만 <너와 나>가 첫 장편영화 데뷔작이다. <너와 나> 팀만큼 끈끈하고 사랑으로 가득한 팀은 없었을 거다. 원래 내 성격은 좀 폐쇄적이고 사람과 어울리는 걸 어려워하는데 <너와 나> 덕분에 여러 사람과 함께하는 게 얼마나 즐겁고 유쾌한 일인지를 알게 됐다. ‘나’란 사람이 완전히 뒤바뀐 경험이었다. 물론 아직 배우로서 시작 단계에 있지만 앞으로 또 이런 영화를 만나 특별한 경험을 하는 건 어려울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촬영이 끝나고 시간이 많이 흘렀지만 아직도 <너와 나>를 떠나보내지 못하고 있다. 정말 첫사랑 그 자체다. 계속 생각난다. 인생에 있어 이렇게 한 영화를 오래도록 품고 살아간다는 게 얼마나 값진 일인가 싶기도 하다.

평범과 멋짐 사이
<다음 소희>나 <너와 나>에서 내가 맡은 인물은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면 우리가 지금 두 발을 붙이고 있는 한국 사회에서 언젠가 봤거나 보고도 지나쳤을 법한 이들일 거다. 이런 배역이 나에게 돌아온 이유는 그저 내가 지극히 ‘평범한’ 사람이라서란 생각이 든다. 그런데 앞으론 무턱대고 멋진 인물을 연기해보고 싶기도 하다. 피 튀기는 액션 영화도 자신 있다. 예를 들면 영화 <길복순>이라든가(웃음).

나를 움직이는 동력
약간 성취감에 미쳐 있는 사람이다(웃음). 현장에서 시원하게 ‘오케이’ 사인을 받을 때, 연기 잘한다는 피드백 한 마디를 들을 때마다 큰 성취감을 느낀다. 이런 것들이 동력이 되어 연기를 해가는 것 같다.

쉬는 날엔
혼자 기타를 치면서 시간을 보낸다. 사실 기타에 큰 관심이 없었는데 친구가 2대 1로 강습을 받으면 수강료가 좀 싸다고 꼬드겨 배우게 됐다. 지금은 그 친구보다 내가 더 열심히 기타를 치고 있다(웃음).

언젠가 협업하고픈 배우
무조건 <너와 나>를 연출한 감독 겸 배우 조현철. 언젠가 촬영하며 나의 상대역 ‘세미’를 그가 대신 연기한 적이 있는데 진짜 재미있었다. 그걸 다른 사람도 봤어야 한다(웃음). 또 촬영하면서 느꼈지만 그는 천재다. 현장에서 말이 거의 없는데 가끔 툭툭 내뱉는 말이 정답처럼 느껴질 때가 많았다.

<오징어 게임> 시즌 2에 대하여
작년 여름 촬영을 시작했다. 많은 선배님들과 함께하는 현장이라 ‘어디서 또 이런 걸 배우겠나’라는 심정으로 매번 촬영장에 간 기억이 있다. 큰 작품의 시스템이 돌아가는 방식도 새로 배운 게 많다. 물론 많은 대중이 기다리는 기대작에 참여한 것은 기쁘지만, 그걸 떠나 그저 ‘나는 나의 것을 해야지’라는 생각을 더 많이 한 것 같다.

요즘 몰두하는 고민
배우로서 사는 제1 인생과 인간 김시은으로 사는 제2 인생이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 배우로서 열심히 달리는 이유도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마음 편안하고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함이 아닐까 싶다. 그래서 두 인생의 중간 과정에서 어떻게 잘 해나갈 수 있을지를 늘 생각하는 것 같다. 우선은 지금 연기자로서 주어진 일을 잘하는 게 먼저란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