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즈만의 길

김민지

우즈는 거침없이 달린다

우즈는 거침없이 달린다. 10월 말, 서울을 시작으로 전 세계 주요 도시를 순회하는 월드투어에 나선 우즈는 지금 변화의 한가운데 서 있다고 말했다. 비로소 자신이 어떤 취향의, 보폭의, 색깔의 사람인지 명징하게 알게 됐다는 그는 더는 주저할 것도, 두려워할 것도 없다고 전한다.

데님 크롭트 셔츠, 십자가 네크리스, 이어링은 모두 셀린느 제품.

날이 찬데 반소매 의상을 입었네요. 왼쪽 팔뚝에 새긴 ‘1966’, 오른쪽 팔뚝에 새긴 ‘1971’ 문신이 눈에 선명하게 들어와요. 언제 새긴 타투예요?
제가 스물한 살 때 아버지가 돌아가셨어요. 그해부터 하게 됐어요. 아버지가 생전에 ‘아들이랑 같은 타투를 하고 싶다’고 하셨는데 그러지 못하고 돌아가셨거든요. 약속을 혼자서라도 지키고 싶었어요. 1966, 1971은 각각 아버지와 어머니가 태어나신 연도예요.

10월 말, 월드투어의 첫 시작을 알리는 서울 콘서트에서 ‘Amnesia’라는 곡을 처음 선보여 화제가 됐죠. 어떻게 만든 곡인가요?
기억 상실이란 의미를 제목에 담았어요. 사실 제가 술을 좀 좋아하는데요(웃음). 성인이 되고 한두 잔 술을 마시다 보니 필름이 끊기는 경우가 종종 있더라고요. 내가 뭐가 그렇게 힘들고 어디에서 그렇게 도피하고 싶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곡을 쓰면서 내 안의 우울감, 그리고 지친 모습을 마주 할 수 있었어요. ‘Amnesia’를 쓰면서 곡 작업을 하는 새로운 방법론도 찾아서 더 의미가 있었고요. 바쁘다는 핑계로 외면해온 내 안의 고민을 심도 있게 바라보고 정리해서 어떻게든 음악으로 풀어낸 거죠. 음악을 대하는 태도 자체가 많이 달라졌어요. 그전에는 ‘이런 스타일의 멋있는 노래를 써야지’ 정도로 작업에 임했죠. 무엇을 표현할지를 정하지 않고 ‘포장지’를 먼저 선택하는 것이 바보 같은 짓이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앨범마다 솔직해지고 싶다고 얘기하면서도 실은 ‘이렇게 보이고 싶다’는 게 많은 사람이었던 거죠. 이제 진짜 솔직하게 곡을 쓴다는 게 무엇인지 조금씩 알아가는 것 같아요. 처음 시작하는 ‘뿌리’를 좀 무겁게 다져놓고 시작하자는 마음이 요즘 커요.

보통 음악 작업은 어떤 식으로 진행해요?
곡마다 되게 달라요. 사실 저는 도태되거나 지루해지거나 비슷해지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자주 방식을 바꾸려고 애쓰는 편이에요. 비슷한 게 반복된다 싶으면 다 갈아엎고 장소를 옮기기도 하죠. 예를 들어 거실로 장비를 다 가지고 나온다든지 사람들과 여행을 가서 작업한다든지 해요. 보통은 기타 치는 친구, 프로듀서, 저까지 셋이서 공동 작업을 하는데 친구가 갑자기 옆에서 기타를 치다 좋은 라인이 나오면 ‘그걸 리프로 깔고 시작해보자’는 식이 될 때도 있고, 드럼 리듬이 출발점이 될 때도 있어요. 다양한 방식으로 열어두는 편이에요. ‘이 노래가 이렇게 잘 됐으니 이렇게만 가보자’는 그런 성격은 좀 아니라서. 요즘은 같이 곡 쓰는 친구들과 먼저 한두 시간 얘기를 해요. ‘나 요즘 이렇다’ 같은 이야기를 하다가 자연스레 ‘드럼 리듬 한번 찍어볼까?’, ‘이 정도 BPM이었으면 좋겠어’ 하는 식으로요. 저희끼리 쓰는 말 중에 ‘뉴런 공유’가 있어요. ‘이런 느낌이야’ 하고 누군가 건네면 다들 찰떡같이 알아듣죠.

이번 콘서트에서 직접 기타를 메고 등장했잖아요. 기타 친 지는 얼마나 됐어요?
원래 제가 가장 좋아하는 악기가 기타였어요. 그런데 사실 배운 지는 겨우 2개월밖에 안 됐고요. 그간 늘 제 목소리나 춤이 표현 수단의 중심이었는데 좀 다른 것을 이용해서 소리를 내고 음악을 한다는 게 요즘 참 재밌어요. 못 보던 저의 모습을 바라보는 느낌이랄까요.

검정 스커트는 에곤랩, 스팽글 레깅스는 웰던, 퍼 트루퍼 햇은 버버리, 벨트는 앤 드뮐미스터 제품.

두 달밖에 안 된 폼이 아니던데요? 처음 악기를 배우기 시작할 때는 커버곡을 많이 시도해보잖아요. 특히 좋아하는 곡이 있나요?
해리 스타일스의 ‘Kiwi’, 메탈리카의 ‘Enter Sandman’, 존 메이어의 ‘Slow Dancing in a Burning Room’, 모네스킨의 ‘The Loneliest’ 같은 곡들요.

레퍼토리가 다채롭네요. 기타를 1~2년 더 치고 실력이 늘었을 때 도전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요?
무대가 제일 크죠. 무대에서 기타를 최대한 활용해보는 게 제가 기타를 치고 싶은 이유였으니까요. 콘서트 투어가 끝나고 쉬는 기간에 공연을 정말 많이 보러 다녔어요. 포스트 말론, 브루노 마스, 해리 스타일스···. 다들 악기를 다루는 모습이 저마다 멋져 보였어요. 지금 단계에선 존 메이어가 제일 좋아요. 기타는 펜더 텔레캐스터를 가지고 있었고, 최근에 깁슨 파이어버드를 샀어요. 그걸 무대에 메고 나갔죠.

펜더는 스트래토캐스터, 깁슨은 레스폴이 더 일반적인 모델인데 약간 비틀어가는 걸 좋아하나 봐요.
다들 마이클 잭슨 좋다고 할 때 전 프린스가 더 좋았어요. 만화를 봐도 주인공보다 조연을 더 좋아했고요(웃음).

한때 아이돌도 지망했고, Mnet <쇼미더머니 5>에 나가기도 했잖아요. 그런데 요즘 하는 음악이나 무대 매너를 보면 ‘이 사람은 그냥 로커다’ 하는 느낌이 들거든요.
사실 연습생 생활 당시엔 마니악한 음악보다는 대중적인 음악 위주로 접할 수밖에 없었어요. 그때 음악계 흐름상 힙합이나 R&B가 잘 되고 있었고요. 저도 한때 거기에 빠져 살았지만 언젠가부터 제 음악을 하면서 취향이 형성되기 시작한 거죠. 리얼 사운드를 좋아했고 연주자가 있는 록 베이스의 음악을 즐겨 듣고 부르는 저를 발견했어요. 어려서부터 들은 자우림, YB의 음악이 생각보다 제 깊숙이 자리하고 있었죠. ‘아, 나는 록 키드였구나’ 하는 자각이 생겨난 거예요.

록과 우즈의 공통점은 뭔가요. 성격적으로 닮은 건가요?
거침없다, 이 부분이 통하는 것 같아요. 제 큰 장점이 강한 실행력이거든요. 뭔가 해야겠다 싶으면 무조건 하는 편이에요. 록도 거침없는 느낌이 강하잖아요. 매사 즐거운 태도로 임하고 상처 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성향이에요.

버클 장식 톱은 찰스 제프리 러버보이 by 엠프티, 데님 팬츠는 루단 by 엠프티, 타탄체크 스커트는 지방시 제품, 벨트, 레더 브레이슬릿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그런 성향은 선천적인가요, 후천적인 건가요?
원래 좀 거침없고 긍정적인 편이긴 해요. 혼자 브라질 유학을 간 것도 그래서고요.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브라질의 SC 코린치앙스 파울리스타 유소년팀에서 주전 공격수로 축구 유학 생활을 했다고 들었어요. 어린 나이에 어떻게 그런 생각을 했어요?
축구를 하고 싶고 배우고 싶은데, 어머니가 한국에서는 운동하는 것을 좀 반대하셨어요. 할 거면 차라리 유학을 가는 게 좋겠다고 하셨는데, 그래서 초등학교 졸업을 앞두고 제가 직접 유학원을 알아보고 환율을 조사해서 어머니 앞에서 거의 프레젠테이션을 했어요. 그렇게 ‘투자’를 받아낸거죠. 브라질의 산투스에서 1년, 페나폴리스에서 1년 생활했어요.

브라질에서의 2년이 우즈의 삶에 뭘 남겼나요?
페나폴리스는 공기가 너무 좋아서 새벽하늘을 올려다보면 검은색 바탕보다 별이 더 많을 정도였어요. 은하수를 보던 기억이 너무 행복하게 남아 있어요.

축구 포지션은 뭐였어요?
윙요. 요즘도 종종 친한 사람들과 일요일마다 축구를 하는데 윙 포지션으로 뛰고 있어요. 운동을 좋아해서 킥복싱, MMA, 헬스, 배드민턴, 볼링, 골프까지 닥치는 대로 해요.

컷아웃 톱은 오토링거, 커다란 팬츠는 루단 by 엠프티, 안에 입은 브리프는 셀린느 제품.

운동이든 음악이든 무엇 하나 진심이지 않은게 없네요.
성향 탓인 것 같아요. 끊임없이 좋아하는 거를 찾으려고 노력을 좀 많이 하는 것 같아요. 요즘에는 재즈를 굉장히 즐겨 들어요. 쳇베이커, 엘라 피츠제럴드의 노래를 들으면서 전에는 들리지 않았던 감정이나 여러 가지를 느껴요. 예술은 정답이 있는 게 아니라는 것, 열린 생각으로 들으면 다양한 감정과 메시지를 전해준다는 사실이 여전히 흥미로워요. 아직도 음악이 궁금하고 음악가를 끝없이 동경해요.

롤모델과 같은 음악가는 누구인가요?
롤모델 삼은 인물을 만들면 제가 괴로워질 것 같아서, 롤모델은 없어요. 그래도 정말 좋아하는 아티스트를 꼽자면 퍼렐 윌리엄스요. 음악적으로도 대단하지만 패션 디자인부터 호텔 인테리어까지 두루두루 잘하는 게 멋져 보여요.

4월에 발매한 미니 5집 <OO-LI> 에 ‘Who Knows’란 곡이 있죠. ‘내가 축구선수였다고 누가 상상이나 하겠어’란 메시지를 던지며 추후 또 무엇에 도전할지 자신도 모르겠다는 뉘앙스를 풍겨요. 축구, 음악, 그다음의 우즈가 할 법한 일은 뭐가 있을까요?
아직은 아니지만 그래도 유력한 건 패션 쪽이 아닐까 생각해요. 하지만 그건 새로운 사업에 대한 성패에 대해 신경 쓰지 않아도 될 만큼 돈이 생긴 다음에 생각해볼 일인 거 같아요. 일단 음악에서 제일 멋진 위치로 가고 나서 나중에. 지금 감사하게도 많은 분이 좋아해주고 계시지만 더 많은 사람이 저에게 매료돼서 공연장 규모가 점점 커지고 성장하는 모습을 더 많이 보여주는 게 제일 하고 싶은 일이고 뿌듯한 모습이죠. 지금은 그것만 생각하면서 살고 있어요.

우즈에겐 이런 딜레마가 있을 것 같아요. ‘K팝이란 범주에서 출발했기에 팬덤을 모을 수 있었다. 하지만 K팝이란 카테고리에 묶여 있기에 그 바깥에선 저평가를 받을 수도 있다.’ 우즈의 생각은?
저는 그저 감사할 뿐이에요. 많은 분이 제 음악을 들어주고 좋아해주면서 감사한 평을 많이 받고 있는데, 사실 제가 할 건 그 감사한 마음에 보답해서 다음 앨범에서 더 나은 모습을, 또 솔직한 모습을 계속 보여드리는 게 숙제일 뿐이에요.

체크무늬 오버사이즈 재킷과 팬츠, 부츠, 선글라스는 발렌시아가 제품.

혹시 이런 로망이나 판타지 갖고 있어요? 진짜 ‘홍대 앞’에서 거친 형들하고 같이 막 이렇게 몸부대끼면서 연주하고 성장하는···.
너무 있죠. 사실 누군가 버스킹하는 모습만 봐도 당장 거기로 뛰어들고 싶을 때가 정말 많아요. 하지만 제가 아이돌로 시작하고 거기서 일단 끝을 보자는 태도로 열심히 했기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 모든 것이 감사한 흔적들이고, 만약에 홍대에서 시작했으면 이렇게까지 치열하게 안 살았을 것 같다라는 생각도 드네요(웃음).

우즈라는 예명이 숲, 나무에서 왔다고 들었어요. 실제로 숲이나 나무를 좋아하나요?
정말 좋아해요. 일전에 사주를 보러 갔는데 신기하게도 저한테 목(木)이 많다고 하더라고요. 등산도 좋아해요. 청계산을 종종 가고, 다음엔 한라산을 가보고 싶어요.

내년까지 진행하는 월드 투어 일정을 보니 일본, 미국, 태국, 프랑스 등 다채로운 국가를 방문할 예정이더라고요.
정말 기대돼요. 사실 작년 여름에 혼자 배낭 메고 파리, 런던, 베를린을 2주 넘게 돌았거든요. 혼자 와인을 마시다 자연스레 프랑스 친구들도 사귀고 정말 멋진 나날을 보냈어요. 그런 기억들이 너무 좋아서 월드 투어도 기대가 됩니다. 그 친구들과 헤어질 때 현지의 다양한 것을 소개해주어 감사하다고 말했는데 되레 그들이 “널 만난 게 감사하다”고 해줘서 뭉클했어요. 저도 음악을 통해서 새로운 세계를 소개해주고 싶다는 생각이 더 확고해졌어요.

그룹 X1의 멤버로도 활동했잖아요. 만약에 누군가, 어디에선가 다시 한번 그룹 활동을 해보자고 제안한다면, 생각 있어요?
이제는 많이 고민해볼 것 같아요. 그런 활동에 좋은 점도 많지만 지금은 제가 갖고 있는 것들에 감사하면서 살아가는 게 더 만족스러운 것 같아요. 그룹이라면 K팝보다는 록 밴드가 차라리 가능성이 높을지도 모르겠네요. 글쎄요. 지금은 우즈로서 조금 더 다양한 장면을 보여주는, 색깔 있는 브랜드가 되고 싶습니다. 그러기에도 지금은 넘치게 즐겁고 너무나 바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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