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성을 다시 정의하다, 24 FW 발렌티노

명수진

Valentino 2024 F/W 컬렉션

지난 시즌, 3년 만에 맨즈 컬렉션으로 복귀한 발렌티노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피엘파올로 피치올리는 복귀 후 두 번째 시즌을 이어갔다. 컬렉션은 파리 조폐국 본사인 모네 드 파리(Monnaie de Paris)에서 열렸다.

피엘파올로 피치올리는 ‘남성성’을 새롭게 정의하고 남성에게 새로운 우아함과 부드러움을 선물하고 싶었다고 한다. 컬렉션의 테마로 하늘을 뜻하는 ‘르 시엘(Le Ciel)’을 선택한 이유도 역시 일반적으로 남성적이라고 여기는 블루 컬러를 새롭게 해석하고자 하는 시도였다. 언뜻 크로마키를 연상케하는 새로운 블루 컬러는 모네 드 파리 내부의 문과 관객을 위한 좌석에 채색되었고 폴로셔츠, 더플코트, 백 등의 아이템에도 적용됐다. 하지만 새로운 블루 컬러는 생각만큼 컬렉션 전반을 지배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블랙과 잉크 블루 컬러가 가장 많이 사용되었고, 발렌티노를 상징하는 레드를 비롯해 핑크, 오렌지, 라일락도 거의 동일한 비중으로 발견됐다.

컬렉션은 편안한 오버사이즈가 돋보였다. 단추를 생략하고 카디건처럼 간편하게 걸칠 수 있는 재킷과 40년대 남성복 실루엣을 차용한 발목 기장의 루스한 팬츠가 릴랙스 한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넓어진 바지통만큼 라펠도 넓어지고, 주머니 디테일도 커졌다! 남성들이 좋아하는 캐주얼한 집업 후드가 다채롭게 선보였고, 남자들이 평소 그렇게 자주 입는 것처럼 재킷과 코트에 믹스 매치됐다. 이 밖에도 스웨트 톱이나 테크니컬 한 소재의 점프 슈트, 클래식한 치노 팬츠 등 남성들이 마음 편히 선택할 수 있는 아이템이 눈길을 끌었다.

그러니까, 전통적인 남성성이 오히려 강화된 것 같은 분위기는 아이러니하게도 발렌티노의 여성복의 노하우를 적용했기 때문이다. 여성복 테크닉을 남성복에 적용하여 일반적으로 테일러링에 적용되는 엄격한 심지나 포켓 등을 과감히 생략한 것! 슈트 안감은 단단한 실루엣을 만드는 심지 대신 부드러운 시폰을 사용해 한결 부드러워졌고, 어깨 라인도 둥그스름해졌다. 발렌티노의 알토릴리에보(altorilievo) 기법을 적용하여 차콜 그레이 컬러 코트의 가슴과 등에 대리석 몰딩 같은 근사한 조각을 넣었고, 화려한 테슬이 시선을 끄는 코트와 풍부한 질감의 아스트라칸 재킷, 미러볼처럼 반짝이는 셔킷과 폴로셔츠 등도 남성복을 새롭게 해석한 결과물!

영상
Courtesy of Valenti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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