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난한 게 최고라면, 90년대 미니멀이 정답

황기애

심플한데 이상하게 스타일리시한 옷차림, 90년대의 마법

올드머니룩이 지나간 자리에 90년대 뉴욕을 중심으로 유행했던 미니멀리즘이 온 듯합니다. 둘 다 기본 아이템에 충실한 ‘꾸안꾸’를 추구한 옷차림이지만 올드머니가 미국 상류층들의 패션이라는 정확한 컨셉을 가진데 비해 사실 90년대 미니멀 스타일링은 그 ‘맛’을 표현하는 게 그리 쉽지만은 않죠. 최소한의 아이템으로 최대한의 시크함을 표현해야 하니까요. 자칫 아무런 느낌 없는 평범한 룩이 될 수도 있어요. 자, 그래서 준비했습니다. 90년대 미니멀리즘 패션의 모든 것. 90년대 런웨이부터, 2024년 스트리트 룩까지 모두 다요.

90년대 미니멀리즘의 상징적인 디자이너

켈빈 클라인 1995 F/W
켈빈 클라인 1997 F/W

90년대 패션을 논하려면 먼저 그 시대에 어떤 옷들이 런웨이에 올랐는지부터 살펴봐야겠죠. 사실 우리가 90년대라 뭉뚱그려 얘기하는 미니멀리즘은 90년대 후반에 주로 등장합니다. 가장 대표적인 디자이너가 바로 뉴욕 미니멀리즘의 상징, 켈빈 클라인이죠. 단순한 라인들로 이뤄진 심플한 디자인의 하이 퀼리티의 옷들은 패션에서 가장 기본적인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상기시켜주었죠. 단순한 형태의 코트, 재킷, 스커트 등, 가장 심플한 디자인의 옷들은 실용적임과 동시에 미니멀리즘의 매력을 만천하에 알립니다.

프라다 1997 F/W
질 샌더 1998 F/W

뉴욕에 켈빈 클라인이 있다면 밀라노에는 질 샌더와 프라다가 있었습니다. 단순하지만 아주 미묘한 차이나 디테일로 자신들의 색을 표현했죠. 여러 겹의 스타일링이 아닌 단순하게 상, 하로 이뤄지거나 미니멀한 디자인의 드레스 혹은 코트 등이 런웨이를 채웠습니다.

90년대 슈퍼모델의 미니멀리즘 패션

1998
1994
1997

90년대 미니멀리즘의 아이콘으로 잘 알려지지 않은 슈퍼 모델이 있습니다. 케이트 모스, 나오미 캠벨과 어깨를 나란히 했던 크리스티 털링턴이에요. 그녀의 사복 패션을 보자면 절제된 디자인의 심플한 아이템들을 툭 그냥 걸쳐 준 느낌이죠. 셔츠, 스커트, 재킷 가장 기본적인 형태의 아이템들을 적절히 매치한 그 옷차림은 그야말로 모두가 바라는 한껏 힘을 뺀 시크한 무드의 미니멀 룩입니다.

1993

케이트 모스와 함께 컬렉션을 마치고 나온 그녀의 패션은 가장 자연스러운 90년대 스타일을 보여주고 있는 듯합니다.

미니멀리즘의 새로운 모델, 무스가드 자매

@amaliemoosgaard
@ceciliemoosgaard
@amaliemoosgaard

90년대 뉴욕의 미니멀과 동시대 북유럽 패션이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군요. 바로 코펜하겐에서 활동 중인 쌍둥이 모델이자 디자이너, 무스가드 자매가 그 연결고리입니다. 그녀들은 트렌드와 상관없이 늘 심플하고 미니멀한 옷차림을 고수하죠. 자매들의 단순하지만 감각적인 스타일링을 감상해보세요. 스커트를 하나 입어도 남다릅니다. (@ceciliemoosgaard) (@amaliemoosgaard)

얼마전 뉴욕 패션위크에 참석한 자매는 또 다시 인상적인 90년대 미니멀 스타일을 남겼습니다. 오버사이즈의 화이트 셔츠와 블랙 펜슬 스커트에 독특한 디자인의 로퍼를 신은 아말리, 그리고 심플한 라인의 블랙 코트에 일자 청바지를 입고 플랫 슈즈를 신은 세실리에. 마치 90년대 스트리트를 그대로 재현한 느낌이죠. (@despi_naka)

사진
Getty Images, Instagr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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