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로 옆에 판타지 옆에 코믹 액션
세작, 매혹된 자들
제목에 쓰인 ‘세작’이란 단어가 낯설게 느껴질 수 있는데요. 신분을 감추고 기밀이나 정세를 몰래 캐내는 사람을 지칭한다고 해요. 1월 tvN에서 첫 방송 예정인 드라마 <세작, 매혹된 자들>은 바로 그 세작과 왕이 아슬아슬하게 서로가 서로를 당기고 이끌리는 멜로 사극입니다. 영화 <관상>, <역린>, 드라마 <녹두꽃> 등 사극에서도 쨍하게 존재감을 내뿜었던 조정석이 임금 ‘이인’ 역을 맡았고, 복수를 위해 신분을 감추고 왕에게 접근하는 세작 ‘강희수’를 신세경이 연기해요. 마냥 아름다운 멜로가 아닌 게 불 보듯 훤합니다.
특히 신세경이 남장여인 캐릭터에 도전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름 모를 내기 바둑꾼으로 위장해 왕의 관심을 산다고 해요. 이 대목에서 <더 글로리>의 바둑 대국 장면이 떠오르는데요. 복수가 인생의 전부였던 문동은(송혜교)이 흑백의 돌로 하도영의 마음을 훔치죠. 이때의 대사를 빌리자면, <세작, 매혹된 자들>은 “침묵 속에서 맹렬하게” 남의 마음을 부수면서 서서히 스며드는 과정이 얼마나 매혹적으로 그려질지가 흥행 요소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리고 왕과 세작이 두는 대국의 승자는 어느 쪽일까요?
환상연가
최근 넷플릭스가 시즌2 제작을 공표한 드라마 <약한영웅>이 이룬 성취 중 하나는 ‘박지훈의 재발견’이었습니다. 주인공으로 낙점된 박지훈은 괄목할 만한 연기로 거의 모든 예상을 압도하다시피 했어요. 그러면서 다음 작품이 기대되고 기다려지는 배우로 도약했죠. 이런 점에서 1월 2일 첫 방송을 앞둔 KBS 드라마 <환상연가>에 대한 관심이 상당할 수밖에 없습니다. 박지훈이 주연을 맡은 <환상연가>는 상반된 두 인격을 가진 남자와 그를 사랑한 여자의 이야기를 골자로 한 판타지 사극인데요. 남자는 왕실의 황태자이며, 그와 얽힌 여자가 자객이라는 설정이 꽤 흥미롭습니다.
왕의 목숨을 노렸던 자객이 모종의 계략으로 인해 자신도 모르게 황태자의 후궁이 된다고 하는데요. 박지훈이 연기하는 황태자는 신분을 숨기고 저잣거리 의상실에서 일하는 사조현, 퇴폐미가 펄떡거리지만 스킨십을 하면 고통을 느끼는 악희라는 두 인격을 지니고 있습니다. 사랑에 대한 가치관도 완전히 다르고요. “너 따위에 지지 않을 것이다”, “다 내가 가질 거다”라는 예고편 속 대사에서 빛과 어둠처럼 상반된 두 인격이 한 여자를 두고 벌이는 치열한 내면의 전쟁이 예상됩니다. 말하자면 박지훈의 연기를 보는 재미가 남다를 거예요.
밤에 피는 꽃
MBC 드라마 <밤에 피는 꽃>의 예고편을 보자마자 이하늬가 맞춤옷 같은 역할을 만났다는 기분 좋은 예감이 들었어요. 과부는 담 밖을 나가면 안 되었던 시절, 이하늬는 그러거나 말거나 담을 넘나드는 수절과부 ‘조여화’ 역을 맡아 멋지게 활개를 치거든요. 그녀의 정체는 낮과 밤이 다른 복면 과부. 낮에는 사대부 최고 가문의 며느리이자 열녀, 밤에는 담을 넘어 도움이 필요한 자들을 보살피는 히어로가 되어 은밀하고 스릴 넘치는 이중생활을 벌인다고 합니다.
드라마 <열혈사제>, <원 더 우먼>에서 빵빵 터지는 코믹 연기와 사이다 같은 통쾌한 카타르시스를 선사했던 이하늬표 매력이 사극으로 무대를 옮긴 셈인데요. 전작들의 성공을 이끈 이하늬의 내공을 떠올리면 <밤에 피는 꽃>도 오케이, 그런 믿음이 들게 됩니다. 어쩌면 이하늬의, 이하늬에 의한, 이하늬를 위한 작품이 되려나요? 설레발 같지만, 흥미로운 캐릭터 설정상 <밤에 피는 꽃>이 흥행에 성공한다면 시즌제도 가능할 것 같네요. 1월 12일 첫 방송됩니다.
- 사진
- tvN, 몬스터유니온, MB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