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적 아웃도어 스타일의 위대함, 24 FW 버버리 컬렉션

명수진

BURBERRY 2024 F/W 컬렉션

런던 패션위크의 명실상부한 헤드 라이너 버버리는 2주에 걸쳐 런던 동부의 빅토리아 파크에 축구장 크기의 8개 텐트를 설치하고 일일이 나열하기도 힘들 만큼의 각계각층의 VIP들 – 한국에서는 전지현, 손홍민, 탕웨이, 정유미가 참석했다 – 을 게스트로 초청한 뒤 런던 패션위크의 대미를 화려하게 장식했다. 2022년 10월, 브랜드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임명된 다니엘 리의 세 번째 버버리 컬렉션에 대한 관심과 기대는 여전히 뜨겁다.

베뉴는 영국적 전통과 자부심으로 가득했다. 에이미 와인하우스(Amy Winehouse)의 목소리를 샘플링한 사운드트랙과 함께 컬렉션이 시작했다. 오랫동안 버버리의 광고 모델이었던 브랜드의 앰버서더 아기네스 딘(Agyness Deyn)이 몇 년 만의 공백을 깨고 오프닝을 열었다. 이 밖에도 릴리 콜(Lily Cole), 카렌 엘슨(Karen Elson), 릴리 도날슨(Lily Donaldson), 에디 캠벨(Edie Campbell) 등 영국을 대표하는 모델들이 빠짐없이 캐스팅됐다. 다니엘 리는 ‘버버리의 대단하고도 힘든 점이 축구 팬부터 왕실에 이르기까지 영국의 모든 국민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라며 ‘하지만 모든 사람을 기쁘게 하려면 아무도 기쁘게 할 수 없다’고 소신을 밝혔다. 그래서 그가 신중하게 선택한 주제는 ‘아웃도어’. 확실히 영국에서 모든 사람들에게 가장 이야기를 꺼내기 좋은 주제는 날씨며, 영국에서 아웃도어 활동은 계급을 불문하고 가장 중립적인 영역임을 감안할 때 영민한 선택이었다.

런웨이는 잔디 재질로 덮어 두었고, 베뉴는 숲속 같은 아이비 향기를 가득 채웠다. 트렌치코트를 비롯해 더플코트, 필드 재킷 등의 아우터는 톤 다운된 그레이와 브라운 컬러 팔레트로 튀지 않지만 어느 때보다도 시크하게 선보였다. 오프닝에서 아기네스 딘이 입은 그레이 컬러의 트렌치코트는 지퍼 여밈을 더해 이번 시즌만의 특색을 더한 모습이었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소재는 영국과 아일랜드산 양모였다. 다니엘 리는 이번 시즌 컬렉션의 영감을 얻기 위해 버버리의 아카이브 컬렉션을 살펴보는 것은 물론 더 나아가 버버리의 직물에 대해 전통적인 방식을 취하기 위해서 로카론(Lochcarron)과 도네갈(Donegal)에 있는 버버리 공장을 살펴보았다. 투박하지만 멋스러운 체크 양모는 아우터의 라이닝으로 멋스럽게 레이어링 됐다.

으슬으슬 추운 영국 겨울의 야외 활동을 위해 보온성을 갖춘 포근한 아우터는 24 FW 컬렉션의 주요 아이템이었다. 울이나 가죽 코트에는 벌키한 페이크 퍼 디테일을 더해 보온성을 강화했고, 커다란 후드를 장착한 카키 브라운 컬러의 페이크 퍼 점퍼, 하이넥 칼라의 브라운 페이크 퍼 점퍼는 토글 단추를 장착하여 클래식한 매력을 더했다. 파카와 보머 재킷, 항공 점퍼 등도 다양하게 선보였다. 초대형 머플러가 따뜻한 느낌을 더하고, 바닥까지 끌리는 롱스커트는 아우터와 매치해 우아한 매력을 발산했다. 모델들은 변덕스러운 영국 날씨에 대비하는 듯 러그 솔을 장착한 웰링턴 부츠를 신고 접이식 우산을 마치 액세서리처럼 들었다. 멀티 지퍼 장식 카고 팬츠와 보풀이 일어난 것 같은 같은 청키 니트웨어, 스터드를 장식한 라이딩 레더 재킷은 영국 스트리트 문화로부터 비롯된 펑키한 분위기로 전개됐다. 한편, 브론즈 컬러의 벨벳 드레스, 레몬 컬러의 바이어스 컷 슬립 드레스, 핀 스트라이프 슈트는 이브닝 스타일까지 충분히 활용 가능한 아이템이었다.

전설적인 밴드 오아시스의 메인 보컬 리암 갤러거(Liam Gallagher)의 아들 레논 갤러거(Lennon Gallagher)가 후디 위에 빨간색 체크무늬 헤드피스와 블랙 재킷을 입고 런웨이 위에 섰다. 피날레에 다다르자 여전히 카리스마 넘치는 슈퍼모델 나오미 캠벨(Noami Campbell)이 이끼를 연상시키는 딥 그린 컬러의 스트랩리스 드레스를 입고 등장했다. 그렇다면 나오미 캠벨이 피날레를 양보한 모델은 대체 누구? 바로 디자이너 포비 파일로의 딸 마야 위그램(Maya Wigram)이다. 다니엘 리는 셀린 시절 포비 필로와 함께 여성복 디자이너로 일한 바 있어 친분을 통해 캐스팅이 가능했을 것으로 보이는데, 지금까지 외부로 거의 공개된 적 없는 포비 파일로의 딸이 피날레를 장식한 것은 상당한 화제거리였다.

지난 시즌에 선보였던 유머러스한 오리 모티프나 커다란 로고 벨트처럼 자극적인 요소들을 대폭 덜어냈지만 다니엘 리의 버버리 컬렉션은 초창기의 달뜬 분위기를 가라앉힌 채 훨씬 안정적으로 펼쳐졌고 호평을 받았다.

영상
Burberry

SNS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