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속 이름이라 다행
장난감
별명이 아니라 본명입니다. <살인자ㅇ난감>의 ‘장난감’은 우연히 범죄자 감별 능력을 발견해 살인을 시작하게 된 대학생을 쫓는 형사. ‘살인자이응난감’, ‘살인자오난감‘처럼 어떻게 읽느냐에 따라 해석이 달라지는 제목처럼 장난감이라는 이름에도 뾰족한 의미가 있을 것 같은데요. 여러 추측이 나오는 가운데 손석구 특유의 분위기와 열연 덕분에 그 이름이 전혀 우스꽝스럽게 들리지 않는 건 틀림없습니다.
오리온
<킬미, 힐미>에서 박서준이 연기한 인기 추리 소설가. 드라마의 주된 이야기는 일곱 개의 인격을 가진 남자와 정신과 의사의 로맨스입니다. ‘오리온’은 정신과 의사 ‘오리진’의 쌍둥이 오빠로 그의 필명은 ‘오메가’. 영화 <더 마블스>를 보다가 이 이름이 번뜩였습니다. 박서준은 우주 행성의 ‘얀’ 왕자로 등장했죠. 끝내 우주로 간 오리온.
김건강
<수상한 삼형제>에서 맏형의 이름은 ‘김건강’, 둘째는 ‘김현찰’, 막내는 ‘김이상’. 경찰인 아버지는 ‘김순경’, 갈등의 주범인 어머니는 ‘전과자’입니다. 막장을 인기 장르로 만든 문영남 작가의 캐릭터들은 어릴 적 이름으로 놀림받았을 게 분명합니다. <왜그래 풍상씨>에서 ‘이풍상’의 동생들은 ‘이진상’, ‘이정상’, ‘이화상’, ‘이외상’, <조강지처 클럽>은 이름이 그 자체로 캐릭터였죠. 주인공 ‘한복수’와 ‘나화신’은 헌신적인 아내, ‘한원수’와 ‘이기적’은 못된 남편.
마이듬
‘마이듬’은 <마녀의 법정>의 제목 속 마녀입니다. 깡다구 좋고 할 말 다 하는 독종 검사인데요. 한 번 물면 절대 놓지 않는 악바리 기질로 정의를 구현하죠. 그리고 정려원은 ‘인간 사이다’ 마이듬과 하나가 되어 멋지게 활개를 폈습니다. 이름이 특이해서가 아니라 생생한 캐릭터 때문에 또렷하게 기억납니다.
주단태
<펜트하우스> 시리즈의 빌런. ‘주단태’는 능글맞고 교활하고 지독하게 악랄한 최종 보스 격 캐릭터입니다. 대서사시 ‘신곡’을 쓴 단테에서 이름을 딴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그보다는 음악 빠르기말에 빗대어 “안단테는 느리게, 포르테는 빠르게, 주단태는 악랄하게”라는 밈이 강렬하게 꽂힙니다.
최이재
<이재, 곧 죽습니다>의 ‘최이재’는 스스로 삶을 포기했지만 죽음의 심판을 받아 의지와 상관없이 12번의 고통스러운 환생을 반복하게 됩니다. 그가 환승한 인생은 늘 죽음으로 끝맺음되는데요. 원작 웹툰의 제목은 <이제, 곧 죽습니다>. ‘이재’와 ‘이제’ 모두 말이 되지만 중의적 의미를 가진 드라마 제목이 더 당기네요.
한세계
한 달에 일주일, 자고 나면 외모가 바뀌는 비밀을 가진 톱스타이자 스캔들 메이커 ‘한세계’. 그 기간이 되면 어떤 촬영도, 어떤 스케줄도 결코 하지 않는 신비주의 여배우에겐 남자가 수두룩하고 심지어 아이까지 있다는 소문이 무성합니다. 하지만 그들은 모두 한세계라는 사실. 그런 점에서 다양한 얼굴이 공존하는 하나의 세계를 뜻하는 이름입니다.
방귀남
무려 45%의 시청률을 기록했던 <넝쿨째 굴러온 당신>의 ‘테리 강’은 아내밖에 모르고 다정다감하며 인간미까지 겸비한 외과 의사입니다. 판타지 같은 이 남자에게도 아픈 구석이 있습니다. 어릴 적 미아가 되는 바람에 미국으로 입양된 것인데요. 극 중 테리 강은 잃어버린 부모와 재회하고 원래 이름도 되찾습니다. ‘귀한 아들’이라는 뜻의 ‘귀남’. 그리고 그는 방 씨 집안의 막내아들이었던 거죠. <살인자ㅇ난감>의 장난감도 안쓰럽게 느낄 이름, ‘방귀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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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플릭스, 티빙, KBS, JTBC, S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