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릴 틈 없는 오가닉의 매력, 24 FW 가브리엘라 허스트 컬렉션

GABRIELA HEARST 2024 F/W 컬렉션

청량한 화요일 아침. 브루클린의 어거 피시 빌딩(Agger Fish Building)에서 가브리엘라 허스트는 초청한 게스트에게 디핑 소스를 찍어 먹는 래디시와 마들렌, 치즈 플레이트를 대접했다. 3년 동안 맡았던 클로에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자리에서 물러나 다시 온전히 자신의 브랜드에 집중할 수 있게 된 가브리엘라 허스트의 컬렉션은 어땠을까? 결론부터 얘기하면 가브리엘라 허스트는 흔들림 없이 편안하게, 자신이 가장 잘하는 것에 집중했다.

레드 카펫이 깔린 런웨이 위로 터프한 무스탕 롱 코트가 오프닝을 열었다. 브라운 스웨이드로 만든 미니멀한 슬립 드레스와 독특한 주름과 볼륨감을 넣은 레더 벨티드 코트를 순서대로 선보이며 가브리엘라 허스트는 천연의 소재의 우아함을 설득했다. 지난달에 선보인 24년 FW 맨즈웨어와 마찬가지로, 가브리엘라 허스트는 초현실주의 화가인 레오노라 캐링턴(Leonora Carrington)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밝혔다. 특히, 가장 중요한 작품은 1939년 레오노라 캐링턴이 연인인 막스 에른스트(Max Ernst)를 그린 초상화였다. 인어공주 같은 꼬리가 있는 털 코트에 노란색 스트라이프 양말을 신고 있는 초현실주의 작품의 영감은 컬렉션을 통해 풍부한 텍스처로 표현됐다. 잘 정제되어 포근한 질감이 한 올 한 올 살아있는 캐시미어와 메리노 울 소재로 모던한 브이넥 베스트와 클래식한 코트를 선보였고, 이는 카멜, 그레이 등 차분한 얼스 컬러로 오가닉 하면서도 우아한 매력을 증폭시켰다! 한편으로는 초현실주의적인 위트를 더했는데, 예를 들면 클래식한 캐시미어 코트의 허리 부분에 코르셋 같은 디테일을 넣은 것이 대표적이다. 화이트 케이블 니트는 맥시한 드레스로, 래그 오브 머튼 소매의 드레스는 시스루 레이스 소재로 변주했고, 라운지웨어의 가운을 닮은 퀼팅 데님 코트도 시선을 사로잡은 아이템. 레드와 화이트 컬러의 바야바 드레스와 코트는 레오노라 캐링턴의 초상화를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모습이었다. 여성이 일상에서 입을 수 있는 다양한 슈트도 눈에 띄었다. 재킷은 클래식한 더블 버튼이나 모던한 비대칭 여밈 등으로 다양하게 선보였고, 팬츠는 스트레이트 핏에 카고 디테일을 더해 매니시한 분위기를 냈다. 가죽 소재는 특별히 더 공을 들인 티가 났다. 부드러운 나파 가죽에 핸드메이드로 주름을 잡았고, 실크 대신 스웨이드로 만든 슬립 드레스와 블랙 나파 이브닝드레스는 실크보다 더 부드럽게 만들어졌다.

천연 소재를 지속 가능한 방법으로 발굴하고 사용하는 가브리엘라 허스트의 자신감이 어느 때보다 강하게 느껴졌다. 빨간 볼캡을 쓰고 나와 특유의 에너지 넘치는 피날레를 선보인 가브리엘라 허스트가 오가닉한 컬렉션에 명랑한 마침표를 찍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