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위기에 치이는 손석구가 돌아온다

우영현

손석구는 캐릭터 부자

<살인자ㅇ난감>

“캐릭터가 곧 장르다”. 이창희 감독은 자신의 신작을 이렇게 소개했습니다. 2월 9일 공개되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살인자ㅇ난감> 연출을 맡았는데요. 원작 웹툰의 꿀잼, 손석구와 최우식의 뭉침으로 일찌감치 환호를 불러 일으켰죠. 우연한 살인으로 악인 감별 능력을 각성한 남자 ‘이탕’을 최우식이, 그를 지독하게 쫓는 형사 ‘장난감’을 손석구가 연기했고요. 투 톱 배우의 시너지를 일으킨 이창희 감독은 “살인자 이탕이 판타지라면, 형사 장난감은 추리극”이라고 관전 포인트를 강조했습니다.

<마더>

끔찍한 아동학대범 ‘설악’은 무서운 침묵 같았습니다. 역할의 비중과 관계없이 극의 긴장감과 개연성을 고조시켰죠. 누구일까? 손석구는 요동을 일으킬 것 같은 표정으로 이렇게 눈도장을 찍었습니다. 캐릭터의 설득력을 유지하는 탄탄한 기본기에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확고한 분위기까지.

<최고의 이혼>

‘이장현’은 어떤 남자라고 딱 잘라서 말하기 애매합니다. 천진한 면도 있고, 안쓰럽기도 한데 동시에 바람을 피우는 나쁜 놈이기도 하거든요. 그 와중에 묘한 매력도 자아냅니다. 인터뷰에서 손석구가 정의한 그는 “나만의 답을 찾는 남자”. 이때부터 특유의 공허한 표정이 그가 지닌 마력임을 직감했습니다.

<멜로가 체질>

일상 연기에서도 손석구는 도드라집니다. CF 감독 ‘상수’는 진저리나는 까칠함과 싫지 않은 능청스러움과 의외의 다정함을 오가며 인간미를 은근하게 흘렸는데요. 그 종착점은 사랑스러움. 보고 있으면 입꼬리가 올라가 있습니다. 손석구에 홀짝 빠졌다면, 비중은 크지 않지만 당장 챙겨야 할 작품 일순위.

<범죄도시2>

체지방률 제로처럼 온기와 멜랑콜리를 쫙 뺀 손석구는 이렇게나 달라졌습니다. 단단한 육체, 툭툭 삐져나오는 같날 눈빛, 씩씩거리며 내뿜는 저돌적인 에너지로 ‘한국 영화 빌런 모음.zip’에서 빼놓을 수 없는 ‘강해상’을 완성했죠. 물리적인 변신도 새삼스럽지만 얼굴의 큰 진폭이 희열을 일으킵니다.

<카지노>

‘오승훈’은 두둑한 수사 경험이나 히어로 기질과는 거리가 먼 경찰입니다. 허허실실 정체와 실력을 감췄구나 싶었지만, 그것도 아니었죠. “평범한 공무원이 진정한 경찰이 되는 과정”. 손석구의 그림은 이랬고, 오승훈은 점점 각성합니다. 뚱한 표정에 감도는 맹수 같은 눈빛. 손석구의 느낌도 확 달라졌습니다.

<나의 해방일지>

‘구씨’는 상대를 물끄러미 응시할 뿐인데 몇 개의 말풍선보다 감정이 더 농밀하게 느껴졌죠. 나른하게, 연하게, 묵직하게, 진하게. 많은 장면에서 침묵과 여백이 되어, 상황에 따라 정서의 농도를 조절하는 손석구는 노련했고, 많은 이가 반할 만큼 매력적이었습니다. 불가항력이라는 말이 손석구의 이름 앞에 쓰였습니다.

사진
Netflix, tvN, JTBC,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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