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문율이 깨진 남성복의 새로운 비율

김현지

하이웨스트 혹은 팬츠리스, 크롭트 톱 혹은 오버사이즈. 새로운 비율을 가진 남성복이 런웨이를 지배했다

슈퍼 하이

슬리브리스 톱은 셀린느 by 에디 슬리먼, 하이웨이스트 팬츠와 플랫폼 슈즈는 릭 오웬스 제품.

로에베의 조나단 앤더슨이 ‘일종의 실루엣 쇼’라 말했듯 이번 컬렉션은 “팬츠를 얼마나 더 끌어올릴 수 있을까?”에 대한 실험과도 같았다. 상하의의 극단적인 길이 차로 조형적 재미를 탐구한 로에베는 한발 더 나아가 셔츠를 하이웨이스트 팬츠 안에 넣어 입어 인체의 비율을 과장했고 릭 오웬스는 타이트한 톱을 매치해 효과적이면서도 기괴한 시각 효과를 누렸다.

센슈얼 벨리

집업 후디, 스웨트 팬츠, 발가락 모양 앞코가 특징인 슬라이더는 발렌시아가 제품.

하이웨이스트와 로라이즈 팬츠의 두 가지 트렌드가 공존하는 이번 시즌, 배꼽을 드러낸 남자들의 출몰은 예정된 바나 다름없다. 하의의 허리선이 극단적으로 높아지거나 낮아지면서 크롭트 톱이 런웨이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 것. 디스퀘어드2는 갈비뼈가 보일 정도로 짧은 크롭트 톱에 재킷을 매치해 젠더 플루이드적 요소에 진지함을 부여했고, 발렌시아가와 더블렛은 후드를 머리 위로 푹 눌러써 가장 자연스러운 방식으로 크롭트 톱의 짤막한 실루엣을 연출했다.

미니마니모

리본 장식 시퀸 소재 톱은 셀린느 by 에디 슬리먼, 쇼츠는 아미, 슈즈는 페라가모 제품.

트렌드에 쉽게 편승하지 않는 에르메스부터 프라다, 아미, 웨일스 보너 등 동시대의 수많은 디자이너들이 증명하듯 하의 실종 스타일은 이번 시즌을 관통하는 지배적인 흐름이다. 색색의 트위드와 형광빛으로 마이크로 쇼츠를 물들인 디올과 드리스 반 노튼이 이를 젊은 감각으로 재해석한 좋은 예다.

단벌 신사

오버사이즈 재킷, 사이하이 바이커 부츠는 발렌시아가 제품.

하의를 생략한 자유로움을 만끽하는 남자들의 즐거움! 원피스가 갖는 장점이 극강의 편안함이라는 진리를 깨닫기라도 한 걸까? 오버사이즈 재킷을 마치 미니드레스처럼 활용한 사례가 런웨이 곳곳에서 목격됐다. 헤드 메이너와 코치 컬렉션에서 그 간결한 실루엣을 확인하시라.

팬티 바람

체크무늬 셔츠, 폴로셔츠, 재킷, 언더웨어는 프라다, 삭스는 아미, 레이스업 슈즈는 캠퍼 제품.

미우미우가 쏘아 올린 팬츠리스 열풍이 시즌을 거듭하며 새로운 변화구를 던졌다. 기존의 관능적인 분위기에서 벗어난 루도빅 드 생 세르냉의 순면 브리프, 클래식한 요소를 장착한 폴 스미스의 복서 트렁크, 90년대의 미니멀리즘을 연상시킨 헤드 메이너와 순수함을 강조한 션 슈엔의 백색 삼각팬티까지 그 면모가 다채롭다.

배꼽 아래 한 뼘

광택감이 화려한 크롭트 톱, 브리프, 로웨이스트 데님 팬츠는 아크네 스튜디오, 앵클부츠는 알렉산더 맥퀸 제품.

모 아니면 도. 로웨이스트 팬츠를 대하는 방식이다. 시원하게 치골을 드러낼 수 있는 자에게 에곤랩과 버크 아크욜의 제안을, 그렇지 않은 이에게는 팬티의 밴드와 가죽 벨트로 배꼽과 골반 사이 공백을 메운 미우미우와 디스퀘어드2의 아이디어를 권하고 싶다.

포토그래퍼
LESS
모델
이호진
메이크업
광효
헤어
김태영
어시스턴트
전지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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