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or 2024 F/W 컬렉션
파리 맨즈 패션위크의 셋째 날, 디올 맨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킴 존스는 디올 남성 컬렉션 최초의 오트 쿠튀르를 선보였다. 영감을 준 것은 러시아 출신의 발레리노이자 스타일 아이콘이었던 루돌프 누레예프(Rudolf Nureyev). 킴 존스는 1995년 크리스티 경매를 위해 발간한 루돌프 누레예프 카탈로그를 분석하거나 그가 실제로 즐겨 입었던 기모노, 카프탄, 숄을 수집했고, 디올 하우스가 쌓아 올린 아름다운 테일러링과 디테일을 과감하게 적용하여 성별을 초월한 아름다움의 정수를 보여줬다.
디올 맨은 우선 40벌의 레디 투 웨어 컬렉션으로 시작했다. 디올의 상징적 아이템인 오블리크 슈트(Oblique suit)를 비롯해 클래식한 울 재킷과 아우터, 아방가르드 한 소매를 벨트처럼 덧댄 로브 코트, 지퍼 장식 점프슈트, 가죽 소재의 사파리 재킷, 컬러 블록 패턴의 니트 톱 등 뮤트 컬러의 미니멀한 스타일을 선보였다. 킴 존스는 흥미로운 액세서리로 스타일링에 힘을 쏟았다. 앞코가 둥근 발레 샌들, 메리제인에 디올의 카보숑 스티치를 더하거나 B33 스니커즈 밑창을 적용하고, 컬러풀한 양말과 믹스 매치하여 연약함과 강인함이 공존하는 발레리노의 매력을 묘사했다. 모자 디자이너 스테판 존스와 콜라보로 제작한 실크 저지와 벨벳 터번은 무용수의 영감을 직관적으로 보여줬다. 한편, 가방은 일상적인 아이템도 눈길을 끌었다. 실용적인 백팩, 벨트 색, 카메라 백에 매크로까나쥬(Macrocannage) 스티치를 넣어 디올 다운 화려함을 더했고, 오블리크(Oblique) 패턴을 넣은 새들 백도 선보였다. 심플한 악어가죽 토트백을 두 개 이상 레이어링 해서 스타일링하기도!
40벌의 레디 투 웨어 컬렉션에 이어 바로 20벌의 오트 쿠튀르 컬렉션을 선보였다. 41번째 룩이었던 기모노는 루돌프 누레예프가 소장했던 기모노를 기반으로 제작한 것으로 일본 교토에 있는 기모노 공방에서 10명의 장인이 무려 3개월을 투자하여 완성했다는 후문이다. 허리에 크리스털을 장식한 그레이 재킷과 코트는 디올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였던 마크 보앙이 1962년에 선보인 재킷에서 영감을 받은 것. 밤 하늘의 별처럼 진주와 크리스털을 빼곡하게 장식한 51번 룩은 루돌프 누레예프의 파트너였던 발레리나 마고 폰테인(Margot Fonteyn)이 디올에 개인적으로 주문한 1950년의 ‘드뷔시’ 가운에서 영감을 받은 것이다. 이 밖에도 캐주얼한 데님 재킷에는 화려함의 극치인 다이아몬드 초커를 매치했고, 그레이 컬러의 케이프는 디올의 시그니처인 투알 드 주이(toile de Jouy) 실버 자수를 한 땀 한 땀 놓았다. 디올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였던 존 갈리아노가 2005년 오트 쿠튀르에서 선보인 가운을 오마주 하여 만든 케이프는 디올 아틀리에 장인들이 총 2350시간 동안 완성한 대작! 이처럼 한계를 두지 않고 제작한 오트 쿠튀르답게 컬렉션의 최고가 제품은 약 20만 유로(2억 1천만원)에 달한다.
피날레에서는 루돌프 누레예프가 공연했던 <로미오와 줄리엣(Romeo and Juliet)> 작품의 <기사들의 춤(Dance of the Knights)>의 음악이 울려 퍼지는 가운데 원형의 무대에 모델들이 둥글게 서고 중앙에 있는 20벌의 오트 쿠튀르 컬렉션 무대가 위로 치솟아 회전하는 장관을 연출했다. 아틀리에나 쇼룸에서 소규모로 여는 컬렉션이 점점 많아지고 있는 추세라 근래 보기 드문 스케일이었다. 디올 맨 최초의 오트 쿠튀르는 이처럼 거대한 스케일로 디올의 위상과 존재감을 다시 한번 각인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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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ourtesy of Dio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