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부상 가방이 주목받는 요즘
해마다 변덕스럽게 바뀌는 게 트렌드라지만 유독 극단적인 흐름을 보이는 가방 사이즈, 다들 공감하시죠? 작년엔 립스틱 하나 겨우 들어갈 만큼 작은 크기의 마이크로 미니 백에 열광했지만 지금은 모두 언제 그랬냐는 듯 메가 빅 백에 목숨 걸고 있으니까요. 이 흐름의 시작은 단연 ‘올드머니’ 트렌드였습니다. 일회성보다는 영속적인 것에 가치를 두고, 우아하면서도 오랫동안 질리지 않는 타임리스 아이템으로 빅 백 만큼 적당한 건 없었거든요. 때마침 이번 시즌 수많은 디자이너들은 빅백 트렌드에 저마다 다른 ‘드는 방식’을 제안함으로서 활기를 불어넣었습니다. 그러니 우리 이번 겨울에는 기꺼이 보부상이 되어보자고요!
투박한 디자인의 빅 백은 의외로 가녀린 실루엣을 더욱 돋보이게 하는 촉매제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이를 일찌감치 깨달은 아눅 이브는 한 쪽 어깨를 슬쩍 드러낸 오버사이즈 스웨터, 하늘하늘한 실크 스커트 차림에 도톰한 레더 소재의 누스 빅 백을 선택했죠. 브라운과 그레이 등으로 따뜻한 가을 웜톤으로 통일한 센스 역시 남다르네요.
이번 시즌, 더 로우의 마고 백 없이 빅 백을 논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사이즈부터 컬러, 소재 모두 다양하지만 어떤 컨디션이든 입고되자마자 금세 품절돼버리고 마는 핫한 아이템이죠. 스타일리스트 닐람 아후자는 가장 마고 백 중에서도 가장 인기가 높은 블랙 레더 소재를 소장했습니다. 한 손에 툭하고 든 빅 백의 존재감이 이렇게 클 줄이야! 무심하게 움켜쥔 재킷에도 자꾸 눈길이 가는 건 저뿐인가요?
우크라이나 보그 패션 디렉터 출신인 줄리 펠리파스의 선택 역시 마고 백입니다. 모델 못지않은 큰 키와 깡마른 몸매를 가진 그녀는 큼직한 빅 백도 크로스로 연출해 남다른 실루엣을 보여주고 있군요. 미팅에 필요한 자료, 스케줄러 등을 모두 때려(?) 담고도 두 손이 자유로울 수 있다니 이보다 더 이상적인 미팅 룩이 또 있을까요?
켄달 제너는 겨드랑이와 옆구리 사이에 빅 백을 밀착시켜 마치 클러치처럼 연출해 길거리를 나섰군요. 그녀가 보여준 방식이야말로 이번 시즌 가장 핫한 빅 백 스타일링 애티튜드입니다. 듣고 보니 어딘가 눈에 익죠? 맞아요. 24 SS 미우미우 쇼에 선 모델들이 모두 이렇게 가방을 들고 런웨이를 걸었죠. 다만 이럴 땐 가방 속 소지품 무게를 조금 덜어내 팔에 너무 무리가 가지 않도록 주의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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