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을 혼자서 보내는 영화적 이유 5

우영현

연말이 뭐 별거라고

연말 시즌은 1년 중 최고로 흥겹고 요란하게 보내야 한다고 누가 정하기라도 했나요? 파티와 별난 계획 없이 종일 집에 있으면 안 되나요? 내내 들뜨고 시끌벅적한 연말 분위기에 지칠 수도 있잖아요. 혼자여도 즐겁고, 담담하게 보내는 연말이 이해되지 않는다면 아래 영화들을 한번 보세요. 생각이 좀 바뀔 거예요. 그게 아니더라도, 너무 재미있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겠죠?

완벽한 타인

어린 시절부터 지내 온 중년의 친구 부부들이 모여 게임을 진행합니다. 테이블에 각자의 휴대폰을 올려놓고 걸려오는 통화부터 메시지와 메일을 모두 공유하기로 한 것인데요. 태연하게 시작된 진실 게임은 절친들도 몰랐던 비밀과 본모습을 하나둘 까발리는 식은땀 나고 눈치 굴리는 스릴러로 돌변합니다. 여럿이 모이는 모임은 언제라도 지뢰밭이 될 수 있음을, 그 당연한 사실을 일깨워주는 수작입니다.

더 행오버

결혼을 앞둔 친구의 총각 파티에 참석한 네 친구가 과음으로 인해 필름이 끊기고 밤새 일어난 소동을 그린 코미디입니다. 눈을 뜨자 비싼 스위트룸은 엉망진창, 신랑이 실종된 와중에 호텔 방의 화장실에선 호랑이가 으르렁대고 무슨 영문인지 경찰차를 훔친 상태. 당사자에겐 비극, 나만 아니면 포복절도하게 만드는 광란의 상황들이 샴페인처럼 팡팡 터지는데요. 한마디로 ‘술이 웬수야, 웬수’.

솔드 아웃

수완 좋은 사업가 하워드는 일에 쫓겨 가족에겐 빵점 아빠입니다. 크리스마스를 코앞에 두고 아들에게 인기 장난감 ‘터보맨’을 선물로 사주기로 한 약속을 뒤늦게 기억해 내는데요. ‘품절 대란템’ 장난감을 구하기 위한 아빠의 눈물 겨운 노력이 시작됩니다. 장난감 쟁탈전에 뛰어든 아놀드 슈왈제네거의 코믹 연기가 발군이긴 한데, 연말 선물 고민에 시달린 기억이 있다면 재미보다 동정심이 더 느껴질 수도 있겠네요.

새벽의 황당한 저주

여자친구에게 차인 숀은 괴로운 마음에 절친과 술을 마시다 잠에 곯아 떨어집니다. 비몽사몽 자고 일어나 보니, 세상이 망했습니다. 정체불명의 바이러스가 퍼져 하루아침에 좀비로 뒤덮인 것이죠. 여자친구를 구하려는 주인공 일행이 좀비 영화의 클리셰들을 패러디하며 좀비들을 해치우는 장면이 무지막지하게 웃깁니다. 그래서 하고 싶은 얘기는 “이불 밖은 위험해”. 자느라고 주인공은 좀비가 되지 않거든요.

나 홀로 집에

크리스마스 캐럴 같은 영화로 말썽꾸러기 캐빈이 한바탕 소동 끝에 가족의 소중함을 깨닫는 내용이죠. 동시에 영화는 혼자서도 행복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늦잠을 잔 캐빈을 까맣게 잊은 ­­­채 가족들은 휴가를 떠나고, 집에 남은 캐빈은 혼자 놀고먹고 실컷 즐기며 위시 리스트를 하나씩 지우는데요. 행복해하는 캐빈의 얼굴이 집에 침입한 도둑들에 기발하게 맞서는 클라이맥스보다 여전히 기억에 남습니다.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웨이브, 유니버설 픽쳐스,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SNS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