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유가 ‘국힙원탑’인 이유 4가지

우영현

아이 세이 ‘국힙’, 유 세이 ‘원탑’

홀씨

농담 반, 진담 밖 섞인 ‘국힙원탑’이라는 수식어가 틀리지 않았습니다. 아이유의 여섯 번째 미니 앨범 <The Winning>에는 다양한 장르가 존재하는데요. 더블 타이틀곡 ‘홀씨’는 그루브한 R&B 힙합 스타일로 첫 소절부터 아이유 특유의 래핑이 확실하게 사로잡습니다. 묵직한 드럼 베이스, 시크하면서 유려한 랩, 몽환적으로 부유하는 듯한 보컬. 이 곡에서 아이유의 정체성은 힙합 신에 있지 않을까 합니다.

후렴구 “날 따라, gonna go to win / 날 따라, 날아가 꼭대기루 / You say ‘후’ / I may fly”는 또 어떻고요. 무대에서 아이유가 “You say”를 노래하면 메아리처럼 팬들이 “후”를 외치는 장면이 그려집니다. 반드시 꽃이 될 필요가 없다는 메시지의 가사도 아이유가 썼다고 하죠. 이쯤 되면 힙합은 아이유의 대표 장르, 맞습니다.

삐삐

데뷔 10주년을 기념해 아이유가 선보인 이지 리스닝 트랙. 당시 아이유가 또 다른 목소리를 낸 얼터너티브 R&B 장르인데요. 원래 해 온 익숙한 스타일이었던 것처럼 귀에 착착 감깁니다. 리듬감과 강약 조절이 통통 느껴지는 보컬은 싱잉 랩이라 해도 수긍이 갈 거예요. “꼿꼿하게 걷다가 삐끗 넘어질라 / 다들 수군대는 걸 자긴 아나 몰라 / 요새 말이 많은 걔랑 어울린다나?” 적절히 라임이 박힌 구절도 확확 꽂히고요.

그러고 보니, ‘삐삐’가 나오고 그 다음해 <쇼미더머니>에선 싱잉 스타일의 래퍼들이 꽤 눈에 띄었죠. 무례하게 선을 넘는 사람들을 향한 경고의 메시지를 위트 있게 담은 가사는 아이유가 직접 썼습니다. 10년간의 연예계 생활에서 겪은 고충, 즉 자전적 스토리텔링이라는 점에서도 랩의 본질에 와 닿습니다.

Coin

“강자에게 더 세게 I love gamble / 과감할수록 신세계 on my table” 정규 5집 <LILAC>의 ‘Coin’은 대번 라임과 운율이 귀에 들어오는 가사로 시작합니다. 중반부에는 작정한 듯 랩이 작렬하고요. 아이유는 중저음 톤으로 노래하듯 리드미컬하게 랩을 하는데, “승리를 손에 꽉 잡아 말아 쥐어 / Worth more than jewels / 저리 가서 놀아줘 / It’s no kids zone” 구절이 특히 착 감깁니다. 밀고 당기는 듯한 박자감과 찰진 발음이 도드라져 들리죠. 원래 랩 파트의 주인은 CL이었으나 스케줄 문제로 불발됐다고 해요. CL이라면 당연히 최고의 선택이지만, 지금 듣고 있는 아이유 버전도 충분히 근사합니다.

시간의 바깥

박재범, 지코, 창모를 비롯한 국내 래퍼들이 아이유를 ‘국힙원탑’으로 샤라웃하는 이유 중 하나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작사 실력입니다. 미니 5집 수록곡 ‘시간의 바깥’의 가사는 그런 측면에서 끊임없이 조명되고 회자됩니다. 웅장한 클라이맥스가 돋보이는 발라드이지만 아이유가 쓴 가사를 그냥 읽어 보면 깊은 서정성 속에 라임과 운율이 드리웁니다. “서로를 닮아 기울어진 삶 / 소원을 담아 차오르는 달 / 하려다 만 괄호 속의 말”, “기다림의 이유를 만나러 / 꿈결에도 있지 않았던 / 잠결에도 잊을 수 없었던”. 그리고 ‘Celebrity’의 “세상의 모서리 / 구부정하게 커버린 / 골칫거리 outsider”, “널 위해 쓰여진 / 오래된 사랑시 / 헤매도 좋으니 / 웃음 짓게 되길”도 같은 맥락으로 ‘국힙원탑’ 아이유를 설명할 때 빠지지 않죠.

무엇보다 아이유는 자신이 가사에 의도한 부분을 보컬에 반영하기 때문에 효과적으로 표현되는 것 아닌가 합니다. 노래와 작사는 물론이고 래핑도 되는 아이유. 언젠가 마음먹고 ‘올해의 힙합 앨범’ 어때요?

사진
@dlwlr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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