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모시 샬라메, 춤추고 노래하라

우영현

티모시 샬라메의 음악 좌표

가창력 대방출

과연 티모시 샬라메의 초콜릿 매직입니다. 해외에서 먼저 개봉한 영화 <웡카>가 파죽지세 흥행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윌리 웡카’가 난관을 헤치고 세계 최고의 초콜릿 메이커로 거듭나는 달콤한 여정에서 티모시 샬라메는 동화적 상상력을 추진력 삼아 ‘흥부자’ 면모를 쏘아 올립니다. 명랑하게 춤추고 심지어 목청을 뽐내며 노래하는데요. ‘만능 엔터테이너’에 대한 예시를 그에게서 발견하게 됩니다. <웡카>의 국내 개봉은 1월 31일. OST 중 그의 솔로곡 ‘Pure Imagination’을 먼저 들어보세요. 귀 기울여보면 티모시 샬라메의 음색은 복합적입니다. 내내 보드랍고 달달하기보다 다크 초콜릿처럼 씁쓸한 풍미도 느껴질 거예요. 그런 그가 ‘노래하는 음유시인’ 밥 딜런을 연기한다고 하죠. 두터운 신뢰가 쌓입니다.

티모시 샬라메는 랩도 잘해

영화 <웡카>의 개봉에 앞서 티모시 샬라메는 미국의 인기 예능 프로그램 ‘SNL(Saturday Night Live)’에 등판했습니다. 2020년 출연에 이어 두 번째 무대. 그래서인지 티모시 샬라메는 오프닝 모놀로그에서부터 여유로운 자신감을 풍겼습니다. 능글맞게 노래로 <웡카>와 <듄: 파트2> 홍보를 풀어놓았는데요. 백미는 본인을 비롯해 전 세계의 동안들에게 헌정한 랩이 아닐까 해요. SNL 크루와 “Baby Face”를 외치며 랩을 하는데 은근히 중독적입니다. “Baby Face”가 계속 맴돌거든요. 빼거나 쑥스러운 기색 없이 즐거워하는 표정에선 그가 왜 소문난 힙합 러버인지 격렬히 공감하게 됩니다.

피아노까지 치면 반칙

영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은 티모시 샬라메를 소개할 때 빼먹으면 안 될 작품이죠.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을 통해 많은 이들이 그의 이름을 정말 달고 닳도록 부르기 시작했어요. 이 로맨스 영화의 주인공 엘리오는 피아노 편곡과 책에 빠져 사는 열일곱 소년입니다. 자연스럽게 티모시 샬라메가 피아노를 연주하는 장면들이 나오는데요. 또 다른 주인공 올리버와 바흐의 곡 연주를 두고 언쟁을 벌이는 장면이 특히 인상적입니다. 선율에 하늘거리는 티모시 샬라메의 늘씬한 실루엣도 시선을 붙잡지만, 그보다는 편곡에 따라 척척 바뀌는 그의 표정 연기가 매력적이거든요. 아니, 마력적입니다. 피아노까지 잘 치면 반칙 아닌가요.

진정한 힙합 꾸러기

티모시 샬라메와 랩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운명적 키워드입니다. 그가 공공연하게 힙합에 대한 팬심을 드러낸데다, 학창 시절의 랩 영상이 일파만파 퍼졌거든요. 사연은 이렇습니다. 통계학 수업에서 과제 대신 ‘Statistics(통계)’라는 제목의 랩 영상을 제출한 것인데요. ‘힙합 꾸러기’ 티모시 샬라메가 스스로를 ‘통계학적 기적, 통계학적 보석’이라고 랩을 하는 거만한 태도마저 귀엽게 느껴집니다. 그리고 선생님 이름을 반복해 부르며 자신의 최애 선생님이라고, 아부도 잊지 않죠. 당시 티모시 샬라메의 랩네임은 ‘릴 티미 팀(Lil Timmy Tim)’. 해외 토크쇼와 인터뷰에선 이 영상이 빠지지 않고 언급되는데요. 그걸 동료 배우들과 보는 티모시 샬라메의 리액션도 볼만합니다.

분위기+음색 깡패

영화 <레이니 데이 인 뉴욕>은 티모시 샬라메의 태생적 매력이 차고 넘칩니다. 낭만이라면 죽고 못 사는 뉴요커로 등장하는데요. 여자친구와의 데이트 계획이 무산된 주인공이 오랜만에 돌아온 뉴욕 곳곳을 누비는 것이 대략적인 줄거리. 그러는 동안 자유분방한 매력과 예술적 감성을 철철 흘리고 다니죠. 사실 영화 내용을 진즉 까먹었어도 티모시 샬라메가 피아노를 치며 쳇 베이커의 재즈곡 ‘Everything Happens To Me’를 노래하는 장면은 정말로 근사해 잊기가 어렵습니다. 그 안에 흐르는 소리, 분위기, 색감이란. 구겨진 셔츠 같은 멜랑콜리함과 섹시함으로 충만합니다. 속절 없이 누구나 마음 가는 장면이죠. 티모시 샬라메는 ‘분위기 깡패’인 줄 알았는데 ‘음색 깡패’도 맞습니다.

사진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소니 픽쳐스, 그린나래미디어, @tchalamet, @nbcsn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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