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 해서웨이가 선택한 드레스의 의미
SAG 시상식은 미국 배우조합에 가입한 배우들이 수상자를 직접 선정하는 시상식인 만큼 그 권위와 의미 또한 남다릅니다. SAG 시상식의 결과로 아카데미 수상자를 미리 점쳐볼 수도 있을 정도죠. 며칠 전 열린 제30회 SAG 시상식 역시 헐리우드의 주목을 한몸에 받으며 많은 이슈를 낳았는데요. 그중 가장 이목이 집중된 인물은 단연 앤 해서웨이였습니다.
앤 해서웨이는 이날 시상식에서 메릴 스트립, 에밀리 블런트와 함께 무대에 올라 코미디 시리즈 남우주연상 후보를 발표했는데요. 세 사람이 함께 무대에 오른 것은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속 주인공들의 리유니언이라며 큰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직장 상사였던 미란다 역의 메릴 스트립, 동료였던 에밀리 역의 에밀리 블런트와 오랜만에 조우한 그녀. 눈부시게 쨍한 세룰리안블루 컬러 드레스를 입고 등장한 앤 해서웨이의 의상은 알고 보니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에 보내는 찬사가 가득한 뜻깊은 드레스였는데요. 잠시 기억을 되짚어 영화 개봉해인 2006년으로 거슬러 올라가 볼까요?
영화 속에서 앤 해서웨이는 패션의 ‘ㅍ’자도 모르는 저널리스트 지망생 앤드리아 역을 맡았습니다. 패션 지식이라고는 1도 없었던 그녀는 입사 첫날부터 자신을 대놓고 무시하는 편집장 미란다에게 모멸감을 느끼는데요. 어느 날 미란다가 비슷한 컬러의 벨트를 두고 예민하게 구는 모습에 실소를 터트리고 맙니다. 이때 바로 명대사가 탄생하죠.
“네가 지금 입고 있는 그 보풀 투성이 파란색 스웨터는 사실 그냥 파란색이 아니야. 청록색도 아니고 선명한 청색도 아니지. 사실 그건 세룰리안블루야.”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속 미란다의 대사
그 색깔을 정하기 위해 디자이너 손에서 수천 번 재창조 된 고통의 시간을 보지 못하는 앤드리아의 좁은 시야를 비판한 겁니다. 자존감을 건드는 채찍질이 먹혔던 걸까요? 이후 앤드리아는 놀랍게도 미란다로 인해 옷차림뿐만 아니라 일을 처리하는 능력까지 엄청난 성장을 합니다.
영화가 개봉된 지 벌써 18년이라는 세월이 흐른 지금, 앤 해서웨이는 전 직장 상사(?)인 메릴 스트립을 만나기 위해 근사한 세룰리안블루 드레스를 입고 나타났습니다. 이는 무려 2015년에 발표한 아틀리에 베르사체의 것이었죠. 앤 해서웨이는 한 인터뷰를 통해 “오늘 입은 드레스 컬러는 내가 시상식에서 함께 발표할 누군가를 고려해 특별히 요청한 색이다.”라며 의도가 분명한 드레스였음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과연 18년 전 미란다는 꼬꼬마 인턴 앤드리아에게 이런 날이 올 것이라고 상상이나 했을까요? 청록색도 아니고 선명한 청색도 아닌 ‘세룰리안블루’ 드레스를 입은 눈부신 그녀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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